[11년|9월|지금지역에서는] 매그나칩까지...또, 반도체 백혈병 사망
반올림’과 민주노총충북본부 등 충북지역 노동ㆍ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지난 8일 오전 11시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 앞에서 “고(故)김진기 씨의 백혈병 사망을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로 인정해야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그나칩까지...또, 반도체 백혈병 사망
5월 사망, 산재 신청..."근로복지공단 역학조사 통해 신속히 산재 인정하라"
미디어충청 심형호 기자
청주에 위치한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산재신청을 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민주노총충북본부 등 충북지역 노동ㆍ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지난 8일 오전 11시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 앞에서 “고(故) 김진기 씨의 백혈병 사망을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로 인정해야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신청을 했다.
고 김진기 씨는 지난 97년 매그나칩 반도체 청주사업장에 입사했으며, 14년간 줄곧 반도체 클린룸 임플란트 공정 현장노동자로 근무했다. 임플란트 공정은 백혈병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방사선이 발생하는 공정이며, 혈액이상을 일으키는 맹독성 가스인 포스핀, 비소 등이 사용되는 공간이다. 심지어, 2009년 이전에는 방독 마스크 또한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입사 12년 째 이던 2008년, 방사성 영향이 의심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병해 치료 받았다. 이후 2010년 44월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시의 이상 증가가 발견되어 6월 22일 ‘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 확진을 받고 경제적 형편으로 입원치료를 하지 못하고 근무와 통원치료를 병행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유전자 변이가진행되는 등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항암치료 후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5월 28일 사망했다.
당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주치의는 “환자는 약 15년 가량 X-선에 조사되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환자에게서 발생한 갑상선 질환의 속발한 혈액암이 이런 직업노출과 상관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직업과의 관련성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백혈병 발병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근거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지난 2008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한 반도체 제조공정 노동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 백혈병 발병률이 일반인 보다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2009년 실시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의견서’는 고인이 클린룸에서 맡았던 업무인 장비의 유지보수(PM업무)의 경우 더 많은 유해요인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수동의 정비업무의 특성, 설비 세정작업과정에서 각종 유해물질에의 노출, 가스통 교체 등의 업무 때문이란다.
특히, 김 씨가 2010년에 2개월 정도 방사선 측정을 해 본 결과 방사선작업 종사자 노출기준의 9배, 일반인 노출기준의 180배에 해당하는 고농도의 노출인 30밀리시버트(mSv)가 기록되었고, 김 씨와 동일한 공정에서 일했던 동료들도 혈액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알려졌다.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 클린룸이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먼지 없이 깨끗해 보이지만, 이것은 반도체의 입장에서 그런 것일 뿐 현장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수백 가지 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되는 매우 유해한 현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신청을 하는 목적 중에는 단지 이것이 한 개인의 산재인정 보상도 있겠지만 더 이상 제 2ㆍ3의 피해자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다는 바람이기도 하다”며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님의 죽음이후 4년 동안 정부와 반도체 기업주들이 도대체 어떤 안전 보건 대책을 내 높았는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 김진기 씨 부인 임진숙 씨는 “전문가들이 정확하게 직업병이라고 하고 진단서에도 지금 업무와 연관이 있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근로자를 위한다는 곳인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나서서 산재인정을 안하는 것인지 또 왜 우리들을 막고 위협을 가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장례식날 회사 동료분이 오셔서 ‘나도 무섭다. 언젠가는 걸릴 수 있는 직업병이다’는 말을 했는데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제 여기서 산재인정을 받아 법정까지 가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고 김진기님의 죽음을 진정으로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길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것이다”며 “근로복지공단은 공정하고 투명한 역학조사를 위해 유족이 추천하는 외부전문가 참여를 보장하고 신속히 산업재해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노동부는 매그나칩 반도체 관리감독 자료를 공개하고 전체 반도체 산업노동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과 매그나칩 반도체는 고 김진기님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