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 파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7월 26일, 3공장 정리해고자 농성장을 찾았다. 현자 정규직노조의 협상 타결에 대한 관심은 단지 언론만이 아니었다. 현자 비정규노조의 간부들이나 3공장 농성대오 역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동지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규직노조의 6시간씩 진행되는 파업으로 인해 어차피 공장이 멈추게 되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공간이라는 것이 별다르게 없다는 점과 임투로 모든 협상이 중단되어 3공장 정리해고자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규직노조의 임투가 종료되면 원하청 자본이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탄압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어쨌든 정규직 노조는 28일 찬반투표에서 54.74%로 가결되었고, 휴가에 돌입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만 남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노조탄압
현자 원하청 자본은 3공장에서 99명의 하청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올해 3공장에서 아반테 후속모델(HD) 맨아워 협상에서 106명의 여유인원을 합의했다. 3공장 대의원회는 "취업을 알선한다"고 회사와 합의했지만 실제로 울산공장에는 다른 공간으로 취업이 불가능했다. 비정규노조 간부에 따르면, 3개월짜리 한시하청을 제외하고는 자리가 없는데 누가 3개월 후 해고될 자리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비정규노조는 당연히 반발했고,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3공장 업체들은 6월 29일까지 희망퇴직을 모집했다. 조건은 희망퇴직 시 1개월의 임금 지급, 해당 업체 재취업 시 우선권 부여, 다른 업체로의 취업알선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탕발림, 그것도 달콤하지도 않는 사탕발림에 불과했다. 업체 사장들은 희망퇴직자로 선정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받았다. 정리해고에 반발하여 비정규노조 3공장 사업부는 29일과 30일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미 비정규노조의 임단협 교섭결렬과 이에 따른 쟁의조정신청을 통해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였고, 1개조에서 거의 100여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그러자 하청업체는 1개월간의 유급휴직자 99명을 선정했다. 그 중 66명이 비정규노조 조합원이었다. 이번 기회에 조합원이 가장 많은 3공장을 싹쓸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업체들은 작년 1월 불파 잔업거부 투쟁에 적극 결합했던 동지들을 집어서 무단이탈이라는 ‘죄명’을 씌어 대거 잘랐다. 그 대부분이 조합원들이다.
불법파견과 하청의 해고
이번에 해고된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은 불법파견 판정자들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었어야 할 노동자들이 하청 사장에 의해서 해고되고 있다. 04년 불법파견 판정이 난 이후 현자노조는 앞으로 인원을 뽑을 때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고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다. 하지만 불법파견 판정자에 대한 정규직화 투쟁이 진행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불법 파견된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속수무책이다. 3공장에서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고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비정규노조 3공장 사업부에서 파악하기로는 이미 타 공장에 빈 자리는 있다. 그러나 빈 자리에는 정규직노동자들이 채용되어야 한다는 현자노조의 결의 때문에 불법파견 판정된 하청 정리해고자의 자리가 될 수 없다. 정규직화는커녕 비정규직 일자리에서마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독자 임단협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현자 비정규노조는 올해 독자적인 임단협 투쟁을 결의했다. 비정규노조의 결의에 의해서 정규직노조는 수년간 지속해 온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을 만들지 않았다. 정규직노조의 ‘대리교섭’으로 인해 비정규노조가 자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에 결합하지 않고 관망자로 남아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택된 독자 임단투는 아직 힘을 받고 있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원하청 연대회의, 특별교섭 역시 별다른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지 못하다.
독자 임단협과 관련하여 비정규노조는 집단교섭을 추진하다가 개별교섭으로 전환, 현재 울산공장에서 26개 업체가 노동쟁의조정을 완료하여 파업권을 획득한 상황이며, 휴가 이후에는 1공장 3개, 2공장 6개 업체 등이 추가로 파업권을 획득할 전망이다. 정규직노조의 임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개된 각 공장별 비정규직 독자파업은 그리 위력적이지는 못했다. 3공장만 그나마 동력을 형성했었으나 현재로서는 대다수의 조합원이 정리해고 된 상황이며, 1공장과 2공장은 생산타격을 거의 주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시트사업부는 예상을 깨고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정규직노조의 임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원하청 사측과 비정규노조의 대결이 휴가 이후 벌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불법파견 문제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다. 작년에는 정규직노조의 임단협이 마무리되기 전에 비정규직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 배치되었다. 철탑을 점거하고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올해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노조 역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대한 어떤 계획도 제출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하자면서 산별전환 가결에 열을 올린 것에 반만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생산타격
정규직노조가 투쟁을 대신할 수 없다. 비정규직노동자 스스로 투쟁의 주체로 설 때만이 정규직노조의 지지와 엄호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비정규직노동자 스스로 투쟁에 나설 때 정규직노조도 투쟁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자 전주 비정규직지회는 각 부서의 투쟁을 하나로 집중하고 생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 트럭부 라인을 점거하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울산과 전주의 상황이 같지는 않다. 울산공장에서 원하청 관리자들의 탄압을 뚫고 생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울산공장에서 원청에서 경비대와 관리자를 단번에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800명이라고 한다. 실제로 울산 비정규노조 1공장 사업부의 파업은 원청 관리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진행되었다. 그만큼 힘든 상황은 분명하다. 하지만 힘을 집중하면 길이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휴가 이후 실질적인 생산타격을 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치들이 필요하다.
● 첫째, 비정규노조는 힘을 집중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택해야 한다. 3공장 농성대오는 자칫 잘못하면 고립되어 고사당할 수 있다. 휴가 직후 포항 건설플랜트를 비롯한 4개 지역 플랜트 노동자들이 다시 고강도 투쟁에 나설 것이며, 현자 전주와 기아 화성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투쟁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투쟁에 돌입해 있는 상황에서 시기를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 울산 비정규노조도 이 투쟁의 시기와 보조를 맞추어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의 시기를 잡아야 한다.
● 둘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현자 자본은 정규직 노조의 임투로 인한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특근에 혈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가장 물량이 밀려있는 공장을 중심으로 투쟁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따라서 3공장 정리해고자들을 중심으로 한 투쟁이 가장 선도적으로 배치될 필요성이 있다.
정규직 활동가들, 적극 연대에 나서야 한다
정규직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불법파견, 3공장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 현자 울산공장은 정규직노조의 조직력이 살아 있으면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못 풀어내고 있는 공장이다. 울산공장에서 붙으면 대리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규직 활동가들은 대리전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잘 조직된 노조를 가진 현자 정규직 활동가들의 최소한의 역할이자 자존심이지 않겠는가! 정규직 활동가들이 움직이자!
▲ 첫째, 비정규직 투쟁지원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 정규직노조 집행부의 지침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본관 앞에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노조의 명운을 걸고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작년 강병태 동지 해고 이후 본관 앞 천막농성을 전개하며, 경비대 폭력을 동원한 윤여철 퇴진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전개했던 기억을 살리자! 본관 앞에 제 조직별로 천막농성에 돌입하여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 함께 하자! 본관 앞 농성을 중심으로 하여 천막농성단 회의를 진행하고, 비정규노조와 함께 투쟁하자!
▲ 둘째, 비정규노조의 투쟁에 대한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을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 한다. 반대조의 지원이든, 원청 관리자의 투입이든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막아내야 한다. 비정규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빈 자리에 어느 누가 들어와서 일하든 모두 대체인력이며, 반드시 막는다는 방침을 정규직노조가 결의할 수 있도록 강제하자!
투쟁을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투쟁을 회피하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고 했다. 지금 힘들다고 구실을 찾는 것은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면 방법은 있다. 그 방법을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찾아나가자!
박 준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