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를 수립하는 데 있어 다양한 동의지반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군사적인 조치로서 ‘예방을 위한 선제공격’에 대한 동의지반을 마련하기 위해 APEC 정상회담들이 모인다. 이 자리에서 이들이 논의하고, 또 확산시키고자 하는 주테마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한 국가의 ‘무장’(예방을 위한 선제공격)이다. 전쟁을 막기 위한 선제 공격이라는 말이 매우 모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을 평화를 수호하는 대표체라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금 부산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 곳곳에서 황색 옷을 입은 경찰들이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FBI, CIA와 합동 작전 하에 대테러 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아펙 대응 투쟁은 전쟁과 빈곤을 확장하는 아펙 질서에 대한 비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아펙 질서는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질서가 아님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아펙은 신자유주의 질서의 첨병 기구라는 것을 선전, 선동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어떤 질서인가? 재론의 여지없이,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무한한 확장을 위한 질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도 하나의 주요 기제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국경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관이라는 미명하에 일국의 경제, 정치 정책 골간을 흔든다.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비정규노동심화, 강성노조비판 등이 드러나는 구체적 양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공공부분 사유화를 심화시킨다. 일국의 경제정책에 개입, ‘금융투기’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기간산업을 사유화할 것을 종용하며, 기존의 상품영역이 아닌 것들을 모두 투기의 대상으로 갈아치운다. IMF, 세계은행, 아펙 등 국제 금융기구와 WTO, FTA와 같은 체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진척시키는 그들의 질서이다.

따라서 WTO, FTA 등에 대한 비판과 저항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주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세계화’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노동자간의 자유로운 네트워크와 연대투쟁들이 ‘세계화’되는 것은 우리의 지향점이다. 따라서 ‘반세계화’로 지칭되는 현재 신자유주의 세계화 비판과 운동은 그 개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더욱 주요한 지점은 ‘민중들에 의한 세계화’란 구체 양태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해답을 구해야 할 때이다. 민족주의적 색채를 담고 있는 ‘반세계화 운동’ 흐름에 대한 전략적, 대안적 대응을 해야 될 때이다. 자국의 산업 붕괴, 실업 심화 등을 근거로 WTO, FTA를 반대하는 것은 매우 한계가 있다. 따라서 WTO, FTA 반대 투쟁 내용이 무엇이여야 하는가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 볼 수 있다.

운동 면에서 보자면, 일국 차원의 ‘대안세계화’의 폭을 넓히는 주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출발해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주요 과제이다. 프랑스는 GATS 반대 운동들을 지역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다. 지역의 풀뿌리 운동이 골간이 되어서 말이다. 민중의 세계화는 말 그대로 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지하여 그 핵심을 찌르는 운동을 펼치는 것이라 본다.

지역에서의 운동이 전체 운동으로 연결이 되고 전체 운동이 다시 지역 풀뿌리 운동과 긴밀한 연계를 맺어야 하는 다중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안세계화와 지역 사회운동’ 워크샵은 이를 위한 우리의 고민들이 응축되어야 하며 열띤 논쟁과 소통 안에 ‘대안세계화’의 내용을 철저히 규명해 냄과 동시에 그 전략지점으로 지역사회운동에서의 대안세계화 운동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가를 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평택대책위, 삼성공대위, 전북 평등노조, 제주특별자치도법대응공대위 등 지역 운동단위를 비롯하여 이윤보다인간을, 사회진보연대, 노동자힘, 진보교육연구소, 학생단위 등이 모여 ‘대안세계화와 지역사회운동’ 워크샵 준비모임을 구성하였다. ‘대안세계화’라는 것과 지역사회운동은 이 둘이 결합되어 서로를 구체화 시켜야 할 것이라는 문제의
식이 있다. 각기 떨어져 있는 듯한 지역운동이 ‘대안세계화’라는 틀 안에 어떤 과정과 실천을 통해
유기적 연대를 할 수 있는 가가 이번 워크샵 결론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지역사회운동이 이러저러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보고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운동단위가 모여 서로의 운동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워크샵이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워크샵을 기점으로 제 2,3의 심화된 워크샵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워크샵을 넘어서 연대 실천이 넘쳐나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대안세계화와 지역사회운동’ 워크샵은 시작점이다. 첫 단추가 잘 여며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상당하지만, 지역운동단위들이 모인다는 점만은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지역운동에서 대안세계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풍부한 실천이 이어지는 이후를 결의하게 될 것이다. 바로 ‘대안세계화와 지역사회운동’ 워크샵에서 말이다.

덧붙이는 말

필자는 진보교육연구소 정책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