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여론의 화살을 누군가 옮기려 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지난 7월 조선일보의 선빵으로 시작 된 옛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의 핵심은 누가 보아도 삼성재벌이 주도하고 있는 현 한국사회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도청과 관련된 전 안기부 차장이 구속 되고, 그 당시 안기부장까지 소환 될 예정이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번만은 반드시 삼성자본의 권력 구조를 파해 치는 기회로 잡아야 한다는 민중들의 기대가 어쩌면 헛된 꿈은 아닌가 하는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여야4당에서 X파일과 관련해 각각 특검법, 특별법을 내놓은 상태지만 삼성 파헤치기 급물살은 좀처럼 탈 줄을 모른다. 안기부 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를 사생활 침해와 동등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가? 도감청은 이미 불법이기에 삼성자본의 정국 뒤흔들기가 묻어두어야 할 사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삼성자본의 믿을 구석을 살펴보면 지금의 당당함의 근거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겠다만 말이다. 일명 X파일의 내용이 공개되어야 하는 것은 삼성 재벌의 몇몇을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지 않는가? X파일의 공개로 97년 대선 당시 구조조정본부의 대선자금 불법 지원, 검찰 특수부출신 검사를 끊임없이 기업 법무팀으로 유입시키는 치밀함,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이데올로기 작업들 등 삼성공화국을 실현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혀져야 하고, 삼성을 중심으로 얽혀있는 정치ㆍ검찰ㆍ언론의 유착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돌파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탈법, 불법도 세계 초일류
현재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현안들의 출발점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소유ㆍ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는데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의 목적이라는 사업적인 이익 추구 과정마저 역행하는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저가발행 사건은 불법적이고 변칙적인 세습의 단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계열사의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총수 일가의 지분 확장을 위한 몸부림은 끝이 날 줄 모르는 것이다.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업무상 배임이라는 유죄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바로 항소를 재기함으로서 또 다시 삼성자본의 정보와 인맥이 무혐의 처리를 위해 총 동원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고 있는 바이다. 또한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에 대한 무효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점도 남아있다.
삼성 총수 일가의 탈법, 불법 자행은 전환사채 저가발행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진행되었던 삼성의 공정거래법(11조)*에 대한 헌법 소원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 (24조)** 위반 여부는 각 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핵심사안 중 하나였다.
금산법은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소유를 5%로 제한하고 있지만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54%(2005년 6월)를 7년째 소유하는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 또한 삼성전자 주식 7.26%를 보유함으로써 실정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이러한 삼성 재벌의 불법, 탈법 행위는 기업의 이익과는 무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공정거래법과 금산법에 대한 삼성의 대응은 현행법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법의 잣대를 바꿔내려는 노력으로 방향이 맞춰져 있다. 이점은 금융 부분을 분리해내고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해 지배구조 시비에서 벗어난 LG그룹과 또 다른 면이라 할 수 있다. - 물론 LG(GS)그룹이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권력 유착관계의 해체가 곧 삼성공화국의 해체이다.
X파일 사건과 삼성재벌을 둘러 싼 현안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행보는 과거 자행된, 권력에 의한 민중억압이 또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도청을 주도했던 옛 안기부(국정원) 주도세력에 대한 구속이 이어지면서 삼성과 이건희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고, 재벌 주도로 자행되고 있는 정국 다스리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언론과, 경제 운운하는 정권, -감히 불법을 저지른- 도청 책임자들을 잡아들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검찰, 그리고 이들을 견고히 엮고 있는 삼성이라는 재벌의 유착관계는 결국 국민경제를 파국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비용은 고스란히 민중들의 손에 맡겨질 것이고, 삼성 총수 일가의 대를 잇는 권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권력 유착과,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재벌의 세습, 지배구조의 재생산은 기업의 투명한 경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 사회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X파일은 완전히 공개되어야 하며, 이를 발판으로 법체계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는 삼성 공화국의 재생산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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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조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계열회사주식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1992.12.8, 1996.12.30, 2002.1.26, 2004.12.31>
1.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경우
2. 보험자산의 효율적인 운용·관리를 위하여 보험업법 등에 의한 승인 등을 얻어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경우
3. 당해 국내 계열회사(증권거래법의 규정에 의한 주권상장법인 또는 협회등록법인에 한한다)의 주주총회에서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사항을 결의하는 경우. 이 경우 그 계열회사의 주식 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는 그 계열회사에 대하여 특수 관계인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를 제외한 자가 행사할 수 있는 주식수를 합하여 그 계열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가.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나. 정관 변경
다. 그 계열회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부분의 다른 회사로의 양도
**제24조 (다른 회사의 주식소유한도) ①금융기관 및 그 금융기관과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기관(이하 "동일계열 금융기관"이라 한다)은 다음 각 호의 1의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당해 금융기관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 의하여 인가·승인 등을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개정 1998.1.8>
1.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2.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금융기관 또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이 당해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제1항에서 "기업집단"이라 함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의 규정에 의한 기업집단을 말한다.
③금융감독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승인을 함에 있어서는 당해 주식소유가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미리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여야 한다.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인가·승인 등을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개정 1998.1.8>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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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