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9월|칼럼] 삼성을 옹호한 인바이런, 그 꼼수의 역사
삼성 반도체라인이 백혈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하는 인바이런 관계자들
한노보연 운영집행위원 송 윤 희
■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경과
-2007년 6월 삼성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산재 신청
-그 이후 현재까지 삼성반도체, 삼성 전자 계열사(총 13만 명)에서 암 제보 140명
(삼성 반도체 림프조혈계암 제보 26명)
-2007년 말 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 백혈병 발암 물질 불검출 발표
-2008년 2차 역학조사: 반도체 종사자 22만9683명 대상, 일반국민에 비해 백혈병 발병
높지 않은 것으로 결론
-2009년 서울대 등 6개 반도체사업장 조사: 기업 영업 비밀로 공개되지 않음
-2009년 산재 신청 불승인 결정
-2010년 삼성: 인바이런사, 존스홉킨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20인 연구진 조사 착수
2010년, 삼성의 수주를 받고 1년 간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조사해온 인바이런사는 전 세계 18개 국가에 75개 지부를 둔 미국의 명망 깊은 민간연구 회사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이 믿고 의지할만한 명망 깊은 회사이고 편향된 면이 있을 거란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 글에서는 그것이 그저 의심에 그치지 않는 사실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지난 7월 14일 그들은 아무런 데이터 제시도 없이 그저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근무자의 발암물질 노출 수준은 국제 기준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고, 근무자의 발암물질 노출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인바이런사가 관여해온 주요 산업 독성 및 환경 독성과 관련된 세계적인 사례들을 보고한다.
■ [2004년 듀폰사 테플론 PFOA 연구] ‘2004년 듀폰 회사 프라이팬 PFOA가 잔류하지 않는다.’ 퍼플루오로옥탄산염(Perfluorooctanoic acid, PFOA)은 들러붙지 않은 프라이팬의 코팅제 테플론의 생산용 촉매제이다. 오랫동안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이를 생산해온 듀폰사가 지역 주민들의 집단 소송을 당하자 인바이런사가 연구 대행을 했다. 그리고 이들은 PFOA의 건강 영향에 대한 반론을 펼치기보다 테플론 프라이팬 자체에 이 물질이 잔류하지 않는다는 연구를 시행, 그러므로 프라이팬 사용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금 엇나간 주장을 펼쳤다. 듀폰사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국 2005년 주민들에게 1억7백만 보상금을 주었고, 결국 미국 EPA에서도 PFOA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유해물질은 인정하지만 일반인에게 노출되지는 않는다(PFOA는 프라이팬에 잔류하지 않는다)” 라거나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되뇌며 사측의 손을 들어 주는 이가 인바이런사다.
■ [2009년 건축 자재 건강 영향 축소 보고] ‘유해 가스가 검출되기는 하지만, 인체에 유해할 정도의 노출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특정 중국산 건축 자재에서 유해가스(황화수소계열)가 나와 수도관과 전기 배선을 부식시키고 주민들의 호흡기 증상, 만성 두통을 일으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인바이런사는 사측 편에 서서 금속을 부식시키는 유해가스가 확인이 되었지만, 거주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공식 지침서를 내놓아 중국산 건축 자재에 주의하고, 만성 노출의 건강 영향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피로, 식욕 감퇴, 기억 감퇴, 두통, 어지럼증, 불면증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10년, 결국 건축 자재 회사(Knauf Plasterboard Tianjin Co. Ltd.)가 거주자들에게 임시 이주비용과 가구 수리비용으로 가구당 17만 불 가량 보상함으로서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 [1995년 악성 뇌종양 사례 축소 보고 의혹] ‘염화비닐과 악성 뇌종양과는 관련성이 없다.’ 염화비닐은 이미 간의 혈관육종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종양과 관련해서는 국제암연구소(IARC)나 미국환경청( EPA)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어 그 연관성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우’의 자회사인 ‘롬&하스사’는 제조 과정에서 이용되는 염화비닐이 뇌종양을 비롯한 인체 악영향을 준다는 혐의를 받던 중에 인바이런 사에 연구를 위탁하였다. 그러나 연구자인 케네스 문트(Kenneth Mundt, 연구 책임자)가 이 연구에서 실제 환자 수를 축소했다고 2010년 9월 27일 미국의 한 신문 기사(The Cutting Edge 2010.9.27 Jim Morris)가 보도한 바 있다. 그 기사에 의하면 대략 1973년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대대적인 역학조사에서 대략 수십 명의 발병 뇌종양 사례가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뇌종양 사망자가 60명가량 되는데, 문트의 조사에는 36명만 집계됨) 역학조사 결과 염화비닐과 뇌종양의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지만, 실은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초점이었다.
■ [2010년 포름알데히드 발암성 축소 보고] ‘포름알데히드는 백혈병을 포함한 조혈림프계에 발암성이 없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비강암이나 인후두암의 발암 물질로 규명된 물질이다. 하지만 포름알데히드가 백혈병을 포함한 조혈림프계에도 발암 물질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2010년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산하의 국가 독성 물질 관리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 , NTP)이 2010년 1월 연관성이 있다고 밝힌 보고서 초안에 대해서 인바이런사가 반박 의견을 보냈다. 물론, ‘헥시온 스페셜티’라는 화학 회사의 대변자로서 말이다. 열심히 반박을 하고 마지막에 과학 자문단(Board of Scientific Counselors, BSC)과 미국 과학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NAS)에서 NTP의 조사 결과를 제대로 살피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BSC의 자문은 인바이런사의 바람대로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연구 결과에 지지적인 자문을 했을 뿐이다. 그 결과 NTP는 포름알데히드를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known human carcinogen)로 규정하였다. 또 다시 인바이런사의 거짓이 드러난 것이다.
■ 이런 일련의 쟁점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측의 편에 서서 화학 물질의 위험성을 축소 보고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인바이런사를 우리는 의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앞서 설명한 인바이런사의 네 가지 발언이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진실을 숨기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3번과 같은 의혹을 제외하고) 사기행각을 벌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꼼수에는 아주 능숙하다. 그 꼼수는 공중 보건이나 시민의 건강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어떡해서든 산업의 편을 들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수익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삼성 반도체 백혈병 관련한 인바이런사의 결과 보고도 과학적 데이터 제시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비롯하여 수많은 허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의 이름을 빌려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인바이런사는 과학적 신빙성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을 위한 연구 기관일 뿐인 것이다.
일터
이 글은 <건강과 대안>의 이슈페이퍼로 발행된 글의 요약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