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
유현경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
1. 들어가며
2006년 8월 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되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해서, 합리적 인적자원 운영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그 시작에서부터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비정규보호법이라는 명분의 악법을 공공부문에서부터 선도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공공부문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된 이후 12월 22일 법원행정처는 계약직 경비원 40여명을 계약해지하였고,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노조(현 평생교육노조)의 2005년 66일간의 총파업으로 쟁취한 2007년 정규직 전환 합의는 2007년 5월 무기계약전환계획에 맞춰 발표하겠다는 입장만 제출될 뿐이다. 12월 31일 서울대 병원은 단계적 정규직화에 대한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2년 미만 비정규직 20명을 계약해지 하였다. 같은 날 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원 113명을 계약해지 하고 자회사인 KTX 관광레저에 위탁시켰다. 또한 철도공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KTX 승무원의 농성은 이미 1년을 넘어 장기화되고 있다. 또한 1만2천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비정규법을 이유로 최근 무더기 계약해지와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사례들이 발생하여 전국의 50곳이 넘는 학교에서 현재 투쟁 중에 있으며, 그 외 각종 공공기관에서는 무기계약 전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와 외주화 계획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와 관련하여 “공공기관들의 해고 사태는 비정규직 대책에 상관없이 조직관련법 등 기관별로 관계법령이 바뀌거나 애초부터 외주화 계획을 갖춘 고용 방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과는 상관없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하며,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인사관리 지침서’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금의 해고사태에 대해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이라고 선전해댔던 장밋빛 대책은 간데 없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책임 떠넘기기만이 난무하고 있다.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계약화와 외주화 대책으로 인한 해고와 고용불안, 비정규직 남용과 확산의 정당화, 허울뿐인 차별시정이라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은 이미 비정규직 양산의 본질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비정규보호법안의 실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현재까지 진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의 진행경과와 그로 인한 실상을 살펴보고, 우리의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만들어낸 무기계약 전환의 실상
○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추진 과정
정부는 2006년 8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이 대책에 의해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시도교육청, 313개 공기업 및 산하기관에 해당기관의 상시지속업무를 파악하여 무기계약 전환 계획과 외주화 타당성 검토 요구서를 제출하게 하였고, 2007년 4월 기획예산처 협의와 5월중 노동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 하에 지난 2006년 12월 행자부는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 및 1년 이상 기간제근로자 관리지침’을 발표하였고, 2007년 4월 공공부문대책추진위원회는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을 배포하였으며, 3월까지 공공부문의 차별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5월에 발표될 무기근로계약전환 및 외주화 타당성 검토로 인해 현재 각 공공부문 현장에서는 심각한 고용불안과 혼란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각 기관은 노동조합에게 무기근로계약전환과 외주화 타당성 검토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도 않으며, 행자부와 추진위원회 또한 자료가 취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공식적으로 그 어떤 자료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 무기근로계약은 정규직이 아니며 정규직이 될 수도 없다.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에서는 반복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근로계약근로자)’가 담당토록 하고 다만 명백하게 기간을 정하여 사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때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04년 대책에서 그나마 확인되었던 ‘정규직화’의 최소한의 기본방향마저 뒤엎으며,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시된 무기계약근로자는 직제가 반영되지 않았던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인원이 관리되며, 정규직이 아닌 ‘고용형태’로 자리 잡아 그에 맞게 예산이 명칭 지워지고 책정된다. 2006년 12월에 발표된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 및 1년이상 기간제 근로자 관리지침」에 의하면 관리대상인 비정규직을 무기근로계약과 1년 이상 기간제노동자, 1년 이하의 기간제노동자로 분류하여 무기근로계약 및 1년이상 기간제는 행정자치부에서 그 규모를 관리하고,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는 부처별 자율적 관리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지침을 보면 별도로 인원을 관리하고 비정규직 관리규칙을 별도로 작성하도록 지침을 내렸으며 예산도 별도로 하여 통합관리 한다고 한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의 인원관리는 정규직, 무기계약직 및 1년이상 기간제노동자, 1년이하 기간제 노동자 3가지로 분리되어 관리될 것이다. 이는 각각 다른 직군을 만들어 영원히 비정규직 굴레에 가두겠다는 의도이다. 실제 무기근로계약이 정규직이라면 별도 관리규칙 없이, 각 기관별 인원관리 규정을 적용하면 되는 문제인 것이다.
○ 무기계약화 하는 업무는 가위든 사람(사용자) 마음대로 정한다!
이미 대다수의 공공기관에서는 이미 기간제노동자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하여 무기계약화하여 사용해 왔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부터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대해 비정규직을 남용해 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간제들 노동자들은 이미 무기계약화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무기근로계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하여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비정규직을 탈법적으로 남용해 왔던 정부가 ‘무기근로계약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무기근로계약노동자를 사용할 수 업무 기준을 보아도 실제 이러한 기준은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기준으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으며, 기준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실제 무기계약근로와 기간제 활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활용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무기근로계약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업무분야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이는 이러한 성격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의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 고용불안! 해마다 재평가되어 재심의를 거쳐야 하는 무기계약노동자!
2007년 5월 무기근로계약전환 대상자를 선정한 이후 매년 각 부처는 무기계약노동자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심의를 통해 매년 3월마다 새로이 인력운영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5월마다 행자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을 통해 기예처에 예산을 신청해야 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 부처의 본부 및 소속기관은 업무량, 다음연도 신규사업계획 및 사업종료계획 등을 기초로 무기계약 및 1년이상 기간제근로자의 증원․감원계획(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 포함)을 수립하여 조직관리부서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 비추어볼 때 매년마다 무기근로계약노동자는 매년 증감원의 대상이 되며, 계약서에 고용기간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해마다 행자부와 기예처의 심의과정에서 언제든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 무기계약노동자에게 고용은 보장되는가?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일하는 노동자의 기간제 사용을 문제시 했던 정부는 무기근로계약이라는 이름으로 고용보장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해마다 근무평가를 통해, 또는 무기근로계약 인력운용에 대한 정부 평가를 통해 끊임없는 고용불안은 조장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각종 지침을 통해 이제 무기계약노동자에게 고용보장이라는 것은 허구적이며, 허울뿐임이 밝혀졌다.
첫째, 채용 시부터 고용은 보장될 수 없다. 추진위가 발표한「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 표준안」에 의하면 일단 무기근로계약노동자는 기간제 노동자와 같이 묶여 관리되며, 무기근로계약노동자의 채용(계약 체결) 또한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 방법을 준용하되, 단지 근로계약기간만을 명시하지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자의 규정과는 전혀 다른 기간제법을 근거로 한 기간제노동자에 관한 사항에 따라 근로조건을 명시하되, 근로계약기간만 빠질 뿐이다.
둘째,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는다고 고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침에 의하면 해고의 사유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기계약노동자가 작성한 별도의 근로계약서에 해고의 사유가 명시된다. 따라서 무기계약노동자로 전환되거나 채용되어 일하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해고 사유를 근거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해고 할 수 있으며, 근무실적 평가를 통해 2회 이상 최하위 점수를 받을 경우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토록 하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근로기준법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업무량 변화, 예산감축, 직제와 정원이 변경되거나 없어질 시, 엿장수 마음대로 가위질 하듯, 사용자가 정한 사유에 의해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가능해져 공공부문의 상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다.
○ 무기계약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따로 평가! 고용불안과 경쟁격화로 연결된다.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에서 밝히듯이 근무실적 평가를 통하여 공공기관의 장이 근무부서의 이동, 성과급 지급 등의 해당 비정규직에 대한 인사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기존 각 기관에 적용되는 인사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비정규직에게 해당하는 근무평가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실제 각종 지침들에 의하면 무기계약근로자의 계약체결방식 또한 기존 정규직 채용방식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아니며,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체결방식에 따라 진행되며, 비정규직에게만 적용되는 별도 평가제도를 두게 된다.
일단 무기계약노동자는 기간제노동자와 함께 매년 2번 6월 30일과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계약체결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토대로 근무실적에 대하여 자기성과목표 평가서를 작성하고, 본인이 자신의 목표달성도를 평가하여 업무감독자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함께 직근 업무감독자는 이에 대한 평가를 올려 평가위원회의 최종 평가를 받게 되고, 이는 통해 결국 무기계약노동자에 대한 서열을 결정하여 이후 부서이동, 성과급, 인사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자기평가를 전제한 평가시스템 도입을 통해 결국 무기계약노동자간의 서열을 정당화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평가와 경쟁시스템을 내면화하게 하여 끊임없는 고용불안과 경쟁 격화로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별도의 비정규직 근무평가는 정규직과 동일한 승진승급의 기회도 갖지 못하는 무기근로계약노동자에게는 매년마다의 평가를 통한 해고의 기준이 되거나 무기계약 노동자들 간의 경쟁격화로 이어질 뿐이며, 사실상 차별의 고착화로 평가되고 있는 분리직군제에 다름 아닌 것이다.
○ 별도 직군을 전제하고 있는 무기근로계약! 차별의 고착화
실제 정부가 무기근로계약이 정규직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실제 무기근로계약전환 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은 전환계획서에서 정규직 정원을 늘리는 것은 예산문제와 결부되는 만큼 현실적이지 못하므로 차선책으로 무기계약에 대한 대책이 적합하다며 그 이유를 들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무기근로계약노동자들을 현행 직급체계와 달리 별도의 직급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즉, 기간제노동자의 채용방식을 따르고 별도로 평가를 진행하고, 처우도 정규직과의 차이를 전제하고 있는 무기근로계약은 차별을 고착화하기 위한 또다른 형태의 ‘무기한’ 계약직인 것이다. 분리직군제가 적용되고 있는 민간사업장의 경우 분리직군제가 임금, 승진 차별을 정당화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차이’로 둔갑시켜, ‘차이’라는 이름으로 문제제기 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러한 문제점과 의도가 분명한 분리직군제 방식을 정부가 앞장서서 확산시켜 내고 조장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공공기관 비정규직부터 성과형 직무급제 도입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정부가 발표한 「2007년 비정규보호대책」과 공공부문비정규대책 추진위에서 발표한 「인사관리 표준안」에 잘 드러나 있다. 정부는 ‘유연성과 보호의 조화’라는 기조 하에 고용안정의 탈을 쓴 ‘무기계약직’, ‘분리직군제’와 임금체계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비정규보호대책 사업의 하나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성과주의 평가매뉴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성과평가 매뉴얼 보급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직무급 확대를 위해 지역별 직무급 임금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 하에 업종, 직종별, 연령별 임금정보 등 수요자(사용자) 중심의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공공부문 비정규직부문에서부터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바로 「인사관리 표준안」에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보호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성과형 직무급제 도입이 왜 거론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고임금-고인건비-저생산성에 대한 대안으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정부․자본은 무기계약노동자 양산 및 차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분리직군에 대한 차등임금구조를 적용하고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한 해법으로 성과급 또는 직무급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여 나온 것이 바로 성과형 직무급제인 것이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 유지와 확산을 통한 고용유연화와 성과형 직무급제 도입을 통한 임금유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노동유연화의 방향을 재정립하려는 것이며, 이김에 차별이라는 이슈를 ‘차이’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특히 정규직의 임금경직성을 이유로 들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폐지하고 성과급이나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공무원, 교사, 공기업 할 것 없이 전 공공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정규직 노조의 반대로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유연화가 쉽지 않자,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부터 성과형 직무급으로 전환하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앞으로 정규직의 임금유연화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속내까지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준도 대상도 제각각인 무기계약 전환!
아직까지 전체 공공기관에서 각 기관의 비정규직 숫자와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를 다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국립대병원, 철도공사, 도시철도공사, 지자체, 정부출연기관 등 공공부문 비정규대책본부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장들을 살펴보면, 각 기관별 무기계약 전환 대상 기준이 정말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해당한다는 기준 또한 각 기관별로 주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기간제법에 의해 기간제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프로젝트성 사업, 고령자(55세 이상), 복지, 실업 대책에 의해 일자리가 제공된 경우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무기계약전환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공립병원의 경우 실제 대다수가 상시적 지속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이며, 대부분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입사한 노동자들로서 정원 및 예산이 확보되지 않이 기간제 노동자로 사용해 왔다. 이러한 기간제 노동력 활용은 사용자측 입장에서 보았을 때, 기간제법 2년 이상 사용시 정규직화를 회피하면서도 비정규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기계약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무기근로계약전환의 근거 또한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업무의 성격상 정규직과 동일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반복적인 계약 갱신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으로 무기근로계약 전환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북대의 경우 무기계약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68명은 주사실, 내시경실 등 상시업무 자리에 임시직을 배치하여 근무한 경우이나 근속년수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려는 것이며, 강원대병원의 경우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기간제 노동자 대다수가 원무직에서 일하고 있어 국공립병원들의 그 기준 또한 병원마다 자의적이고 자체의 구조조정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무기계약 전환 계획서를 살펴보면 연구기관의 중심인 연구인력이 대부분 제외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전환금지대상으로 선정하거나, 제외하고 있다. 이는 전문적 기술을 갖고 있거나 프로젝트성 사업이라는 이유로 기간제법에 의한 정규직 전환 예외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며, 일부 직종에 대해서는 ‘일시적, 간헐적, 보조적’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현실을 왜곡하기까지 하고 있다.
최근 무기근로계약 전환 직종과 인원이 공개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기간제근무 32개 직종에 대한 심사를 벌여 급식보조원, 과학실험보조원, 전산보조원, 사감, 특기적성지도자 등 18개 기간제 직종을 무기근로계약전환, 조리종사원, 사무보조원, 교무보조원, 사서 등 9개 직종은 교육부와 협의하여 전환여부 결정하기로 하여 전체 기간제 노동자 중 90%에 해당하는 1만8천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한다는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유치원종일반보조원, 유치원종일반담당강사, 초등보육강사, 기록물전산화요원, 안내원 등 5개 직종은 전환직종에서 제외했으며, 명백하게 기간을 정해 고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직종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환되는 직종이라도 구조조정 대상이거나 연령초과 종사자 등 9개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노동자들도 제외한다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 유치원종일반 강사들은 현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지만 정규직화는커녕 무기계약 전환대상에서 조차 제외되었다. 노동자들의 항의에 도교육청 담당자는 “단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기간제 노동자 우선 고려‘라는 이유로 전환 제외를 설명했다.
3. 정부의 외주화 타당성 검토 - 현재 외주화를 인정하기 위한 생색내기일 뿐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지침은 공공부문에 수많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했을 뿐 아니라, 외주․민간위탁․용역 등을 확산시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시켜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 남용을 부추기는 정부의 각종 지침은 그대로 둔 채 정부는 이제 합리적인 외주화의 기준을 마련하여 공공성이 강한 핵심업무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외주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고, 각 기관별 외주화 타당성 여부를 일제 점검하여 이미 외주화 된 부분에 대해서 직접수행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였다.
실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간접고용을 규제하고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러한 기준과 타당성을 자체 기관에 검토하게 하기 전에 이미 불법파견과 최저임금 위반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KTX, 부산지하철, 경마진흥회 등 간접고용사업장에 대한 점검과 대책부터 내놓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 그 어떤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비용절감과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수없이 진행된 외주화를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여 관계부처의 협의를 종합검토 심의하여 단계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허울 좋은 조치인가!
이미 공공부문 대책 이후 각 기관들이 발표한 외주화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통해 심각성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실제 수많은 공공기관들이 제출한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는 현재의 외주업무에 대해 계속 외주화를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국공립병원의 경우 병원의 부가업무로 분류한 청소, 주차장관리, 소방관리, 물품배달, 통신설비, 전기설비, 급식, 전산, 예약, 접수 등의 업무를 외주화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특히 전남대병원의 경우 다른 병원과는 달리 환자식당 위탁과 병동부서 원무과의 일부 인원 등까지 외주를 확대했으며, 외주화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출연기관의 경우도 청소, 경비, 식당, 운전, 시설 등 이미 외주화하여 운영하던 곳은 계속 외주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사무보조, 업무보조 등은 파견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제출되어 있다. 그 근거 또한 직접 고용했을 때는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져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에 외주화하여야 한다, 기존에 외주화 하였던 곳이다, 인건비 절감, 부가 업무이다, 외부 전문업체에 의한 체계적인 업무수행이 필요하다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는 유일하게 경상남도만 외주화 타당성 검토서를 제출했는데, 경상남도는 현재 민간위탁, 용역 등 외주형태로 운영하는 33개 업무를 업무 성격으로 구분했을 때 17개 업무가 핵심업무, 16개 업무가 주변업무로 구분되었다. 33개 업무 중에서 단 1개의 핵심업무(문화예술회관 운영관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주화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에서 주변업무는 전부 외주화시킬 수 있고, 핵심업무라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효과 등 광범위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으면 외주화가 가능하다고 한 바 있다. 상시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정원과 예산 통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비정규직을 늘려왔으며, 다른 한편으로 이에 대응하여 인위적으로 핵심업무와 주변업무, 혹은 전문업무와 단순업무를 구분하고, 주변업무, 단순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화와 외주화를 실시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기조 하에 진행된 외주화 타당성 검토는 보나마나 효율성의 논리로 이미 외주화된 부분을 인정하기 위한 생색내기식 작업에 불과하다. 또한 이는 애시 당초 정부가 외주화로 인한 공공성, 공정성, 노동자 권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외주화를 확산시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4. 정부대책에서 건질 것은 없다! 무기계약 반대․정규직화 쟁취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하자!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발표에서부터 비정규악법 통과, 그리고 각종 무기계약 및 외주화 관련 지침들이 나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대책에서 건질 것이 하나도 없음은 자명해 지고 있다. 수많은 공공부문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단기계약, 계약해지, 평가체계 도입, 외주화 전환 등의 구조조정 계획은 정부대책의 실상을 여과없이 잘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정부대책에서 건질 것은 없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실질적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이 고려되어야 한다.
○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걷어내자!
정부 대책과 각종 지침, 기관들의 무기계약전환 계획서에 의해 이제 무기근로계약이 의미하는 바는 ‘정규직화’가 절대 아니며, 또 다른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점이 확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예외없는 무기근로계약 전환’, ‘직종 제외없는 무기계약화’는 우리의 투쟁목표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일각에선 무기근로계약을 단계적 정규직화로 사고하거나 정규직화를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무기계약화는 몇 퍼센트 부족한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한’ ‘기간제’ 노동자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의 비정규직 활용 술책에 지나지 않다.
이렇듯 정부의 의도가 분명한데 우리 내부엔 무기근로계약 전환이라도 얻어 일정정도의 고용보장을 얻어 내자든지, 외주화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무기계약전환을 요구해야 한다든지, 무기계약 전환 이후 차별시정을 요구하면 된다든지 하는 이러한 논의와 주장이 존재하고, 이는 우리의 투쟁 전선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이렇듯 여전히 이데올로기적으로 많은 교란 요인이 존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심각한 고용불안을 피부로 느끼고는 있으나 무기계약전환 대상자 발표 전까지 폭풍전의 고요처럼 숨죽이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혼란과 교란요인이 많을수록 투쟁의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이제 “무기계약 반대! 정규직화 쟁취!”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러한 기치 하에서 투쟁을 조직해 내자.
○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으로 확장시키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제출된 ‘무기근로계약 전환’과 ‘합리적 외주화’라는 것은 단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나 권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전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내부엔 비정규직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제출되었다고 해서 이것을 비정규직들만의 문제로 분리하여 사고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대책의 내용을 통해 무기근로계약전환과 외주화를 통한 고용유연화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축소와 성과형 직무급 확산을 통한 임금유연화, 성과급과 연동한 각종 평가시스템 확대 등의 총체적인 구조조정을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으로 시작될 뿐이다.
무기근로계약 전환은 분리직군제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분리직군제를 위해서는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이 하는 모든 업무에 대한 직무분석과 업무평가, 전환배치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직무성과급 도입이라는 임금유연화와 각종 평가체계 확산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분리직군제를 전제로 한 무기계약은 이후 외주화의 일차적 대상이 될 것이며, 일상적 직무분석과 평가로 인해 정규직 비정규직 할것 없이 상시적 외주화의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이것은 구조조정의 대상을 상시적으로 만들어 놓게 되는 것이며, 외주화에 ‘합리적’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은 공공부문의 총체적인 구조조정을 분쇄하기 위한 전체의 과제이며 그 시작이다. 그러나 현재 공공부문 전 노동자들이 떨쳐 일어서야 할 지금, 아직 대다수의 정규직노동자들은 이 문제를 구조조정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며, 자신의 과제로 받아 안고 있지도 못하다.
이러한 현장 상황에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을 하기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에도 KTX 승무원,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 철도 비정규직, 도시철도 비정규직, 노동부 일용직, 노사발전재단 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공립유치원강사, 병원사업장 비정규직 등이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가열차게 투쟁하고 있다.
지금 먼저 떨쳐 일어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눈앞에 닥친 문제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총체적 구조조정 전략이 비정규직대책이라는 이름으로도 어떻게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정규직노동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선동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투쟁을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으로 확대시켜내야 한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투쟁은 비정규악법을 막아내기 위한 전초전임을 인식하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은 공공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비정규악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대책을 통해 비정규법을 시행하려 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투쟁은 노동법 개악을 막아내기 위한 전초전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과정에서도 이것이 단지 공공부문으로 국한하지 않도록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계획과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비정규법 폐기를 위한 선도적인 투쟁이기 때문에 비정규법 폐기 투쟁 전선과 분리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 단위현장의 무기계약전환 반대! 정규직화 투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폐기․실질적 비정규직 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의 전국적 전선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5월 중순 정부의 무기계약전환 대상 발표 시기에 맞춰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투쟁이 준비되고 있다. 비정규악법의 앞잡이인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을 폐기하고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한 선도적인 투쟁이 고립되지 않도록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에 모두가 집중하여 연대하고,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한 6월 총력투쟁으로 이어가야 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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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은 노동법 개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 법안이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법임을 드러내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으로 인해서 이미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한 단협 조항을 위반하고, 외주화의 전단계로서 무기근로계약에 대한 안을 내놓거나, 장기 계약직에 대한 계약해지를 일삼는 등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는 동지들이 있습니다. 이 투쟁은 비록 아직은 고립되고 힘들지만 이 투쟁으로부터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불씨를 살려나가고, 그리하여 더 큰 들불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 바람을 특집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