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 사례

<41호>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 사례


기간제 대량해고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자료


정부에서는 ‘단시간및 기간제 고용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면서 이 법안이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노동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의하면 2년 이상 기간제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간주되므로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은 이 법안을 피해가기 위해서 2년이 되기 전에 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파견법의 경우에도 2년 이상 파견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의제 조항이 있었으나 이 조항에 의해서 파견노동자들은 2년마다 한 번씩 길거리로 내몰렸던 바가 있다. 파견법 시행 후 8년이 지난 2006년에도 이미 5만 명이 넘는 파견노동자들이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자본가들은 법안에 대비하여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해고 예고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간제 노동자들 대부분이 반복적으로 고용계약이 갱신되어 온, 사실상의 상시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기간제법이 통과되면 대부분 정규직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자본가들은 그 법안을 피하기 위해서 장기근속을 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미리 해고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의 기간제 법에 의한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는 필연적인 것이었으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해고조치들은 기간제법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나쁜 법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할 때이다.

☐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었으나 재계약이 거부된 사례
기간제 노동자들 대부분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왔다. 하지만 2006년 들어서 재계약이 거부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재계약 거부의 이유는 다양하다. 인사고과가 안 좋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서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지만 그동안 아무런 무리 없이 일을 해왔던 노동자들에게 집단적 압박을 가하면서 재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장기계약자들을 미리 해고해서 기간제법 통과 이후 장기계약자에 대한 대응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다.
-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이미 4년 이상 일해왔던 미화직 3명, 과학보조 1명, 급식 2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기간제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마자 2월 말일자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서울여성노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노동자들은 “학교의 예산이 없어서 정규직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계약직을 해고하고 이후에 새로운 기간제 노동자들을 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 제일은행 계약직의 경우 이미 수차례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바 있었으나, 기간제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장기계약자순으로 재계약이 거부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측은 “비정규법안이 통과되면 이 사람들을 정규직화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해지했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하고 심지어 계약직에 대한 인사평정에서도 장기근속자는 최하의 점수를 받는다는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기간제 노동자들이 이용석 열사 투쟁 이후 일부가 정규직화한 이후 그 자리를 6개월 임시직이 대체하고 있었다. 최근에 근로복지공단은 6개월 임시직의 경우 재계약하지 말 것을 지침으로 내려놓은 상태이다.
- 서울대병원에서는 이미 7년 이상 일을 해왔던 공급과 약재과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촉탁직도 장기계약직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2년 이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노동법 개악이 제기된 이후 장기계약자의 고용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 고용계약서를 별도로 쓰지 않고 해마다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되다가 최근에 와서 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하는 사례
기간제라고 하더라도 고용계약서를 별도로 쓰지 않고 해마다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용계약서가 있는지 조차도 생각하지 않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은 정규직처럼 고용이 안정된 상태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2006년 들어서 계약서를 다시 쓰도록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가들은 계약서 없는 계속 근로가 사실상 무기계약근로로 간주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규직화의 가능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 까르푸 기간제 노동자들의 경우 해마다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왔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재계약 기간이 아닌데도 계약서를 다시 쓰라고 하거나 재계약 기간이 되면 반드시 계약서를 다시 쓰도록 해서, 사실상 그동안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간주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계약서를 다시 쓰지 말고 설령 아무 생각 없이 썼더라도 다시 받아서 소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시작한 2005년부터 갑자기 계약서를 쓸 것을 종용했다. 이전에는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왔으나 계약서 형식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되고, 학교 업무에 대한 인원충원이 이야기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기존 학교비정규직 인원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도 어떻게 할 것인지 답변이 없는 상태에서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올해 계약서에 새로운 것이 첨가된 사례
기간제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기간제법 통과 이후 계약을 한 노동자에게만 해당한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지금 기간제 노동자들이 계약이 반복갱신되었다는 점을 들어 정규직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까 봐 계약서에 새로운 문구를 첨가하고 있다. 새로운 문구가 첨부된 계약서는, 이전과는 다른 계약이라고 주장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계약이 끝난 이후 노동자들을 해고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 은행 기간제 노동자들은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왔다. 해마다 계약서를 새로 써왔기 때문에 별다를 것은 없었지만 최근에 와서 계약서에 새로운 문구가 첨부되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있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하고, 서명하지 않은 노동자는 재계약에서 탈락시키는 사례도 발생하였다. 이미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서 정규직으로 간주될 수 있었던 많은 노동자들을 이후 노동법 개악이 되고 나면 언제라도 부담 없이 자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 기간제 노동자들을 파견이나 용역으로 돌리려고 하는 사례
기간제법이 통과되면 자본가들은 기간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2년마다 한번씩 해고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을 2년에 한 번 신규채용해야 하고, 일이 익숙해지면 다시 노동자들을 교체 사용해야 하므로 무척 번거롭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래서 기간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는 대신 오히려 파견이나 용역으로 돌리려고 한다. 특정업무를 전담하는 파견회사를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알아서 교체해서 보내도록 하고, 용역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로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 철도노조가 입수한 철도공사의 ‘비정규직 보호 법안 관련 비정규 계약직 대책 검토(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따르면 철도공사는 지난 7월 24일 기획조정본부 회의를 통해 상시업무 직접고용 계약직 노동자들을 2007년 1월 1일자로 전면 외주화 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규모는 3,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역무, 수송, 개집표, 종합안내, 홈안내, 방송원 등 모든 직접고용 계약직을 외주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공사에서 오히려 기간제 법안을 핑계삼아 기간제 노동자들을 외주화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 신한은행 콜센타 노동자들은 모두 직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그런데 조흥은행과 통합하면서 이미 외주화되고 있었던 조흥은행의 업체로 신한은행 콜센타 노동자들을 보내려고 한다. 그것을 통해서 기간제 노동자들을 간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고 조직된 노동자들의 상태가 이러하다면 조직되어 있지 않은 광범위한 기간제 노동자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자본은 벌써부터 기간제 법에 대비하여 노동자들을 마치 일회용품처럼 버리고 있다. 현재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해고 혹은 해고 예고조치들은 기간제 법안이 얼마나 살인적인 법인지를, 그리고 그것이 이후 어떻게 비정규직을 늘리는데 기여할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의 사용기간을 정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노동자들을 고용불안에 처하게 만든다. 임시·간헐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기간제는 절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기간제에 대한 사유제한을 반드시 관철시키고, 상시적 업무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자신의 일터에 땀을 그만큼 쏟아내고도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기간제 노동자들이 이렇게 쉽게 버려지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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