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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선견지명, 현재를 관통하다

2005 한국 빅브라더상 시상식

조지 오웰의 책 [1984년]에 나오는 오세아니아 사회에는 두가지 정치철학만 존재한다. 사상통제와 과거통제. 사상통제는 거리, 방, 화장실에까지 설치된 감시 스크린과 「신어(新語)」체계로 이루어진다. 신어체계는 평화 자유 같은 전체주의에 반하는 말을 완전히 없애버린 새 언어다. 과거통제는 모든 기록의 날조를 통해 이뤄진다.


감시사회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바로 조지 오웰의 공상 소설 [1984년]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빅브라더(Big Brother)는 위에서처럼 감시 카메라를 통해 인민들을 24시간 감시한다. 이 인물의 이름을 딴 빅브라더상 시상식이 2005년 11월 22일, 한국에서도 개최된다.


빅브라더상의 역사와 해외 사례


1998년 영국에서 시작한 The Bigbrother Award(빅브라더상 시상식)은 정보사회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에 대한 우려 속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기관/업체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노력한 사람/단체등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매년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이 상을 제정하여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몇몇 국가에서는 빅브라더상 시상식을 오스카 시상식을 패러디 하여 진행한다. 대체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기업과 정부프로젝트, 정부 부처에 주는 부문별 상이 있지만 좀 더 재치 있는 부문을 따로 선정하여 상을 주기도 한다. 호주와 영국의 일생의 골칫거리상(Lifetime Menece)부문은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데 일가견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는 사람/기업에게 주는 상’이라는 설명이 되어 있으며, 또한 영국에서 신설된 Dog Poo on a Stick상은 금으로 만든 상패마저 주기 아까울 정도로 얄미운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호주의 Boot in the Mouth 부문 상은 프라이버시와 관계된 가장 끔찍한 이슈에 대해 주는 것이다. 2003년 영국의 '일생의 골칫거리'상의 주인공은 토니 블레어였다.


한국에서의 빅브라더상 제정의 의의


빅브라더상 제정은 이미 2003년부터 논의된 바 있다. 2003년은 조지오웰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당시 논란이 되었던 교육부의 NEIS를 비롯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신원도용, 노동감시 문제들이 이미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었던 때 였다. 지금은 엘리베이터, 버스, 직장 내에서까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없으며 올해 강남구는 구내 치안을 이유로 300여대의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노동감시쪽은 더욱 문제가 심각해져, '유령의 친구찾기'*와 같은 사례들이 발생했고, 최근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경우는 일상적 노동감시로 인해 정신질환을 얻은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결정으로 인해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노동감시 뿐만 아니라 후불제 교통카드는 개인의 이동경로를 쉽게 검색해볼 수 있도록 이동경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어서, 맘만 먹으면 한 개인의 하루 일과를 쉽게 추적해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감시 시스템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으로, 언뜻 보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좋은 시스템인 것 처럼 보이지만 자원의 효율관리에 초점을 둔 나머지 소모품 하나하나에 가격이 매겨지고 업무가 규격화되는 사태를 초래하여 노동자 개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이다. 일례로 2003년 전북대병원에 ERP시스템이 도입되자, 병원 물품 하나하나에 가격이 매겨지고 소모되는 물품들에 대한 관리 업무가 늘어나면서, 간호사들은 환자에 대해 신경쓰기 보다는 물품관리에 치중하게 되어 주사기 하나, 반창고 하나도 아껴서 쓰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시'에 대한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신원도용의 확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국가기관이나 거대 집단이 개인의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것이 바로 통제와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효율성과 편리함은 그에 대한 댓가로 사소한 사생활 정도는 노출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길들이기도 한다.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댓가로 24시간의 사생활을 노출시킨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휴대전화 역시도 통화 상대와 시간은 물론 자신의 위치정보 까지도 이통통신회사에 고스란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브라더상의 제정은 현재 감지할 수 있는 감시/통제 사회의 가능성을 되돌아보고 효율성과 편리함보다 사생활을 감시당하지 않을 인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빅브라더상 소개


한국의 빅브라더상은 현재 크게 세개의 부문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프라이버시를 가장 많이 침해한 사업이나 프로젝트에게 주는 '가장 끔찍한 프로젝트 상'뿐만 아니라, 올해 프라이버시 침해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정부 부처에게 주는 '가장 가증스런 정부상', 기업에게 주는 '가장 탐욕스런 기업상'등이 있다.

후보로 오른 기업들만 해도 그 면면이 화려하다. KT 소디스, 삼성 SDI, MS, 기륭전자, BC 카드, 삼성생명, SK커뮤니케이션-싸이월드 등 화려한 명단이 포진되어 있으며, 정부부처도 통계청,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근로복지공단등이 당당히 이름을 올려두었다. 후보는 추천으로 선정되었으며, 현재는 후보들 중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는 투표가 온라인 상에서 진행중이다.

노동감시와 관련한 기업들의 후보 선정 소개를 보면 조지오웰의 [1984년]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내용들을 찾을 수 있다. 기륭전자의 소개를 보면 "(전략)층계마다 철제 섀시가 설치되어 있고 자물쇠가 잠겨 있어 관리자가 열어 주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노동자들은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관리자'가 문을 열어주기까지 기다렸다 이동해야 한다. 작업장 내에서 이들은 이동할 권리를 빼앗기고 관리자의 '관리'를 받는다. 노동자들은 이럴땐 꼭 교도소의 수감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동에 있어 '통제'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에겐 열쇠가 주어지지 않았다.(후략)"고 되어 있다. 산재 불승인 결정이 내려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들의 증언** 역시도 우리사회 내 빅브라더의 존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반증이다.


첫번째 시상식이라 아직은 그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번 시상식을 기점으로 빅브라더상이 우리 사회내 존재하는 감시/통제 시스템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나아가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한국 빅브라더상 홈페이지

http://www.bigbrother.or.kr


* 국제 빅브라더상 홈페이지

http://www.bigbrotherawards.org





* 삼성 내에 노조를 만드려는 노동자들을 핸드폰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지속적으로 감시해 온 사건. 삼성은 위치 추적자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사망자의 신원을 도용하여 해당 노동자들의 위치추적을 진행해왔다.


** "일하고 있을 때 관리자가 뒤에 서서 몇십분씩 지켜보고, 조합원들 생산 라인만 주위를 계속 맴돌며 감시한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일상적으로 같은 작업할 때도 조합원들에게만 유독 지적이 많다".
"현장 입구, 출퇴근 카드기 주변, 식당입구, 총무과 사무실 등에 모두 20여대의 CCTV가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언제 어디서 사진이 찍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상시적으로 떨고 있다" 참조 : 빅브라더상 홈페이지 (http://www.bigbrother.or.kr/)

덧붙이는 말

필자는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

프라이버시 , CCTV , 네이스 , 빅브라더 , 조지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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