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의 비정규직 운영방안과
그에 맞선 투쟁
이택진 | 전국철도노동조합 조직국장
1. 철도공사 비정규직 운영방안
철도 공사가 건교부에 제출한 ‘비정규 계약직 운영안’을 보면, “고용안정과 동시에 전면적 차별 해소가 현실적으로 곤란한 실정을 감안, 800여 명은 외주위탁 및 감축하고, 2,000여명만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200여명은비정규 법 예외조항으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환경관리원(3월31일), 영양사, 경비원 등 일부 독립 업무를 먼저 외주화하고, 동일 유사업무는 별도직군을 신설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되, 이후 비정규직을 포함한 ‘철도경영개선 종합대책’의 자구노력(인력감축)을 금년부터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공사는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의 투쟁으로 비정규직 탄압하는 대표 공사로 이미지가 실추되어 있기에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해서 무기계약 전환을 시도하려고 한다. 작년 비정규직 임금 교섭으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예산을 230억 규모로 확보한 상태로, 이 예산을 무기계약 전환 비용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공사의 비정규직 운영방안에서 보면 무기계약에 대해 별도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을 정비한다고 하고, 부분적인 차별처우를 개선을 위해 임금, 후생복지를 단계적으로 직군별로 상향하려고 한다. 보수 수준을 별도직군의 3개 그룹 기준으로 기본급 단일화로 단계적으로 인상, 기타 복지후생분야는 합리적 차별을 제외하고 정규직과 동일 적용하겠다고 말한다.
2. 공사의 무기근로계약화를 비롯한 비정규직 운영방안의 문제점
공사의 무기근로계약 전환 계획은 3,000명 중 2,000이라는 선별적 무기계약화라는 방식과 규모도 문제이지만, 무기계약의 내용 또한 별도직군을 신설하여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의 차별을 온존시키는 편법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58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되 55세 이상부터는 고령자 허용에 따른 기간제로 운영하고, 임금은 정규직의 70~80% 수준으로 하되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에 따른 차별 임금체계를 유지하며, 별도의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을 제정하여 정규직과의 합리적인 차별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업지원직, 사무지원직 등 별도직군 신설은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해온 동일-유사한 업무를 형식적으로 구분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차별의 조건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렇게 합리적인 차별의 조건이 만들어지면, 이제 임금이나 노동조건에서 무기한 차별받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직제(상용직 갑, 을, 병)가 신설되면서 별도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 따라 차별은 고착화되며, 평생 한 가지 업무(수송은 수송업무만, 매표는 매표업무만, 시설은 시설업무만)만 해야 하는 것이고, 언제든지 외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무기계약근로자화이다.
그런데다가 ‘무기계약 인사관리 표준안’에 의하면 공사에 무제한의 해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매년 직무평가와 업무량 변화 및 예산감축 등이 해고사유에 들어가는 것이다. 결코 고용안정도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인사관리 표준안에는 ‘생산성을 반영한 직무급 도입’을 명시하여 정규직 연공급 임금체계 공격의 명분을 쌓으려고 한다.
벌써부터 공사는 업무분리를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06년 말 계약서 작성 당시 영업분야에는 ‘전환배치 동의’, 시설분야에는 ‘계약기간의 조정’이라는 독소조합이 삽입되고, 근무내용에는 단순 반복업무나 빈칸으로 작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부산창비창에서처럼 계약서를 위조하거나, 계약서조차 교부하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 일부에선 코비스에 일일업무 기재시 비정규직 실재 업무를 축소하여 단순 업무만 기재하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업무를 완전하고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①특정업무를 단일직종만으로 수행토록 하고 ②혼재업무에 대한 직무기술서(업무요소 구성)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868명은 기간제 근로자 운영에서 위탁과 업무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계약해지가 될 것이다. 이미 06년 3,100여명이던 비정규직을 07년에는 2,800여명으로 줄이며, 새마을호 승무원을 포함하여 300여명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외주화했다. 따라서 803명 중 일부는 계약해지에 맞서 저항에 나설 것이다. 또한 공사안을 기초로 노사협의를 병행하겠다고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
3. 구조조정과의 연관성
무기계약 근로자화는 비정규직 법과 정부대책에 따른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 정비로 보아야 한다. 공사는 저임금으로 자신의 직종에 따른 업무만(매표업무 무기계약근로자는 매표업무만을 해야 하고, 수송업무 무기계약 근로자는 수송업무만을 담당해야 함) 수행하는 무기계약근로자를 선호할 것이다. 합리적 외주화의 요건이 정비되고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 될 경우에는 언제든 자기담당 업무만을 하는 무기계약근로자를 외주화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 차별인 ‘무기계약근로’와 ‘합리적 외주화’는 동전의 양면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무기계약화는 철도의 구조조정과 연관이 있다. 철도공사의 무기계약은 3개 별도직군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즉 현업지원직, 사무지원직, 일반독립지원직으로 나누어서 각 직군별 기본급에 차등을 두면서 각 직무 평가에 따라 차별적 임금설계를 한다. 연공급 체계가 아닌 직무-성과형 임금체계이다.
그것은 바로 이미 공사에서 내놓은 ERP(전사적자원관리)는 구조조정의 도구와 연관되는데, 그 내용은 노동강도 강화와, 성과급제와 연봉제 확대이다. 지난 3월 공사는 신인사제도 관련 33개 항목 노사협의를 요구했고 ERP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즉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은 공사에 적합한 직무기반과 성과주의, 역량 중심의 인사관리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공사는 본사/지사 STAFF 3~6급까지 연봉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며, 성과급은 소속별 차등지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인별 차등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신인사제도는 직급체계(직능급자격제도), 급여체계(직능급), 승진급체계(실적) 등으로 기존의 단협을 파괴한다. 신인사제도가 철도에 정착되면 더 이상 고용안정은 없다. 집단적 노사관계는 해체되고, 처절한 생존경쟁만이 있을 것이다.
4.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철도노조는 4월말~5월 직접고용 비정규직 철폐 집중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4월말~5월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시작으로 KTX-새마을호 승무원 투쟁을 지원하고 7월부터 시행되는 차별금지 및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내야 할 과제가 철도노조에 부여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철도노조 미비실 확대위원회의(비정규직 대표 40명 참석)에서는 07년 비정규사업계획 및 조직화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리고 기간제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4월 중순부터 투쟁 결의를 위한 지방본부 간부 및 지부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에 최대한 비정규직 조합원을 조직하고 교육사업을 하면서 이후 직접고용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주체적으로 나서도록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이 KTX-새마을호 투쟁과 결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4월 22일에는 서울지방본부 및 3개창 지방본부 비정규직 대표자회의에서 ‘비정규직 철폐투쟁 실천단’ 구성 결의하였다. 비정규직 철폐 실천단은 비정규직 조합원 스스로가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책임진다는 자세와 기풍을 형성하며, 5월 초순에는 준비모임의 결의를 모아서 천막농성에 돌입할 것이다. 천막농성을 거점으로 매일 비정규직 조합원 토론회와 결의대회를 만들어나가고, 현장순회 및 선전전을 전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