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하중근 열사가 산화하신 지 이제 곧 한달이 다 되어간다. <현장노동자> 지난 8월 9일경 수배중인 포항건설노조 김성재 사무차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노동자>의 발간일정으로 인하여 인터뷰가 다소 시점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이 하중근 열사의 죽음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고, 포스코는 단협개악안 제출과 손배 청구 등 노동탄압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마찬가지기에 인터뷰를 그대로 싣는다.
Q 포항건설노조는 7월 1일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투쟁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에 의해서 하중근 열사가 산화하셨습니다. 7월 1일 파업에 돌입한 배경(요구)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A 6월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67%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해 놓고, 사측에게 3~4일간의 시간적 여유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파업에 돌입하기도 전에 현장에서 대량으로 조합원들을 해고시키고, 직장폐쇄를 하겠다는 소문을 퍼트리면서 노조를 파업으로 몰고 갔습니다. 포항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은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포스코의 모든 원·하청에서 주 5일 근무가 시행하는데 공장을 개·보수 하는 건설노동자에게도 당연히 주 5일 근무가 시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변질되면서 임금체불, 산재사고 및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착취를 안착시키는 발판으로 악용되고 있는 시공참여자 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셋째, 자국내의 노동력을 우선적으로 고용하여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됩니다. 이주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하려면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 및 이주노동자도 노동3권을 보장하여야 하며, 근로기준법 또한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됩니다. 넷째, 토목현장은 1일 평균 9~10시간의 노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8시간노동을 하자는 것이고, 토목노동자들은 06년 처음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단체협약 체결하자는 것입니다. 다섯째, 포항건설노동자들의 월 평균임금이 180만원입니다. 타 지역보다 비싼 물가와 열악한 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15% 인상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Q 이미 밝혀진 대로 포스코는 기관장 회의 등을 통해서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했고, 7월 13일 대체인력 투쟁과정에서 포항건설노조는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습니다. 7월 13일 점거농성에 돌입한 과정과 7월 16일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습니까?
A 7월 11일 포항조합원 1,000여명을 비롯해 2,700여명의 플랜트협의회 노동자들이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였고, 포스코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는 건설노조의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포스코는 건설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포스코 통근버스를 이용해서 불법대체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7월 13일도 불법대체인력을 실어 나르는 포스코 통근버스를 적발하였고, 이를 저지하는 100여명의 조합원에게 500명의 전투경찰을 동원해서 조합원에게 무력을 행사하면서 3명에 조합원을 연행하였습니다.
이에 포스코 각 문에서 불법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고 있던 1,000여명의 조합원들이 포스코 정문으로 모여서 연행된 동지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전투경찰의 무력에 의해서 포스코 본사 앞마당까지 밀려가게 되었습니다. 11시경 비상연락망을 통해서 모인 전 조합원은 포스코 앞마당에서 불법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농성을 시작하였지만, 포스코는 무응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15일 새벽까지 포스코와 대화로써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결국 공권력을 투입하였고, 경찰과의 대규모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포스코 본사 안으로 들어가서 농성을 전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7월 16일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장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기 위한 건설산업연맹 주최 결의대회를 형산로타리에서 진행하려 하였지만, 경찰은 형산로타리를 원천봉쇄하였습니다. 포항 오광장과 형산로타리를 오고가던 5,000여명의 노동자와 농성자 가족들은 형산로타리 근처 협력회관 근처에서 대오를 형성하고 평화집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집회의 투쟁사를 본사에 있는 이지경위원장과 무전을 통해서 하기로 하고, 위원장 투쟁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전투경찰은 구속자 가족들이 인간띠를 묶고 있는 본 집회장으로 갑자기 난입하여 강제해산을 시키려고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방비상태인 조합원들을 곤봉과 방패, 소화기 등으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에는 하중근동지가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서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Q 울산 건설플랜트와 전남동부·경남서부건설노조가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4개 플랜트 노조들이 연대하고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는데, 하중근 열사가 산화하신 상황에서 타 지역 노조의 파업 종료와 현장복귀에 대해서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수배중인 관계로 조합원들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위의 내용에 관하여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올해 플랜트건설노조협의회(포항/광양/여수/전남동부․경남서부 4개 지역 건설노조)는 06년 공동투쟁을 결의하면서 주요하게 4가지를 공동요구안으로 내 걸었습니다.
▲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동조합(울산건설노조)의 단체협약 체결 ▲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 반대 ▲ 임금인상 15%
첫 번째 공동요구안이 울산건설노조의 단체협약체결입니다. 작년 72일간의 투쟁을 하면서 건설노동자의 열악하고 절박한 요구를 전 국민에게 인식을 시켜주었고, 그 성과를 이어서 올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플랜트협의회 공동투쟁에 커다란 성과물이며, 이 성과를 토대로 산별노조 건설의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교섭이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교섭에서 가장 크게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A 지금 교섭은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협개악안을 던져놓고 받아들이면 교섭을 진행할 것이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하중근 열사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다가 그 다음에는 개악안을 수용하면 교섭자리에 나오겠다고 당당하게 교섭해태를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다면 포스코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전문건설업체와는 교섭에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중근동지의 생명을 앗아가게 만든 장본인인 포스코가 노사 교섭에 직접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됩니다.
Q 업종과 지역을 떠나 노동탄압으로 산화하신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투쟁인데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A 제2의 하중근 열사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을 만큼 자본가와 공권력의 탄압은 거세져 가고 있습니다. 탄압이 강해질수록 그에 맞서는 투쟁 또한 강력한 조직력으로 맞서야 합니다. 여기에서 움츠리고 물러서게 되면 이후 우리들의 투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에서 허덕이다가 지쳐나갈 것입니다. 정권타도 투쟁을 넘어서 노동해방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위해서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길에 전국의 동지들이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