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9월|사진으로보는세상] 오늘도무사히...
사진, 글 : 한노보연 선전위원 최종배
오래 전에 흔하게 보던 그림이다. 특히 버스에는 반드시 걸려있던 그림이다. 캄캄한 세상. 한 줄기 빛을 향해 어린 소녀가 간절히 기도한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그 기도에 노동하는 가장은 힘을 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사자성어가 있다. 어미닭이 품은 알 속의 병아리가 때가 되어 껍질을 깨려고 여린 부리로 힘을 다해 쪼아대면, 그 소리를 들은 어미닭이 밖에서 부리로 알 껍질을 쪼아서 마침내 새 생명이 세상에 나온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행위(줄,啐)와 어미닭이 껍질을 쪼는 행위(탁,啄)가 껍질을 경계로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하나된 힘에 의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언제부터인지 그 흔하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가정을 해체한 돈의 어둠 속에서 노동하는 가장을 위한 기도조차 사라진 경제대국 한국은 많은 이에게 빛이 없는 캄캄한 세상이다.
세상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병아리가 노동자라면, 노동자의 고통과 외침을 듣고 껍질을 쪼아 새 세상을 열어주고 품어줄 어미닭은 누구인가? 우리 사회의 노동이 정말 무사히, 안전하고 행복한 노동이 되기를 바란다.
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