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보연 회원 / 대우조선 노동자 정 용 만
치밀한 자본의 분할책동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게끔 서서히 깊숙이 파고든다. 자본주의 세상을 끝장내지 않고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기, 공감이가는 내용이 있어 적어본다.
조선업종은 산재가 많기로 유명하고, 특히 사망사고가 많다. 한 해에 수 명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떨어져 죽고, 질식해 죽는다. 조선업종의 산재사망사고는 항상 노동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노사대립의 중심 원인이었다. 언젠가부터 조선업종의 정규직 조합원들의 산재사고는 대폭 줄기 시작했고, 산재문제는 노동조합의 중심이슈에서 멀어졌는데, 과연 조선업종의 기업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졌고, 그들이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했기 때문일까?
절대로 아니다.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조선업종의 산재사망 사고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자본은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산재예방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했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의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서 정규직 조합원이 당했을 때 보다 훨씬 소홀히 다루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 작업상의 위계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차별은 첫째로 고용안정성, 둘째로 임금과 근로조건에 있는데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작업상의 위계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편한 일을 하거나, 심지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감독하는 위치에서 일을 한다. 비정규직은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하고, 정규직 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일을 한다. 이런 작업상의 위계는 조선업종이 가장 심한 듯하다. 물론 자동차 산업에도 비슷한 상황들이 있다. 소위 3D직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고, 노동강도가 훨씬 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작업상의 위계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계급의식과 연대의식을 파괴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을 부패시킨다. 그리고 자본은 이 위계를 최대한 활용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분열을 조장한다.
조선업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사고를 단지 산재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안은 비정규직 철폐이며 이 투쟁은 자본의 이윤에 정면으로 맞서는 투쟁이기에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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