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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10월|일터다시보기] 실타래의 끝, 노동시간 단축투쟁




▲ <장시간 = 교대노동으로 빼앗긴 노동자의 삶을 그린 만평>



실타래의 끝, 노동시간 단축투쟁

강원비정규노동센터 김 광 호

얼마 전, 사무직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퇴근시간 무렵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동지들과 퇴근 후 저녁식사와 반주 한 잔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 동지들이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업무가 그 동지들을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노동조합은 90년대 빨간 조끼로 유명한, 투쟁하는 노동조합의 상징이었었다.
물론 제조업에서는 주야간 맞교대뿐만 아니라 조출과 잔업을 포함한 10시간노동이 기본적인 노동시간이 된지 오래이다. 잘 나가는 노동조합에서는 주5일제가 특근의 기회가 되었다.
유성기업의 투쟁을 통해서 ‘야간노동은 발암물질’이라는 명제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야간노동 철폐를 비롯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이 제대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잘나간다고 하는 금속노조에서도 몇 년째 주간연속2교대제를 위한 투쟁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교섭만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관적 희망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해서 우리운동은 아직까지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 자본주의의 이윤을 위한 착취의 시스템 보다는 작업장에서의 사고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 현실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원했던 것은 아니다. 불안한 고용, 낮은 임금과 비상식적인 임금체계, 전무하다시피 한 사회복지 등이 노동자들을 장시간노동과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적은 인력으로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 등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것이 자본가들의 가장 핵심적인 이윤축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나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야간노동 철폐를 전제로 한)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에서는 타율적으로 강제된 노동 자체가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같이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임금이 하락하는 조건에서 노동시간 단축투쟁에 동의할 노동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아도 기본급으로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임금이 인상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급과 임금총액의 50%가까이 되는 각종 수당으로 채워진 불합리한 임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한번 걸리면 집안의 기둥뿌리를 뽑아야 하는 질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상의료도 실현해야 하고, 1,000만원에 달하는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상교육도 실현해야 한다. 노부모를 가족이 부양할 것에 대항해서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퇴근 후 따스하게 누울 공간을 위해서 투기의 수단이 되어버린 주택과 부동산정책도 바꿔야 한다. 부양의무자라는 법조항으로 가족에게 강요하고 있는 노부모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살핌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 말고도 얼마나 더 많을까.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노동자들도 제대로 학습할 수 있고, 노동조합활동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자본을 위해 24시간 가동되어야 했던 많은 서비스노동자들도 밤에는 쉴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생태적인 삶으로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멋진 자동차와 넓은 아파트를 꿈꾸는 한,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투기에 합류하는 한 임금노예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시간노동 등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위해 현장에서부터 노동자의 권력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자의 건강권. 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타래의 끝,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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