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가 폐지되었다. 오랜 시간 여성단체들과 시민사회가 폐지운동을 해 온 결과이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인권강좌 자리가 호주제 폐지 이후의 신분등록제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의 뿌리는 인간이다.
목요집회 끝나고 서둘러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로 가면서 간사에게 이번 인권강좌 강사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으니, 보면 아실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앞에 나타난 강사는 지문날인거부자들의 선거권 보장에 대해서 목요집회 때 발언을 했던 분이었다. 그때는 학생 같은 어린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었다. 민주노동당에 일하는 윤현식라고 인사를 한 후 신분등록제도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먼저, 호적제도와 호주제에 대한 자세한 강의가 있었다. 현재까지 이어진 우리의 호적제도는 조선 후기 개화파들이 일본의 신문명에 매료되어 일본의 구호적제를 그대로 받아들여 결과적으로는 일제가 우리 민족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도와주는 격이 되고 말았다. 지금의 호적제도는 남성을 호주로 한 가족구성원의 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 호적등본 한통이면 출생, 사망, 입양, 결혼, 이혼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노출이 되며 동성애, 새로운 형태의 가족구성을 인정하지 않아 보호할 수가 없다고 한다. 특히 호주제는 남성인 장자만이 우선적으로 승계함으로써 양성평등이라는 이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 왔다. 유림들의 거센 반대에도 2005년 3월 2일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소외당하고 차별당하는 여성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현행 호적제도를 만들게 한 일본은 패전 직후 호주를 중심으로 한 호적법을 폐지하고 개인정보만을 등록하는 제도로 바꾸었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는 개인 정보보호에 치명적인 제도를 무슨 보물인양 부여잡고 있는 것일까? 새로 만들어질 신분등록제도는 철저한 개인정보보호와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의 실현과 필요한 신분정보의 적절한 공시유지관리와 다양한 가족보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안에 대해 준비기관과 법안내용을 간략하게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강의가 끝나고 어머니들이 갑작스런 제도 변화를 염려하며 ‘뿌리가 없어지고 혼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윤현식 선생님은 예를 들어가며 어머니들이 걱정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듣고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느 시대든지 사람은 자기 마음이 이끄는대로 사랑하고 살아갈 뿐이지 제도를 등대삼아 살지는 않을 것이다. 끝마무리에 임기란 어머님이 신분이라는 말은 일본어를 그대로 읽은 것이라 민주화
에 역행되는 말이니 더 좋은 말로 고치라는 당부와 그리고 법이란 한번 만들면 다시 고치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국가보안법 같은 악법도 한번 만들어 놓으니 50년이 넘어도 고쳐지지가 않는다고 말씀하시며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애써달라고 당부하였다. 윤 선생님 역시 꼭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강의는 끝났다.
신분제 관련해서 강의를 듣고보니 사람을 누구 집안, 누구 자식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강요해온 규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의 어머니이고 누구의 아내인 것도 사실이나 그 전에 인간이다. 이것을 법과 제도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맞지 법과 제도에 따라 인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뿌리는 인간일 뿐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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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민가협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