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권연대의 기관지 월간평화연대

군대의 여성화, 여성평화운동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 간다. 무슨 근거로,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보다 안전하지?

김정일이가 자폐증 걸려서 자살하고 싶으면 남한은 핵으로 콩가루 만들 수 있다는 거 모르나? 즉, 80~90년대 남녀가 불평등했던 시대의 자료만 들고 와서 출처, 연도 싹 지우고 아직도 평등하지 않다고 거짓말 치지 말고 군대나 가고, 나라를 위해 먼저 하고 말할 자격을 쥐꼬리만큼이라도 만들고 남녀평등 외쳐라 응? (프리첼 토크박스 중)


이따구의 얘기들을 정말 1999년 군가산점제 위헌판결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정말 어이가 없고 대꾸할 가치를 못 느끼는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이라 개가 짖나 하고 넘어갔는데 2003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특집기사, 최근 국회안보포럼의 토론회 ‘안보! 남성만의 영역인가?’ 등을 통해 (아직 공론화라고 하기까지는 뭐하지만) 이에 대해 이성적인 문제제기들이 여기저기서 주장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러한 논의가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면 현재 군이나 국방부가 전혀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의지나 논의가 없기 때문이고 또 대다수의 시민(특히 남성들)들이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오빠가 지켜줄게 논리든 여성은 대신 출산과 양육을 하고 있다는 논리건 간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성 징병이 현실화 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오늘의 논의가 여성 징병에 대한 논의보다는 앞으로 군대의 여성화(여성 징병 요구나 모병제 이후 군대내 여성 수의 증가 등)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텐데 이에 대한 우리(평화운동, 여성운동)의 입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가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또 평화수호자로서의 군대의 역할은 과연 가능한가, 그러한 역할을 증진시키기 위해 군대에의 여성참여는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유엔 안보리 1325호 결의) 등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이다.


군대의 여성화


사실상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많이 없어진 이후 서구의 군대는 신병모집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화씨 9·11이라는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하는 장면처럼 국가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수 인종 남성들이나 혹은 여성들에게 신병모집을 집중하면서 그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었다. 시민권이 절실했던 소수인종, 직업을 찾고 있는 실업자들, 여성에게 제한적인 군대에 불만 있는 여성들은 군 입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많은 유럽 나라들에서 징병제도가 끝났다는 것은 여성 병사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군대내 모든 분야에 여성이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사”로서의 남성적 역할은 여전히 여성에게 굳게 닫혀 있으며 결국 권력의 서열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고용평등이나 ‘완전한’ 시민권 획득, 특히 여성에게는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까지를 포함한 평등의 개념이 이 시점에서 평화, 비폭력주의와 충돌하기 시작하였다. 현대판 군사적 노예제도라고 할 수 있는 징병제를 철폐하고 전시 협조를 거부하는 거대한 반전의 물결을 형성했던 반군사주의 운동의 결과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최신식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현대식 직업군대로 발현되거나 소수인종이나 여성, 동성애자에게 그 문호가 개방된 보다 유연한 군대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여성도 징집이 되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내가 보기에 현재적 상황에서는 현실 가능성이 많지는 않은 주장이라 생각되지만) 여성 징병의 미래가 어떻게 귀결될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여성과 남성이 모두 징집되는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유일한 국가이다. 그런데 정확하게는 그냥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유대인’ 남성과 여성만 징집이 된다. 아랍남성과 여성들은 징집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랍남성들 중에서 드루즈(Druze)인 남성들은 징집이 된다. 군복무가 바로 시민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정권의 필요에 따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 모두가 징집되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차별은 존재한다. 이스라엘은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국가이지만 여성들의 병역거부는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여성 병역거부를 인정해주는 것은 이스라엘 사회의 시스템이 최소한 여성들의 인권이라도 보장해주려고 한다기 보다는 군대의 남성 중심적 시스템과 그 내부에서 여성의 주변적 역할로 해석될 수 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성들의 병역거부를 은근슬쩍 인정해주는 이유는 한 마디로 군에서 여성의 역할은 있으나 마나한 보조적 역할에 머물기 때문이다. 징집된 여성들은 비서나 커피서비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등으로 그 업무가 국한되며 절대로 전투병은 될 수 없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성 군인의 전투분야 복무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전투병 복무에 대한 평등권을 쟁취하기 위한 페미니스트들의 운동도 꾸준히 있어왔다.
. 자연스럽게 여성의 병역거부는 일반 남성 군인이나 전투병 남성의 병역거부보다 사회적으로(혹은 군사적으로) 덜 손상이 크다고 판단되게 되며, 따라서 언론을 비롯한 대중적 주목을 받지 못한다. 결국은 군대의 문제가 한 사회의 가부장성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의 군대와 한국의 군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투를 목표로 존재하는 군대의 성격상 조직 내부의 성별분업과 이에 따른 차별은 사회 일반보다 훨씬 공고하다.


군대, 평화를 만들다?


어느 누구도 수긍하기 힘들지만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에는 ‘평화재건’이란 꼬리표가 항상 붙어 다녔다. 군대가 아니라 ‘평화재건부대’라는 것이다(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평화수호, 평화건설 활동에 군대의 역할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홍수가 나면 무슨 무슨 재해가 나면 카키색 군복의 군인들이 물길도 열고 사람도 구하고 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왕 있는 군대가 이쪽 구덩이 파서 저쪽 구덩이 메꾸는 삽질을 하기 보단 이런 건설적인 활동에 활용된다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군대가 평화를 지키거나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민간의 영역에서 카키색 제복의 군인을 보는 것은 그들이 무슨 활동을 위해 부대를 나왔는지는 몰라도 영 거슬린다.) 또 어떤 차원에서 본다면 이것은 여성 군인들이 모집되는 것으로 더욱 그 뽀다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군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여성들의 평화적 심성이 이를 가능케 했다는 군 관계자 쪽 얘기도 들린다. 이는 몇몇 평화단체들에서 말하는 본질적으로 여성은 평화적이라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긴데 이런 지점에서 이렇게 두 주장이 만나고 보니 약간 거시기 한 것이 그렇다면 평화운동은 여성화된 군대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보내야 할까?


안전에 대한 재정의


안전에 대한 재정의는 가능하면 군대가 없는 평화를 상상하는 것이다. IMF와 세계은행의 프로그램 하에 있는 국가의 참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국가안보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진정한 안보는 근본적인 권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며 군대로부터의 권력, 지속적인 군사화로부터 재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쟁이 끝났다 해도 좀처럼 종식되지 않으며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지속된다. 이러한 폭력은 사회정의에 의해 안전이 재정의 되었을 때 종식될 수 있다.

남성다움의 마지막 보루를 타파하고 말겠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의지는 현재 평등권을 실현했다는 차원에서 평가되기보다는 적어도 내게는 군대(군사주의)로의 여성(여성주의)의 흡수로 보인다. 물론 여성병력의 확대가 보다 일정정도 유연한 군대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 전반적인 탈군사화에 디딤돌이 될지 혹은 걸림돌이 될지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도 차고 넘치는 군인인데 여성도 그 수를 보탤 것이 아니가 가능하면 군축과 군대의 규모를 줄이는 방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지난 9월 28일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WAW 집담회에서 발표했던 것입니다.





* 나토군대의 여성군은 228,000명이고(1961년 30,000명) 미군의 경우 여성이 14%에 달하며(전투분야에 복무하는 것은 차단되어있다) 캐나다 군대는 11.4%(비록 보병과 기술자는 1.9%에 불과하지만)다고 한다. NATO Review, Vol 29.2, summer 2001.


**비록 1985년 노르웨이 여성에게 전투분야 복무가 허가되고 1988년 덴마크가 여성에게 모든 부대를 오픈 하였지만(낙하산병과 해군 제외) 전투분야에서 여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서구 군대의 주장은 계속되었다. 2002년 4월 영국정부는 최전선에 여성들의 복무를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태그

이스라엘 , 여성 , 안전 , 군대 , 모병제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오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