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노동자 응원하는 10만 송이 장미 서명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청원과 함께 시민 10만 명 참여를 목표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캠페인단은 9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을 만들어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며 “캠페인단은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캠페인단은 올해 4월부터 150여명의 시민·학생들과 함께 서울 시내를 돌며 청소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벌였다. 98개 건물에서 165명의 청소노동자가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캠페인단은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가·현장 청소노동자들의 의견을 모아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21개 제도개선 요구안을 만들었다.
제도개선 요구안은 크게 ▲저임금 해소방안 ▲휴게 공간 설치 제도화 방안 ▲노동안전보건·건강권 강화방안으로 구성됐다. 민선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는 “청소노동자의 저임금 해소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청소노동자 인건비 기준을 현실화하고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상시적 노동에 대한 원청의 직접 고용 원칙을 확립하고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도 법률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숙희 공공운수노조 홍익대분회장은 “지금도 노조가 없는 빌딩이나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40만 청소노동자들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페인단은 연말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며 시민들의 서명은 정부와 국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2. 전국 주요 야구장 5곳서 석면검출
잠실·사직·문학구장 등 프로야구단 구장과 LG의 훈련구장인 구리구장, 아마추어 야구경기가 열리는 수원구장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크워크는 9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초부터 서울 잠실구장 등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토양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석면 농도는 미량에서 석면사용 금지기준(함량기준 0.1%)의 10배에 달하는, 최고 1.0%까지 검출됐다.
센터에 따르면 석면이 검출된 이유는 감람석을 분쇄한 흙이 야구장에 깔렸기 때문이다. 감람석은 광맥에 따라 석면이 포함될 수 있는 ‘석면함유가능물질’이다. 과거 석면폐광이던 경북 안동의 한 사문석 광산에서 나온 광물이다. 올해 초에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제철소들이 이 광산에서 석면이 든 사문석을 공급받아 쓴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사문석 석면 논란 당시 고용노동부는 제철소 광산업체에 대해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석면을 의도적으로 추출해 제품을 만든 경우에만 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광물인 사문석처럼 비의도적으로 함유된 석면은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석면이 포함된 야구장, 운동장 등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석면노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3. 복지공단, 성희롱 피해자 2차 가해 논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우울증에 걸린 여성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고자 근로복지공단을 찾았고 남성 조사원이 사건담당자로 배치됐다. 해당 조사원은 피해자에게 “성희롱 언사를 그대로 재현해 보세요”, “다 알고 있으니 얼른 말하세요”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사측 관리자 2명의 상시적인 성희롱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여성노동자 박모(45)씨가 지난 1일 공단 천안지사 보상부에서 겪은 일이다.
노동계와 여성계로 구성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원회’는 9월26일 오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단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인권보호 조사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 박씨는 적응장애와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지난 7월 공단에 산재신청을 냈다. 산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질병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번 경우 박씨가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직장 내 관리자에 의한 성추행에서 비롯됐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지원대책위는 “공단 천안지사의 남성 조사원은 피해자의 가정환경이나 사내에서 겪은 개인적 문제 등을 중점 조사했다”며 “평소 성희롱이나 과도한 성적 농담이 행해지는 일터였는지, 사내에서 성별 권력관계와 위계가 존재했는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됐는지 등은 조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공단의 조사방식은 국제적 흐름에 동떨어지고, 다른 국가기관과 비교해도 안이한 편에 속한다. 캐나다와 미국 등은 직장 내 성희롱에 의한 정신적 손해도 산재 보상범위에 포함하고 있고, 일본도 직장 내 성희롱을 산재 보상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국 경찰도 자체 성폭력 피해자 보호 매뉴얼을 도입했고, 검찰 역시 성범죄 수사나 공판 관여 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4.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자 매년 1만 명씩 줄어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매년 1만 명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콘크리트믹서트럭운전자·학습지교사·골프장 캐디의 산재보험 가입자가 2008년 5만6천821명에서 올해 7월 현재 3만4천363명으로 감소했다. 이들 업종 노동자들은 2007년 11월 산재보험법 개정에 따라 2008년 7월부터 임의가입 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일반 산재보험이 100% 사업주 부담인 반면 이들 특수고용직은 절반을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강제가입이 아니라 임의가입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사업주가 노동자들에게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실제로 노동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4개 업종 노동자는 매년 증가했지만 산재보험 가입자는 그 기간 동안 오히려 1만 명씩 줄었다. 2008년 37만여 명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5만6천818명이었지만 2009년에는 38만7천여 명 중 4만3천329명, 지난해에는 38만9천여 명 중 3만3천256명만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전체 특수고용 산재보험 등록 노동자 가운데 91.5%가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이들의 적용제외 신청이유는 △산재보험 제도를 모름(25%) △계약해지나 해고의 위협(13.4%) △회사가 적용제외신청서 강요(15.8%) △자비 부담(15.3%) 등이다.
노동부도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4개 직종의 적용률이 낮은 것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적용제외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 KT서 심장마비·돌연사로 1주일 새 두 명 숨져
이달 5일과 6일 잇따라 사망 … 올해만 심장마비·돌연사 7명, 자살 3명
KT노동자 두 명이 지난주 잇따라 숨져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0월6일 KT 대전 NSC 논산운용팀에서 일하는 전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이날 오전에 국사에 점검을 나갔다가 오후 3시22분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동료가 오후 11시50분께 국사 안에 숨져 있는 전씨를 발견했으나 이미 사망한 뒤였다. 지난 7일 부검을 실시했는데,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씨는 최근 유가족에게 "8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려니 힘에 부친다", "팀끼리 경쟁을 붙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바람에 너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NSC는 네트워크서비스센터의 약자로 네트워크 유지·보수업무 전반을 다루고 있다. KT는 지난해 6월 네트워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900여명을 전환배치했다. 이에 따라 기존 네트워크업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세지고, 전환배치된 노동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10월 5일 새벽에는 경기남부 NSC 남수원운용팀에 근무하는 윤모(50)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7월에는 NSC에서 고객컨설팅 업무로 전환배치된 강아무개(50)씨가 지사건물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KT새노조(위원장 이해관)는 성명을 내고 “KT의 무분별한 구조조정과 살인적 노동강도가 빚은 사고”라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KT 직원의 연이은 죽음에 대한 진상과 경영진의 책임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잇단 직원들의 사망소식에) 당황스럽고 우려스럽다”면서도 “일하다 사고가 난 것이면 원인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텐데 돌연사가 많아 원인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KT노동인권센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KT 재직자 가운데 올해 숨진 노동자가 14명에 이른다. 이 중 돌연사하거나 심장마비로 숨진 직원이 7명, 자살한 직원이 3명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2009년 12월 KT의 특별 명예퇴직 이후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 3일에는 희망연대노조 케이티씨에스 지부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전소된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전 지부장 역시 2008년 KT에서 명예퇴직했다.
7. 교대제 실태조사 결과 - 2조2교대 가장 많아
고용노동부가 18일 발표한 교대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15.2%가 교대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조2교대제가 63.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3조3교대제(12.8%)와 2조격일제(12.4%)가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짧은 형태인 3조2교대(3.1%)·4조3교대(3.7%)·4조2교대(0.4%)의 비중은 극히 적었다.
산업별로 보면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52.5%)과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36.1%)·운수업(35.7%), 숙박·음식점업(34.0%) 등 서비스업에서 교대제 활용비율이 높았다. 제조업은 22%가 교대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교대제 사업장 교대근무조(상용직 기준)의 주당 실제 노동시간은 45.6시간으로 임금노동자 전체의 주당 근로시간(41.3시간)보다 4시간가량 더 길었다. 교대제 형태별로는 2조격일제의 주당 실제 노동시간이 49.2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2조2교대제(46.3시간)·3조2교대제(43.8시간) 순이었다.
노사합의가 있으면 초과근로를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근로시간특례 사업장은 12.9%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주당 소정노동시간은 40.8시간, 초과노동시간은 10.4시간이었다. 전체 임금노동자보다 평균 10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전체 평균 연차일수(11.4일) 중 7일을 실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 사용률은 61.4%였다.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박종길 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우리나라는 병원이나 전력생산 같은 공익적 필요나 기술적 불가피성이 없는 산업에도 주야 2교대제가 빈번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야 2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제나 3교대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관은 “정부도 교대제 개편을 촉진할 적정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영철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추진한 것에 비춰 보면 노동부의 실태파악이 때늦은 감이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과도한 초과근로에 대한 법적 제한장치를 마련하고 심야노동으로 인한 업무상재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7. 산재 인정률 5년 연속 하락
산업재해 인정률이 5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질병 여부를 판정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10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서 "2006년 91.4%였던 산재 인정률이 해마나 하락해 올해 6월 88.5%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업무상질병 산재 인정률은 53.4%에 불과했다. 지난 2006년 업무상질병 산재 인정률이 68.6%임을 감안하면 5년 사이 15.2%포인트가 감소했다.
업무상질병 중 대표적인 과로성 재해인 뇌심혈관계질환은 18%만 산재 인정을 받았다. 질판위가 신설되기 전 2007년 뇌심혈관계질환의 산재 인정률은 43.7%였다. 직업성 암의 경우 2008년 21명, 2009년 17명, 2010년 31명이 산재로 인정됐다.
그러나 폐암을 제외한 다른 암의 산재 인정률은 한 해 10명 수준에 그쳤다. 독일·영국 등의 선진국이 한 해 1천명 가량을 산재로 인정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질판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질판위 판정결과가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예컨대 올해는 서울의 인정률이 가장 낮고 광주가 가장 높았는데, 두 지역의 차이가 무려 23%나 됐다. 지역별 질판위의 구체적 심의 및 인정기준이 상이하고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미경 의원은 "산재 인정률이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질판위 제도개선 논의를 시작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정부가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책임방기"라고 강조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해 산재 폭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8. 세계 39개국 활동가들
– 고용노동부 장관에 항의서한 발송
철세계 노동·환경·인권활동가와 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삼성백혈병 판결 항소를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반올림은 10월4일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상 수상자인 유윤 이즈마와티씨(인도네시아)와 올가스페란스카야씨(러시아)를 비롯해 39개국의 환경·보건·인권활동가와 학계 전문가 197명이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백혈병 판결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서한을 통해 "산재 노동자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산재보상을 하지 않기 위해 법원 판결에 맞서 항소를 제기하는 행태는 국제사회 상식에 배치된다"며 “노동부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공단은 불명예스러운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반올림은 신영철 공단 이사장이 삼성백혈병 유가족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이사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7월4일 공단 경기지역본부가 검찰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사실을 신영철 이사장이 알고 있으면서도 같은 달 7일 유족면담에서 이를 숨기고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거짓약속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올림은 이와 관련해 "신영철 이사장은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들과 그 유족을 기만하고, 중요 소송 사건의 경우 이사장이 사전 지휘를 해야 함에도 이 같은 직무를 유기한만큼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 직장인들 “CCTV 스트레스” 봇물
구두와 가전제품을 만드는 ㄱ사는 2년 전부터 공장에 폐쇄회로(CC)TV를 달아놓고 직원들을 감시했다. 공장 관리자는 직원 16명의 영상기록을 살펴본 뒤 해당 직원들에게 “잘못됐다. 시정하라”고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직원들은 이달 초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버스 운전기사 ㄴ씨는 지난달 “회사가 버스 안에 기사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CCTV를 설치하더니, 이틀에 한 번씩 이를 돌려본 뒤 ‘인사를 안 했다’ ‘과속을 했다’ ‘신호위반을 했다’는 등 체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민원부서에서 근무하는 ㄷ씨도 지난달 인권위 상담에서 “민원인에게서 직원들을 보호한다며 로비에 CCTV를 설치했는데, 윗분이 이걸 보고 점심시간에 좀 늦게 들어오면 바로 불러 늦은 이유를 물어본다”고 하소연하며 “심지어 다른 층 직원이 잠시 내려와 있으면 왜 내려왔는지까지 묻는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9월27일 “최근 민간부문에서 CCTV를 설치·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의 CCTV 관련 진정·상담(5000여건) 분석에 착수, 12월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CCTV 관련 진정이 2005년 80건에서 2010년 326건으로 4배 이상 늘어났고 상담은 5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하루 평균 3.1건의 진정·상담이 접수됐다.
2010년 인권위가 백석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민간부문 CCTV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인의 일상생활에 따른 노출은 하루 평균 83.1회(최소 59회~최대 110회)로 나타났고,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로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CCTV로 인한 감시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해왔다. 2008년 12월 ㄹ씨는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구청 등이 주민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장안동 일대에 유효거리가 반경 100m에 이르는 고성능 CCTV를 설치해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범죄예방 CCTV라도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관할 기관장에게 CCTV 작동 중지를 권고했다. 앞서 2007년 11월에는 “사업장에서 CCTV, 생체인식기, 위성항법장치(GPS)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전자감시가 행해지고 있다”며 “전자감시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별법 제정과 인권보호에 나설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10. 에이즈 주사바늘에 찔린 청소노동자의 눈물
서울대병원 청소용역업체 노동자 서모(55·여)씨에게 공포가 닥친 건 지난달 5일.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7시30분쯤 내과 중환자실 감염병동을 청소하던 서씨는 손가락이 따끔한 것을 느꼈다. 자신의 손을 찌른 것이 주삿바늘이라는 것을 안 순간 충격에 빠졌다. 그 병실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일단 손가락을 눌러 피를 짜낸 후 수간호사에게 달려가 사실을 알렸고,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사고 당일 오후에도 일을 계속했다.
서씨는 병원에서 에이즈 예방약을 2주치 받았다. 그러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고,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요구했으나 “해고할 수 있다”는 용역업체 측의 답변만 돌아왔다.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운 증상이 잦았다. 식욕도 잃어 체중도 계속 줄었다. 지난달 19일 2차 진료를 하면서 “몸이 힘들어 일을 쉬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담당의사는 “용역업체에 이야기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의사에게 ‘약물 부작용으로 일하기 어려운 상태로 안정이 필요하다’란 진단서를 받고 나서야 병가를 얻을 수 있었다. 용역업체 측은 “주삿바늘에 찔린 게 벼슬이냐. 왜 조심해서 일하지 않았느냐”고 면박을 주면서 “노조에 연락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서씨는 10월9일까지 병가를 냈다. 서씨의 일이 알려지면서 노사협의회 때 서씨에 대해 산업재해 처리를 요구하겠다며 노조가 나섰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가만히 있어도 (산재신청을) 해줄 텐데 왜 소문을 내고 다니느냐”며 서씨를 몰아세웠다. 서씨는 불안감에 가족들에게도 말을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의료연대 이영분 분회장은 “주삿바늘은 수거함에 따로 버리게 돼 있지만 의사들이 아무 데나 던지는 탓에 병실 바닥에는 항상 주삿바늘이 널려 있다. 집게로 수거하라고 지시하지만 집게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며 “청소노동자들이 주삿바늘에 다치는 경우는 다반사지만 대부분 질책이 두려워 손가락을 눌러 피를 짜내는 등 혼자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씨는 “바닥에 떨어진 주삿바늘을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봐왔다. 뚜껑 닫힌 것은 물론이고 뚜껑이 없는 것도 7~8개는 봤다”고 말했다. 또 “사고 이후 병원 측에서 의사들에게 주의하라고 했지만 매일 뚜껑 없는 주삿바늘을 1~2개 정도는 봤다”고 토로했다. 실제 민주노총이 지난해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1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7명이 주삿바늘에 찔려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터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안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