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호]차별시정위원회에 대한 거부로부터 노동법 개악 폐기투쟁을 시작하자!(07년 3월호)

차별시정위원회에 대한 거부로부터 노동법 개악 폐기투쟁을 시작하자!



장혜진 | 민주노총 노동위원회 사업단, 민주노총 법률원



1. 문제제기의 배경

민주노총은 2000년부터 비정규개악법안 상정에 대하여 반대하였고, 2006년 통과된 비정규법안을 반노동자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기 투쟁할 것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비정규법안이 통과되자 선언에 부합하는 비정규법안 폐기투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비정규법안의 구체적인 집행방침인 시행령 제정에 개입하는 것과 비정규법안의 행정 처리인 차별시정위원회 구성과 개입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비정규법안 폐기투쟁의 핵심목표가 비정규직철폐라고 했을 때, 시행령 제정의 개입과 차별시정위원회 참여의 결과는 비정규법안 폐기투쟁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에 아래에서는 차별시정위원회 개입의 의미를 살펴보고 차별시정위원회 개입을 통한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현실성 있는 방안인지 검토하고, 현 시점에서 차별시정위원회 불참이 갖게 될 의미에 대하여 논의하겠다.

2. 차별금지법의 내용

시행시기 및 적용대상 사업장을 보면, 2007년 7월부터는 상시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등 공공부문이며, 2008년 7월 1일부터는 상시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다. 그리고 2009년 7월 1일부터는 상시 1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도 차별금지에 대한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적용대상 사업장과 범위는 다음과 같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은 상시근로자수와 무관하게 적용되며, 기간제·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의 적용범위는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5인 이상은 전면적용, 4인 이하의 부분적용과 관련하여서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다. 신청권자는 차별행위가 있었을 당시의 기간제, 단시간노동자, 파견노동자이며, 특수고용노동자는 배제되어 있다.
차별시정을 하려면 차별을 받은 노동자는 잠정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를 지정해야 하며, 불리한 처우의 내용도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차별적 처우가 있는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노동자가 정규직의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알기가 어려운 현실에서는 차별은 그것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알 수 있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3개월 안에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의 차별적 처우라 함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기간제의 경우 당해 사업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비교대상으로 있어야 하고,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당해 사업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노동자가 비교대상이다. 그리고 파견노동자의 경우 사용사업주의 사업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비교대상이다.
차별시정위원회의 운영방식을 보면, 첫째로 조정중재가 있는데, 관계당사자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고, 관계당사자가 미리 노동위원회의 중재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하여 중재를 신청한 경우에는 중재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정명령이다. 조사 심문을 종료하고 차별적 처우에 해당된다고 판정한 때에는 사용자에게 시정명령을 발하여야 하고,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그 시정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시정명령을 발하는 경우에는 시정명령의 내용 및 이행기한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한다. 시정명령의 내용에는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등 근로조건의 개선 및 적절한 금전보상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시정명령이 확정된 이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3. 차별금지법의 한계

첫째, 사업장 단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이다. 동일한 사용자에게 고용된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차별만이 문제가 될 뿐인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중에서 용역노동자나 사내하청 노동자 등은 해당사항이 없게 된다.
두 번째로는 사용자의 직군분리 등 비교대상의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총은 지침을 내려서 ‘차별은 비교대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면 차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이 없으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하여 운영되는 기업의 작업환경을 직무와 일의 역할 등에 따라 구분하고 근로자를 각각 배치

하여 운영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조직체계를 업무의 동종, 유사성 판단을 어렵게 변경하는 사례가 많은데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직군분리, 직무분리제 등이 그것이다.
셋째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 사항들을 변화시켜서 차별을 합법화한다. 경총은 ‘별개의 비정규직 근로자 취업규칙을 만들어라, 각 직무에 대하여 직무분석, 평가를 실시한 후 직무가치에 차이가 있음을 설명하는 자료를 작성하여 법적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라’고 각 기업에 조언한다. 임금체계를 합리적 직무평가와 개인의 경쟁력 내지 성과를 고려하여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직노동자에게 연공급이 적용되고, 기간제 노동자에게는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경우, 또는 채용기준(요건), 채용방법 및 절차의 차이, 자격증, 학력을 구분하여 채용하는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 작성하는 경우, 비정규노동자의 단기고용이라는 특성에 근거하여 차별제도를 마련하면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차별시정위원회 도입 결과 예상되는 상황

차별시정위원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자본이 취약하여 인사노무관리 조차 없는 영세 중소 사업장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차별제도 도입 방식을 지도>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것이 간접고용의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지고 있다. 기존의 위장도급과 같은 형태일 수도 있으나 현재적 시점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제거하면서 간접고용으로 갈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는 개별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보다 기업의 차별시스템의 개선으로 향하여야 하나 특정노동자에 대하여 차별로 인정될 경우 사용자는 전체에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로 계속 불복할 것이고 4~5년간의 소송기간을 노동자는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차별시정위원회는 전사회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양산, 고착, 영구화, 구조화, 합법화할 것이라고 본다.

5. 차별시정위원회 참여의 문제점

민주노총은 차별시정위원회 참여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칙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위원회에 들어가는 원칙은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목표는 비정규직 철폐, 사유제한 도입을 통한 비정규직 제한이다.
그런데 차별시정위원회 개입과 통제는 가능한가?
1998년 민주노총 노동위원회 사업 개입 10년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해볼 때, 구제율은 매해 부당해고 20%, 부당노동행위 10%로 노동위원회 개입이 없더라도 법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위원회 불참 시 정권이 제도 내로 흡수하기 위한 전향적 조치로 기대되는 효과를 고려하였을 때 민주노총이 노동위원회 사업을 통해 노동자 중심의 노동위원회를 건설한다는 목적은 과도하거나 실패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어떻게 싸우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싸움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다음의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로, 차별시정위원회를 통해 차별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차별시정위원회 개입은 소모적인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자위원은 전국의 간부중심의 핵심활동가로 현재 12개 지노위, 중노위 약 150명이다. 7월 1일부터 차별시정위원회 도입으로 노동위원회 참가 위원은 기존에서 2배로 늘어난 상태이다. 모법인 비정규법안이 이미 제정되었고, 시행령 개입에 노동계가 사실상 개입하기 어려운 현재의 역량을 고려하건대, 비정규법안과 시행령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차별시정위원회가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리가 그토록 손대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기존의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으로도 구제율이 20% 이하에 불과한 상황에서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기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건대 핵심역량 300명을 상시적으로 배치하는 사업은 역량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둘째로, 비정규법안 재개정운동과 차별시정위원회 참여는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정전치주의 폐지를 외치며 그 투쟁을 지도하여야 할 간부들은 조정회의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조정전치주의 폐기를 위한 사업과 구호는 사라지고 있다. 차별시정위원회 참여 역시 비정규법안 재개정운동이라는 전선을 흐리게 하고 빠른 속도로 개정된 법에 우리의 요구를 수정하게 되지 않을까. 집시법 개악에 맞서 집시법 재개정운동을 선언하였지만 불과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개정법에 맞추어 집회신고서식을 바꾸고 '합법'의 굴레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6. 차별시정위원회 거부 투쟁의 의미

현재 비정규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외주화, 직무급도입을 통해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음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노동부의 연구 용역에 참여한 교수들도 차별시정위원회가 현실성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노동계 내부에서는 개정 비정규법안의 폐기투쟁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구체적 사업을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차별시정위원회에 구성을 거부하는 것은 ⅰ)비정규법안이 반노동자 악법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업이자 ⅱ)비정규법안 재개정운동을 위한 시작하는 의미이며, ⅲ)비정규법안 폐기를 위한 구체적, 현실적 사업으로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고, ⅴ)차별시정위원회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ⅵ)노동위원회의 반노동자성에 대한 규탄 및 개혁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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