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사업장에서 복직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 양산 한일제관 해복투 투쟁을 중심으로
한일제관은 양산시와 대전, 수원에 공장이 있다. 전체 조합원은 약 450 명이며, 노동조합의 본조는 양산공장이고, 수원공장은 지부, 대전은 본조에서 관리하고 있다. 양산공장은 양산시 유산동에 자리 잡고 있다. 조합원 수는 200 명이다. 한일제관은 40년 흑자 기업이고 당기 부채비율이 75%(2004년 기준)이고, 2005년 당기순이익이 38억 원에 이른다. 한일제관 자본은 2006. 1. 3. 정리해고를 발표한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 이전에 희망퇴직 할 것을 강요한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주로 장기근속자, 노동재해자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 공장에서 110 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을 하였고, 그 중 양산공장에서는 56 명이 희망퇴직을 하였다. 말이 좋아 희망퇴직이지,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바 없는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 사측의 끊임없는 희망퇴직 강요에도 불구하고 5 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에 불응하며 저항했다. 이에 5 명의 노동자들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고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를 화장실에 배치했으며, 나머지 현장 노동자들을 사무실, 휴게실에 격리시켰다. 더러는 통근버스를 타고 가는 중, 버스를 세우고는 중간에 강제로 하차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에 저항하자, 5 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이 5 명의 노동자들은 06년 7월까지 계속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 당했다. 기각당한 명백한 이유는 노동조합이 정리해고에 합의해 준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노조 위원장이 해고자들이 노조에 출입할 경우 투쟁조끼를 벗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지경이다. 정리해고의 제도화, 그리고 어용노동조합이 합작한 이 비극적 상황은 바로 우리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이 요구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통과될 경우 닥쳐 올 상황을 우리에게 미리 보여 주고 있다.
양산은 울산과 부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양산에는 중, 소규모의 공장들이 들어 서 있다. 양산에는 아직 민주노조 운동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사측과 어용노조의 통제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비록 5 명에 불과하지만 이 동지들은 한일제관 노조 민주화뿐만 아니라, 양산지역에 민주노조 운동의 뿌리를 내리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임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해고자들은 한일제관 조합원들에 대해서 민주노조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한일제관 어용노조는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지켜 내기는커녕 오히려 사측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어용노조 하에서 정리해고 합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더불어 노동조건이 계속 저하되어 왔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해고자들이 민주노조의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해고자 복직 투쟁이 곧 노조민주화 투쟁이며,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신들의 복직문제만 부각시킬 때 조합원들로부터 고립되기 십상이다. 해고자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측의 부당한 통제와 노동조건 악화 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조합원들을 조직해 나가며, 행동을 촉진시켜야 한다.
둘째, 한일제관 해고자들이 지노위에서 패소했다. 그 패소의 사유는 이미 밝힌 바대로다. 앞으로도 제도적으로 활용은 하되, 법의 전적으로 의지해서 복직문제를 풀려는 미련은 버려야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한일제관 해고자 동지들의 복직투쟁은 단,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타 사업장 해고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법적 승소의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노동조합의 민주화를 통해 복직을 쟁취하는 길이 가장 올바르고 빠른 길이다. 이러한 계획에서 가장 성공적인 요인은 현장 조합원들을 노조민주화의 방향으로 조직하는 일이다. 많은 해고자들이 생계문제로 투쟁의 현장을 떠나 호구지책에 나선다. 이러한 불행한 이탈을 막기 위해서 현장 조합원들을 상대로 해고자 후원회를 조직해 나가야 한다. 현재 한일제관 조합원들의 상태를 볼 때, 공공연하게 모금운동을 펼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알음알음 동지들을 연결해 후원을 조직하고, 해고자들의 복직투쟁과 노조민주화의 대의에 동참하게 조직해야 한다.
셋째, 한일제관 해고자들은 한일제관 양산공장 정문에서 펼침막과 피켓을 들고 출투를 하고 있다. 이건 당연히 해고자들이 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이다. 더불어 현장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부당한 사례와, 어용노조가 사측의 앞잡이 노릇을 한 행위를 폭로해야 한다. 더불어 민주노조 사업장의 노동조건 개선 사례와 한일제관 어용노조의 노동조건 저하 사례를 비교하여 선전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찾지 못하고 있는 권리들을 일러 주어야 하며, 자본의 본질가 노동자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한일제관 해고자들이 양산지역에서 양산지역 노조 민주화를 위한 거리선전전을 진행하여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훌륭한 활동이다. 단위노조의 민주화 뿐 아니라 지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것도 해고자들의 주요한 역할이다.
해고자들은 이러한 일들을 자신들의 주요한 임무로 삼고, 복직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일제관 노동조합은 오는 7월에 집행부 선거가 있다. 해고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가장 좋은 방안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최소한 “해고자 원직복직”을 공약으로 내세우도록 조직해 나가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고자 복직투쟁과 현장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비롯한 노동조건 개선 투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현장 조합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한일제관 해고자 동지들의 투쟁에 굳게 결합하여 해고자 복직과 노조민주화를 이루는 일에 같이 나서야 한다. 한일제관 노조 민주화를 기반으로 양산지역에 민주노조의 튼튼한 뿌리를 내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