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의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

도철공사의 직고용노동자 외주화 계획에서 드러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기만성

지난 7월 31일 도시철도공사는 직고용 계약직을 해고하거나 외주화 하는 내용을 담은 ‘2007년도 예산기준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며칠 후 8월 8일 정부는 “5만 4천여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공공부분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자 도시철도에서 직고용 계약직 노동자들은 이번 정부대책으로 공사의 해고나 외주화 계획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도움이 될까?

결론적으로 이번 정부의 대책은 도시철도 비정규직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째, 공사 비정규직노동자는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상시적으로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사실만으로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지 않는다. 무기계약 근로자는 1년에 걸친 기간 내내 ‘심사’를 당하고, ‘심사’에 합격해야 가능한 일이다. 거기다가 말로는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한다면서 “구조조정 계획이 확정되어” 있으면 예외로 허용한단다. 다시 말해 이번 공사의 예산기준이 말하듯이 불필요한 업무를 축소하고,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없애거나, 외주를 주거나하면 전환대상에서 예외가 된다.

둘째, 설사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어도 처우개선은 없다. 정부대책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낮은 노동조건/임금으로 일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다만 현재 “합리적인 차별대우 기준”이 없으므로 위법, 불법, 탈법으로 분류되는 경우에 한해서 이를 합법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치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열사 투쟁이후, 근로복지공단이 ‘합리적인 차별’이란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합법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정부는 자본가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예산의 증가도 인건비의 부담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셋째, 이번 정부대책은 비정규직, 그것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예전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부분 외주화 원칙에 “비용절감효과가 크고 명백한 경우”, “생산성, 서비스 질의 향상 등을 이유로 민간업체와 경쟁시키기 위해”라는 조항들을 넣음으로서 사실상 외주화를 부추긴다. 정규직을 간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데 비용절감효과가 크고 명백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경제성이 낮더라도 ‘경쟁시킬 목적’이라면 다 된다.

넷째,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이 더욱 유연화 되어야 한다면서, “임금피크제/단시간근로 활용/성과급제 확대적용” 등을 더욱 강하게 추진해서 정규직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정부대책은 도시철도공사가 현재의 직고용 계약직을 외주, 해고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도시철도공사의 이런 조치는 정부의 의지를 매우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규직에게 노동조건/임금 저하를 수용하라고 한다. 비정규직이 “불쌍하냐? 그렇다면 너희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내어놓아라! 말안들으면 몽땅 외주화 시키겠다!”라는 게 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내용이다. 그리고 도시철도 공사는 이를 ‘혁신선도기업’ 답게 그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동안 처절하게 투쟁해왔다. 이용석 열사를 비롯해서 현재 하중근 열사까지... 모두 목숨을 바쳐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투쟁은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발전되고 확대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다. 도시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와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스스로 결의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차별대우’ ‘합리적인 생존권 위협’을 벗어날 수 없다. 투쟁의 결의를 밝히고 나서자! 정부의 대책이 곧 도시철도 공사의 외주화, 해고 정책이다.

김창연 (도철노조 조합원)

태그

도시철도 , 외주화 , 공공부문 비정규직 , 직고용노동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창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