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청계천 복원공사의 완공식과 그 행사를 알리기 위한 온갖 홍보물을 바라보는 심정이 그리 편하지 않은 건 왜일까? 애초 서울시는 복원사업을 실시하면서 청계천복원사업이 ‘600년 고도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성 회복’, ‘자연과 인간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공간 창출’, ‘도심활성화로 국제 금융·비즈니스 거점 조성’을 통해 ‘21세기 문화 환경 도시 서울’을 조성하는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선전했었다. 이 말들이 사실이라면 청계천복원공사는 그동안 개발과 성장의 논리에 밀려 있던 서울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되살리는 역사적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완공을 앞 둔 청계천을 보면서 이러한 말들이 그저 공사를 위한 문구에 지나지 않았고, 그만큼 청계천 복원이 애초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10월 1일을 기다리는 심정이 씁쓸하기만 하다.
일하다 보면 내 몸에서 녹 냄새가 나는 지 잘 몰라. 그런데 하루는 집에 가서 포옹 신고를 하는데 아내가 녹 냄새를 맡더군. 고마웠어. 내 존재를 알아주니 말이야… 장기 계획? 확실한 건 없어. 청계천에 들어온 지 26년째인데 솔직히 다른 데로 옮긴다는 게 쉽나? 우리 같은 금형이나 기계 산업은 옮기면 망하기 십상이야. 기계나 금형 같은 산업은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거든. 서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옮기라고 하면 인맥이나 일하는 네트워크가 외해 될 수밖에 없잖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하겠지만 어디 그 공백을 서울시나 정부에서 메워주나? … 요샌 그냥 장기나 두는 게 편해. 뭐 사람들도 복원공사나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별 말도 없고 … 앞으로 2년 동안 내가 어떻게 소멸해 가는지 봐 두게. 그게 청계천의 역사일 거야
- 이용진 (을지로 3가 대진정밀)
위의 글은 문화연대에서 지난 2003년 진행한 청계천 답사에서 만난 한 상인의 인터뷰 기록이다. 서울시의 ‘복원’공사가 오히려 ‘소멸’을 불러온다는 그 아이러니가 지금의 청계천에 대한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서울시는 청계천복원공사가 ‘세계사회에서 도심하천을 복원한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청계천복원공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시작되었는지 그 첫 출발부터 다시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사회 각 층에서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제시되었다. 청계천 환경복원에는 찬성하되 그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 용수를 끌어 대는 인공공원 대신 상류지천부터 살려야 한다는 자연생태론, 매몰되거나 사라져 가는 문화재를 발굴하고 지켜야 한다는 원형복원론, 천변 상인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민주절차론, 고층·고밀화와 난개발을 막고 상인대책과 교통대책을 등을 실제로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대책론, 황학동 벼룩시장과 같은 청계천의 기존 문화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문화복원론 등 여러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불도저 행정으로 이러한 모든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만의 ‘청계천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이미지는 ‘47년 만에 다시 흐르는 청계천의 물길’이란 말처럼 겉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 일뿐이다.
서울시에서 가시화된 청계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동안 복원공사는 애초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시는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조례까지 제정해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위원회에서 심의 거부한 청계천 복원사업의 실시설계안을 혼자서 확정짓고 밀어붙이기 공사를 강행하였다. 또한 청계천을 대변하는 역사유적물인 광통교와 양안석축을 훼손하여 고발당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서울시는 상인과 시민들의 협조로 청계천복원공사가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고 하지만 청계천 노점상에 대한 강압적 철거와 이주대책이 없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삼일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청계천복원공사를 진두지휘하였던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은 주변 재개발 과정에서의 뇌물수수가 문제가 되어 구속되기도 하였다.
청계천 복원의 의미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고, 자연과 인간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공간 창출에 있다면 서울시가 보여준 그간의 행태와 완공을 앞둔 청계천의 모습은 그러한 취지를 너무나 무색케※ 사진 출처 : 에이블뉴스(http://www.ablenews.co.kr) / 보행로가 너무 비좁아 장애인들이 통행하는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고 있다. 시멘트 옹벽과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다 쓰는 유지용수 방식, 제자리를 잃고 전혀 다른 곳에 복원된 문화재, 보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는 청계천변, 장애인의 접근권을 고려하지 않은 보행체계, 청계천 문화의 핵심이었던 수많은 상가와 노점상들에 대한 전면철거형 재개발 등등.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청계천 복원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으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그 숱한 논쟁 속에서도 시민이 복원에 찬성하고, 기대했던 모습은 결코 지금의 것이 아니었다.
서울시의 청계천복원사업은 천변의 역사, 문화, 환경을 가시화한다면서도 실상 역사, 문화, 환경과 천변의 삶과 공간이 맺는 관계나 맥락들을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청계천은 전근대로부터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결을 간직한 시간적·공간적·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청계천을 복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가 도를 뜯어내고 물을 다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청계천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특징들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청계천의 입체적이고 가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복원공사에 충실했다면 청계천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최근 청계천에서 잉어 떼가 보이고, 황조롱이 등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는 물론 환영한말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여 지는 이미지 이면에 숨어있는 청계천의 진실, 우리가 청계천복원공사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청계천 복원이 단순히 회색빛 도시 서울에서 푸른 물줄기를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 성장의 폭압적 그늘 아래 훼손된 서울의 본 모습을 되살리는 작업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부터 청계천 바로보기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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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