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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은 범국본과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걸고 한미FTA 저지투쟁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국익’은 언제나 노동자의 계급적 이익과 대립한다. 자본가 지배체제 하에서 국익이란 자본가계급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익을 내세우는 그 어떤 세력도 국익이 말 그대로 범국민적 이익이라고 주장하지, 절대로 특정 계급, 자본가계급의 이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본가계급의 이익임을 은폐하기 위해서거나, 혹은 진짜로 범국민적 이익이라고 믿고 싶어서거나이다.

전자가 자본가계급의 이익에 목적의식적으로 복무하는 세력이라면, 후자는 계급대립의 현실에 눈을 감고 계급협조주의와 민족주의를 추구하여 결과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세력이다. 전자와 같이 누구의 눈에도 자본가 진영임이 투명한 세력과는 달리 후자의 민족주의 세력은 노동계급운동을 곧잘 현혹시켜 노사가 함께 하는 민족주의적 운동으로 빠져들게 할 정도로 노동계급운동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특히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주창하는 이른바 국민파와 같이, 이 민족주의 세력이 노동운동 안에 있는 세력일 때 그 영향력은 몇 배나 더 심각한 위험성을 갖는다.

국익을 지키는 범국민적 운동이 “반자본주의 투쟁”이라고?



지금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저지해야 한다면서 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바로 그러하다. 그들은 물론 특정 계급,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해 한미FTA 저지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의 경제침탈에 맞서 한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한미FTA 저지운동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 산업은 계급을 초월하여 모두가 하나로 단결하여 지켜내야 하는 국익의 문제인 것이다. 그 때문에 이들 민족주의 세력은 노동계급운동을 계급투쟁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계급협조로 이끌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익,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

한미FTA를 옹호하는 자본가 진영의 세력과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하는 노동운동 내 민족주의 세력이 서로 다투고 있지만, 양자 모두 국익을 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단지 국익을 위한 방향이 어느 쪽인지에 대한 판단이 다를 뿐, 한미FTA에 대해 국익 차원에서 계급을 초월해 노사를 따지지 말고 민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렇다! 한미FTA를 저지하자고 하는 민족주의 세력이 국익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음을 부정하지말자! 아니, 누구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한국 산업을 위한 노사 불문의 범국민적 운동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아무런 변명 없이, 확신으로, 자랑스럽게 나라경제 지키기 운동을 하고 있음을.

그런데 지금 이러한 한미FTA 저지운동이 “반자본주의 투쟁”이라고 하면서 노동자계급이 그 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노동운동 내에 있다. ‘좌파’를 자임하는 노동자의힘 동지들이 그들이다. (<노동자의힘> 100호 27쪽) 한미FTA 저지운동에 나선 대다수가 국익을 위한 운동, 한국 산업을 지키는 운동이며, 계급을 초월한 범국민적 운동이라고 하는데 노힘만이 반자본주의 운동이며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야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 착각에 빠져 운동의 객관적 성격에 눈을 감고 자기 맘대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가?

누가 착각하고 있나? 민족주의 세력인가, ‘좌파’인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민족주의 세력이 아니다. 민족주의 세력은 정확히 자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이라는 민족주의 운동, 계급협조 노선에 기초한 범국민적인 국익 지키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착각은 노힘이 하고 있다. 그런 운동에 반자본주의 운동이라고 붉은 띠를 둘러주면서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야 한다고 정신 나간 선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힘에게는 한미FTA 저지운동이 원래 반자본주의 운동인데 민족주의 세력이 그 운동의 성격을 왜곡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그래서 노힘은 노동자계급이 이 운동의 중심에 서면 반자본주의 운동으로서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점을 모른 채 한미FTA 저지운동을 “노동자계급과 무관한 자국 자본들을 위한 투쟁으로 폄하하는” 당건투는 “범죄에 가까운 무지”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한미FTA 저지운동이 반자본주의 운동이기는커녕 한국 자본주의 지키기 범국민운동이라는 사실은 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세력들만 보더라도 당장 알 수 있다. 노힘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한미FTA 저지투쟁전선에는 계급적 관점을 지향하는 좌파에서 민족주의·애국주의, 일부 개혁적 신자유주의 세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이념적 지향에서만이 아니라 계급 세력에서도 그렇다.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으로 몰락의 위기에 처하게 될 중소산업 자본, 그리고 외국 자본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산업의 자본(특히 낙농축산업 자본, 문화산업 자본, 서비스산업 자본 등), 민영화로 인해 기존 지위와 기득권을 위협받는 공기업 경영진들, 시민운동으로 세력화되어 있는 중간계급 등 모든 계급을 망라하고 있다.

이들 자본가들과 중간계급, 그리고 노힘이 말하는 “일부 개혁적 신자유주의 세력”은, 그러면 한미FTA 저지운동이 반자본주의 운동임을 모르고서 착각에 빠져 이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들 또한 노동운동 내 민족주의 세력처럼 이 운동의 원래 성격,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왜곡하기 위해 참가하고 있는 세력이라는 것인가? 여기엔 착각도 왜곡도 없다. 이들은 자신의 지향과 이익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한미FTA를 저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념적 지향과 물질적 이해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니라 케인즈주의 정책을,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을, 세계화가 아니라 국지화를, 초국적 초민족적 자본이 아니라 일국적 민족적 자본을 지향하고 거기에 이해관계를 두고서 한미FTA 저지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저지운동의 객관적 성격은 이렇게 해서 규정되는 것이지, 좌파가 주관적으로 성격을 부여한다고 달리 규정되는 것도 아니며,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서서 이 투쟁을 이끌지” 못해서 성격이 왜곡되는 것도 아니다.

"반자본주의 정치투쟁” 對 “조합주의적 경제투쟁”?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좌파’이다. 자본과 함께 하는 운동을 반자본주의 운동이라고 붉은 색을 덧칠해주고, 노동자계급의 이해가 억제되어야만이 성립, 유지되는 운동에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야 한다고 선동하여 계급투쟁에 혼선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저지운동 같은 자본과 함께 하는 인민전선 운동에 반대하고, 반자본 계급투쟁 전선을 열어가고 있는 투쟁들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노힘은 “조합주의적 경제투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비정규직 철폐투쟁, 비정규 개악안 저지 로드맵 분쇄투쟁, 그리고 현장의 구조조정 현안 등 자본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항하는 투쟁들은 그 자체로 반자본주의 운동은 아니지만, 반자본 계급투쟁 전선을 구성하는 잠재적 고리들이다. 이러한 투쟁들이 전면적인 계급 대 계급 반자본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현 시기 좌파의 기획이 집중되어야 할 상황에서 이 투쟁들을 조합주의적 경제투쟁으로 치부하고 자본과 함께 하는 인민전선 운동을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정치투쟁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을 볼 때 노동운동 내 전통적인 좌/우 구도의 소멸과 ‘좌파’의 우경화가 갈 때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기간 ‘좌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매개로 해서 우향우로 치달아 갔다. 노자간의 계급투쟁보다는 반세계화 운동에 주력하며, 그 과정에서 자본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항하는 투쟁들을 회피하고 아셈이나 칸쿤 같은 자본가 경제회담을 압박하는 투쟁들에 우위를 부여해 왔다. 노힘의 기관지 편집진이 특히 그러한데, 그들에게는 반세계화 운동에 개입하지 않고 자본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항하는 투쟁들에 집중하는 것은 “좌파 경제주의”이다. 무정형의 반세계화 운동이 그들에게는 정치투쟁이며, “자본의 의도를 분쇄하는 투쟁이며, 한미FTA 저지투쟁은 그 한 영역이다.” 노힘이 한미FTA 저지운동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격상시키는 데는 이러한 뿌리 깊은 민중주의적인 정투/경투관에 입각한 탈계급적인 전술이 자리하고 있다. 한미FTA 저지운동 =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 =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이라는 노힘의 주관적 구도 속에서 볼 때 한미FTA 저지운동이나 반세계화 운동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을 기피하는 경제주의이자 조합주의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통한 좌파의 우경화

그러나 반세계화 운동 대열 내에는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을 수행하기 위해 반세계화 운동에 개입하는 노힘 같은 ‘좌파’도 있겠지만, 한미FTA 저지운동의 경우처럼 보호무역과 케인즈주의 정책을 위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자본 분파와 중간계급 시민운동, 민족주의 세력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나 서구에서나 이들이 절대 다수를 이룬다. 그래서 반세계화 운동은 반자본주의 운동이 아니라 무정형의 시민운동으로 존재한다. 그 운동이 예컨대 씨애틀이나 제노바에서처럼 대중투쟁을 주도할 경우에조차도 이 대중투쟁을 노동자계급의 대중총파업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단지 거리의 시민항쟁으로 머무르도록 제한한다.

이렇게 볼 때 이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 운동에서도 주관주의적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자본 분파나 중간계급 시민운동이나 민족주의 세력이기보다는 ‘좌파’이다. 우리는 ‘반전 반신자유주의 노동자운동’을 표방하는 <다함께>에게서 이러한 착각이 어디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본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에 자신들이 개입함으로써 그 운동을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전화시켜나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한편, 여기에 결합하고 있지 않은 노동자운동에 대해 ‘경제주의’라고 힐난하고 있다. 하지만 반자본주의 운동은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노동자운동과 더욱 더 멀어져가면서 신자유주의 반대 시민운동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노힘이 지금 당건투를 ‘좌파 경제주의’라고 비난하면서 <다함께>가 가고 있는 우경화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똑같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매개로 해서 말이다.

범국본 내 “치열한 내부투쟁”? 결국 인민전선에 좌익적 외피만 둘러주는 역할!

그런데 한술 더 떠 노힘은 이 길에 노동자계급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한미FTA 저지운동’이라는 반세계화 운동 최신버전을 흔들어대고 있다. 그리하여 한미FTA에 노동유연화 공세도 동반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미FTA가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최대투쟁 과제라는 식으로 최근 기관지 매호마다 온통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 저지운동을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부르고 싶은 나머지 거기에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은 노동계급운동을 자본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 만들려고 하는 민족주의 세력의 운동 기조에 결국 견인되는 것이다. 노힘이 한미FTA 저지 범국본 내에서 운동 기조를 둘러싸고 민족주의 세력과 “치열한 내부투쟁”을 한다고 하지만, 운동의 객관적 성격은 의연히 자본과 함께 하는 인민전선 운동이며, 노힘은 그 안에서 인민전선의 좌익적 외피를 둘러주는 역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힘이 이 인민전선 운동에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에 대해 어릿광대짓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지금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바로 그 자본과 함께 하는 인민전선이 아닌가. 처음에는 몰라서 한 어릿광대짓이라지만 계속하면 노동계급운동에 대한 범죄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범국본의 슬로건을 거부하고, 계급의 요구를 걸고 한미FTA 저지투쟁을!

한미FTA 협상의 전제로든 그 결과로든 노동유연화 공세가 동반될 것이다. 또한 시장개방을 위한 공공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구조조정 공격이 몰아칠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한미FTA 협약안 중에 공공부문의 민영화 조항 및 노동의제로서 노동유연화 조항도 포함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계급은 한미FTA 체결을 저지해야 한다. 한미FTA 저지투쟁을 자신의 투쟁과제로 받아 안아야 한다. 그러나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과는 독자적으로, 범국본의 슬로건과 요구(국익과 한국산업, 우리경제 지키기 등, 그리고 문화주권, 교육주권 등등의 00주권 사수, 또 매국협정 반대 등 일체의 민족주의적 구호들)를 조금도 지지함이 없이, 자신의 요구(민영화/ 구조조정 분쇄, 생존건 사수 등)를 걸고 한미FTA 저지투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에만 실제로 한미FTA 체결도 대중투쟁으로 저지할 수 있다.

지금의 한미FTA 저지운동과 ‘민영화 구조조정 분쇄!/ 노동유연화 분쇄!’를 내건 노동자계급의 한미FTA 저지투쟁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투쟁이다. 자본과 함께 하는 한미FTA 저지운동으로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격을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사가 함께 하는 범국민운동 속에서 노동자계급은 정치적 독자성을 잃고 절박한 계급적 요구를 억제 당하며 관련 산업(공공서비스산업, 의료산업, 문화산업 등)의 현장투쟁을 거듭 제약 당함으로써 막상 자본의 구조조정 / 노동유연화 공격 앞에서 무장해제 될 것이다. 조합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자본과 함께 하는 범국본에 들어간 민주노총과 공공부문 노조들은 범국본에서 당장 나와야 한다!

계급협조 인민전선이 아니라 노동자 단결전선으로 자본의 공세를 돌파하자!

노동자계급은 90년대 중후반 이래 지금까지 자본의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공격에 맞서 줄곧 투쟁해 왔고, 앞으로도 이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한미FTA 저지투쟁도 이 투쟁을 떠난 별개의 영역의 투쟁이 아니다. 반세계화 운동도 아니며,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자본의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공격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이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최대 투쟁과제로서 목전에 놓여 있다. 한미FTA 저지투쟁도 이 투쟁의 일부로 배치되어야 한다. 여기서 전선을 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한미FTA 저지투쟁도 이 전선으로 치러야 한다. 인민전선으로, 범국민운동으로 빠져나가 이 전선을 교란시키는 것은 자본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국민을 향한 캠페인이 아니라 더욱 현장과 노동계급 대중에게 밀착해야 한다.

현장투쟁과 계급적 연대투쟁을 강화하여 노동자 단결전선을 구축하자. 한미FTA 또한 비정규직 개악, 노사관계 로드맵과 함께 묶어 노동자 단결전선으로 돌파하자!


양효식 (당건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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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힘 , 한미FTA , 노동자계급 , 범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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