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권연대의 기관지 월간평화연대

연애와 밥과 연대의 공통점

저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니라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말, 아마 대부분은 들어 보셨을 거예요. 오늘은 그냥 제가 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잠깐 들려 드릴게요.


물음 하나


참 많은 분들이 물어 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저도 그런 질문을 할 것 같아요.

“어쩌다가 팔레스타인 관련 운동을 하시게 됐나요?”

“혹시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나요?”

그러면 저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신문 보다가 필이 팍 꽂혔고 제가 무언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더도 덜도 없이 딱 그대로, ‘필’입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알아서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역사의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이건 내가 해봐야겠다’ 싶었던 거죠.


연애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특별히 그 사람이 어때서라기보다 어느 날, 내 곁으로 다가온 사람과 마음을 나누게 되는 거죠.

저한테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라 건 연애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냥 느낌이 왔고,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다가가게 되었고, 다가가보니 안타깝고 눈물나서 뭔가 해야겠다 싶었고, 무언가 하려보니 모르고서는 안 되겠어서 공부하게 되고 그렇게 저렇게 2년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나왔네요.


장면 하나


04년5월4일부터 해서 매주 화요일이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화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변함없이 지나가시는 한분이 그런 말씀 하시대요.


“북한 인권 운동이나 해라”


전 그런 분들을 보면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렇게 살지 않아도 됐을 것을 싶지요.


스스로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우시겠어요. 다른 인간의 권리에 대해 별 관심도 없으시면서 그냥 자신이 싫어하는 집단을 공격하기 위해 ‘인권’이란 말을 꺼내야 하니깐요. 말과 실천이 다른 삶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겠지요.


‘인권’ ‘평화’ ‘사랑’ ‘연대’ 말은 많은데 그것이 입에서만 머물 때 자신의 내면은 얼마나 혼란스럽겠어요.


운동을 한다는 것은 밥을 먹는 것과도 같다 싶어요.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생각을 해도 배를 채우는 것은 손을 움직여 밥을 떠 넣는 구체적인 행동이죠.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일거에요. 멀리서 바라보면 누구나 안타깝지만, 안타까움만으론 팔레스타인이 내 삶의 어떤 의미로 다가오기가 어렵겠지요. 굶어 죽는 순간이 와도 손과 입을 움직이지 않으면 결코 밥을 먹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사진 하나


이 사진 보이시나요? 팔레스타인에 있는 아마니라는 친구가 찍어서 보내준 거예요. 농구대 너머로 늘어선 벽이 보이죠?

60년 가까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더욱 강하게 지배하기 위해 거주지 주변에 높이 8m짜리 콘크리트 장벽을 쌓고 있어요. 감옥을 만들어서 사람을 가두는 것은 문제도 아니죠. 삶 그자체가 감옥이 되고 있으니 말이에요.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곳, 집이나 사무실이나 또는 길거리 주변에 저런 장벽들이 들어서고, 여러분들은 길을 지날 때마다 신분증을 내보여야 하고, 가방은 언제나 샅샅이 수색 받아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으로 살아갈까요? 남자들에게는 폭탄을 둘렀는지 옷을 들어 보라고 하고 여성들은 생리대가 든 주머니까지 다 뒤집어 보여줘야 한다면요?


평화와 인권이란 건 멋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말은 아닐 거예요. 구체적인 아주 구체적인, ‘마음의 장벽’이니 ‘인류애’니 하는 추상적인 말에 앞서,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갑자기 몸이 아픈데 장벽에 가로 막혀 병원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해야 하는 너무나 구체적인 삶의 문제일 겁니다.


연대라는 건 신영복 선생의 이름을 널리 알려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말은 아닐 거예요. 구체적인 아주 구체적인, ‘마음의 연대’니 ‘시민의식’이니 하는 추상적인 말에 앞서, ‘뭐 재미난 일 없나’ 싶어 이 홈페이지 저 홈페이지, 이 채널 저 채널 돌아다닐 동안 팔레스타인 관련 사진 한 장 퍼서 다른 사이트에 옮기는 것과 같은 너무나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의 문제겠지요.


연애와 밥과 연대의 공통점은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나의 구체적인 행동일 겁니다.


*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자료를 더 보실 분은 http://www.pal.or.kr을 방문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11월 9일부터 16일까지는 [고립장벽 건설반대 국제행동주간]입니다.

덧붙이는 말

필자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입니다.

태그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 중동 , 평화 ,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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