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혹은 자동차안에서 문득 TV가 보고 싶어졌을 때, 이제 우리는 그것을 즐길 수 있다. 올 1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디엠비(DMB)가 그것이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다. 당신에게는 80만원이 넘는 디엠비전용 휴대폰이 있거나 수신단말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디엠비는 방송과 통신의 통합된 멀티미디어서비스이다.
디엠비란 무엇인가?
‘손안의 TV’ 디엠비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DMB)의 줄임말로 90년대 후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파수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이후 전파의 효율성이 우수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검토하면서 등장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이다.
위성, 지상파DMB 비교
위성디엠비와 지상파디엠비는 방송의 신호를 무엇으로 보내는가, 즉 그 전송의 수단이 무엇인가에 따라 구분된다.
위성디엠비는 전용 방송위성에서 쏘는 방송신호를 단말기에서 직접 또는 간접 수신하는 방식이다. 터널이나 빌딩 밀집지역 등의 지역에서는 중계기를 설치하여 위성과 단말기 사이를 중계하며 비디오 14개, 오디오 24개, 데이터 1개 등 총 39개의 채널의 사용이 가능하다. 위성DMB는 수신료, 광고료, 유료채널 등 가입자에 기반한 컨텐츠 중심의 유료서비스로 가입비는 약 2만원, 월 수신료 13,000원의 정액제 서비스이다.
한편 지상파디엠비는 지상의 기지국에서 쏘는 방송신호를 단말기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수신하는 방식이다. 사용 주파수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TV채널 8번과 12번을 할당하여 채널당 3개의 블럭, 총 6개의 블럭으로 나누어 사업자에게 할당되며 블럭당 비디오 1개, 오디오 3개, 데이터 1개 등 총 30개의 채널 사용이 가능하다. 지상파디엠비는 현재의 공중파 방송과 같은 무료 서비스를 표방한다.
DMB 진행과정
위성디엠비는 2001년 에스케이티(SKT) 주도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2002년 에스케이티는 일본 도시바의 자회사인 엠비시오(MBCo)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0억원에 가까운 자본을 투입, 공동위성을 제작한다. 2004년 3월 발사된 디엠비위성ꡐ한별ꡑ은 SKT 945억원, MBCo 1,775억원을 투자해 미국 에스에스로랄사가 2년여만에 완성한 것이다.
이 위성은 그 해 7월 정통부로부터 위성망 주파수를 할당받아 관련시설 설치에 들어가고 12월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국 허가추천을 받아 정통부에 방송국 허가신청을 내고 정통부는 위성디엠비 단일사업자로 TU미디어에 방송국 허가를 내준다.
현재 위성디엠비는 2005년 1월 시험방송을 개시로 4월 본 방송, 5월 상용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위성디엠비의 핵심 사업인 공중파프로그램의 재전송 문제가 허용되지 않아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위성보다 늦게 출발한 지상파의 경우, 3월초부터 6개 수도권 사업자를 선정하여 5-6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며 2006년부터는 지방 지상파디엠비, 5개 권역에 3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TU미디어는 어떤 회사
위성디엠비의 단일사업자인 TU미디어는 2003년 SKT가 대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회사로 이후 세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현재 누적 자본금이 1,379억원에 이른다.
TU미디어가 지금까지 디엠비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자금은 SKT의 자금을 합쳐 총 3,578억원에 이른다. 위성투자에 1,008억원, 일본 MBCo의 지분투자에 270억원, 중계기에 1,240억원 등이 각각 투입됐다. 한편 SKT 김신배 사장은 지난 1월말 TU에 대한 추가적인 증자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성, 지상파디엠비간 경쟁
위성과 지상파디엠비 간의 경쟁은 이미 잠재화 되어있었다. 지상파의 경우, 당초 공중파 프로그램의 무료 서비스 개념으로 출발했으나 사업자 선정과 중계기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동통신사와의 결합을 모색하였다. 위성디엠비도 자체적으로 생산한 컨텐츠 제공에 한계에 부딪치면서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송신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케이티에프(KTF)․엘지티(LGT)등의 이동통신사업체들은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지상파디엠비와 협력을 모색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고 동시에 위성디엠비 사업의 초기부터 주도권을 잡아온 SKT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디엠비 사업자와 이동통신사들은 어떻게든 협력 구도를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지난 1월초 있었던 지상파 4사(KBS, MBC, SBS, EBS)와 통신업체 3사(KT, KTF, LGT)의 7자 협의체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서비스 차원에서 보면, 지상파디엠비의 경우 공중파 프로그램의 수신이 가능하고 무료 서비스라는 점에 있어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위성디엠비는 지상파에 비해 많은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위성디엠비의 경우, TU미디어에 의한 단일 사업추진이 가능한 반면, 지상파디엠비는 6개로 분리된 주체와 이동통신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 사업자들은 독자적인 중계망 설치를 모색 중이다. 지상파의 경우, 처음부터 무료 서비스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도입이 추진됐기 때문에 유료화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지상파의 중계기 설치를 도와주고 유료화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지상파 사업에서 한발 물러서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