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서의
문제점과 이후 투쟁 방향
류남미 | 의료연대지부 전 교육부장
1. 5개 국립대병원 전환계획서 내용 총괄
2. 국립대병원 무기계약 전환 계획서의 문제점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평균 20~30%로 사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국립대병원이 그간 정부의 각종 구조조정 지침에 따라 정원을 통제하고 비정규직을 확대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확대 원인을 해소하고 현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 편으로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또 다른 이름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지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①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의료연대 산하 5개 국립대병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서를 검토하면 일관되게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측의 전환계획서 곳곳에서 무기계약직이 현재의 정규직과는 다른 또 다른 직제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대병원은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임금체계에서 ‘별도직 신설’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기존의 비정규직 단시간 근무자의 경우 근무시간(정규직 월 소정근로시간 184시간, 단시간 근무자 월 170시간 혹은 150시간)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제주대병원의 경우 기존의 정규직과 다른 임금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의 안을 보면 직무분석을 통해 부서의 인원을 재조정하면서 상시·일반 업무의 비정규직 중 일부는 기존의 정규직으로 편입시키고, 일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하고 있는 상태이다.
② 전환 규모 및 특정 직종 배제 문제
현재 제출된 전환계획서 상에는 전체 기간제 노동자의 약 47%만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하고 있다. 53%의 기간제 노동자들은 여전히 기간제 비정규직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이후 기간제법과 맞물려 계약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은 상태이다. 이는 이미 서울대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2년 이상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한 해고’에서도 여실히 보여지는 바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대체직 68명은 휴직 및 출산휴가 등을 대체하는 인원이기에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분회 확인 결과 주사실, 내시경실 등 상시업무 자리에 임시직을 배치하여 근속년수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38명의 기간제 노동자 중 26명이 ‘원무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또한 서울대병원도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530명 대다수가 ‘단시간 근무자’이고 이들 중 다수가 ‘보건직’ 및 ‘운영기능직’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즉 사측은 이들의 업무가 상시지속적인 업무 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사측이 이야기하는 ‘비핵심 업무’로 분류된 업무를 기간제 노동자로 유지시키려 하는 것이다.
경상대병원의 계획서에서도 ‘일시적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시간제 근로자 채용의 경우 환자와 직접적 접촉 등을 고려할 때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에서 비정규직의 문제는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되어 있는데도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유지시키면서 1~2년 단위로 교체하는 것은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③ 구조조정의 시발점
서울대병원은 2006년 노사합의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원 206명 등 215명 이외의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직종별·부서별 직무분석을 한 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구분하고, 적정인력을 산출하여 부서별로 인력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간 병원에서의 직무분석은 근무시간 재조정, 배치전환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져왔다. 또한 이는 사측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정규직-비정규직 업무를 구분하고 비정규직의 업무 또한 무기계약직-기간제-임시직-파견-외주로 구분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은행 사례 및 비정규법 통과 이후 정부와 자본의 ‘직무성과급’ 움직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업무에 따른 고용형태의 구분을 넘어 임금형태의 구분까지 연동시켜 나갈 것이다.
④ ‘비정규직 정규직화’ 성과를 거꾸로 돌리는 비정규 대책
그간 병원 사업장에서는 노조의 끈질긴 투쟁으로 상당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만들어왔다. 경북대병원은 2000년 34일 파업투쟁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노사합의로 약 3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다. 서울대병원 또한 2006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대부분의 병원이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켜왔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사측의 무기계약직 전환계획은 그간 노조가 쟁취한 정규직화 투쟁의 성과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비정규대책을 이유로 2006년 합의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한 합의사항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것이었으나, 이후에는 정규직과 차별을 두는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⑤ 이후의 신규채용은?
현재 사측의 무기계약직 전환계획서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전환계획, 그것도 부분적인 전환 계획만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후 환자 수 증가 및 병원 확장에 따라 신규 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대부분의 병원이 이후 병원 확장, 병동 확장 계획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규로 채용하는 인원은 과연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인가? 그간 사측의 행태를 본다면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즉 여전히 몇 년이 지나면 현재와 같은 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의료연대 투쟁계획
이미 서울대병원은 2년 이상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해지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6년 임단협 과정에서 합의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조차도 정부 대책을 핑계 삼아 이행하고 있지 않다. 또한 사립대병원인 동산의료원에서는 차별시정을 피하기 위해 환자식당을 아예 외주화 하고 현재 환자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 40여명을 정리해고하려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간담회 진행, 조합원 선전전 및 간담회를 시작으로 피켓팅을 진행하면서 투쟁 수위를 높여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동산의료원분회의 경우 환자식당 계약직 노동자 35명이 노조와의 간담회를 통해 노조로 가입하였고, 매주 모임을 가지면서 각종 토론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계약직 조합원들은 환자보호자들에게 호소문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한편, 외주화 저지를 위한 리본달기를 진행하면서 이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연대지부는 지난 3월 23일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및 비정규법 개악에 맞서 1>비정규직 조직화, 2>비정규법안 및 정부 종합대책의 문제점을 폭로 및 전면무효화, 3>사업장별 개별 투쟁을 넘어선 의료연대 차원의 공동투쟁 등의 목표를 가지고 임단협 돌입 전부터 비정규법 전면 무효화를 위한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료연대지부는 3월 말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직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한 편, 4월 초부터 조합원 교육 및 간담회, 선전전 등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선전사업을 진행하고, 4월 중순 비정규법안의 문제점 폭로하는 환자보호자 선전전 및 대국민 선전전 등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공공노조 투쟁계획과 연계하여 전 조합원 리본달기 및 5월 초 집회투쟁을 계획하고 있으며, 5월 말 이후에는 임단협과 연계하여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진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