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쟁대위 13호(8월 24일)
찬반투표 가결!! 총파업의 깃발이 올랐다!
8월22, 23일 이틀 동안 실시되었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23일 18:00로 끝이 났다. 회사 측의 집요한 투표 방해공작으로 인해 다소 참석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투표율 92% , 찬성 64% 의 원만한 가결로 이제 우리 발전노동자들은 노동탄압 분쇄와 06 임단투 승리 그리고 국민을 위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기자회견문]
* 우리의 핵심 요구
- 발전5사는 직권중재에 의존하여 노조탄압 및 불성실하게 교섭하는 태도를 버리고 성실하게 노사 협상에 임하라.
- 중앙노동위원회는 직권중재가 아닌 노사자율타결에 의해 발전노사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도하라
- 산자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작업을 중단하고 발전통합,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라.
* 우리의 향후 입장
- 산자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 작업을 재검토하고 발전통합 및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추진의사를 밝힌다면 파업을 자제할 것임
- 발전5사가 발전통합, 사회공공성 강화등 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조요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받아들일 의향이 있을 시 다른 제반의 요구를 최소화하고 파업 종결, 재협상 추진
- 중앙노동위회가 직권중재를 내리지 않고 노사자율타결 원칙을 존중할 시 노조는 자발적으로 전력피크시기를 감안, 필수인원을 발전현장으로 배치할 것이며, 예정되었던 파업시한을 늦춰서라도 최대한 자율타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임
- 산자부와 발전5사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없거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회부할 시 무기한 전면적인 총파업을 단행할 것임
1. 현재의 상황
위의 두 가지 내용은 발전노조 쟁대위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율을 높지만 가결율은 아쉬운 편이다. 애초에 과반이 넘을까 하는 걱정에 비해서는 그래도 나은 편이긴 하지만 64%가 나왔다. 이게 발전노조의 본 모습이라 보면 된다. 02년 파업 이후 03년도 말에 혹독한 탄압의 여파 속에서도 임금협상 안과 관련하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물은 적 있는데 간신히 50%를 넘었었다.
그때 상황과 비교한다면 조직력은 나아진 편이다. 가결율이 쟁대위가 걱정하던 수준은 넘었다. 92%의 투표 참가율이라면 제적대비 가결율을 따로 계산할 필요도 없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64%가 찬성했지만, 가결된 만큼 행동은 100%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8/27일이 파업 디데이였는데, 9/3일로 미루어 진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연기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고 있는데 그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8월 12일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넣었는데, 조정신청을 넣으면서 중노위와 조정 마감일을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노위는 조정 마감일을 8월 28일이라 하고, 노조는 8월 27일이라 했다. 결국 노조는 중노위의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중노위 조정안은 발전노조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중노위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바엔 결국 불법파업일 수밖에 없으니, 27일이든, 28일이든 별 상관이 없다. 다만 28일은 평일이기 때문에 조합원 집결이 굉장히 어렵다. 집결지가 어디든 발전소가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출발시간이 다 다르다. 그래서 동시에 집결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집결지에 대한 동선이 쉽게 노출되고, 봉쇄가 수월하다. 휴일과 다르게 조합원들의 부담감도 늘어 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쟁대위는 8월 27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9월 3일로 연기했다.
둘째, 파업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파업이 계획 속에서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끌려가고 있다. 이 문제는 계속 우려 속에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쟁의발생을 결의하고도 전술단위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쟁대위는 현장 지부장들에게 “파업 준비는 잘 되고 있다”라고 했다.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파업을 연기하여야 했다.
발전노조의 기자회견을 보면, 7대 요구 중 사회공공성 강화와 같은 발전 5개 회사 통합만 언급되고 있다. 그러면 발전 5사 통합에 대한 위원장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8월11일 발전 중앙위에서 위원장은 발전 5사 통합과 관련하여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차후 발전 5사 통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을 선언만 해 주면”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다시 한 번 이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더불어 파업을 “자제” 하겠다는 말을 덧붙여서 말이다. 그러면 나머지 임금과 인원증원, 5조3교대,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비정규직은 다 어디로 날아갔나? 기자회견문을 볼 때, 발전노동자들의 요구는 5사 통합 선언이라는 명분에 파묻혀 갈 수 있는 아주 가벼운 안이 되어 버렸다. 8월 11일 중앙위원회에서 지부장들이 힘들어했던 것은 바로 이런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추상적 요구가 조합원들의 실질적 요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장 동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장 지부의 지부장들의 애로가 이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쟁대위는 현장과 동 떨이진 채, 자기 갈 길만 가고 있다.
셋째, 현장이 조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각 지부의 조직력에 대한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집행부가 쟁대위로 전환하고 나서 현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노력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쟁대위는 교섭을 투쟁을 위한 수단으로 조직하지도 못했으며, 7월 12일 조합원 임시총회 이후 벌어진 사측의 감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또한 중요한 것은 조합원 집결투쟁 날을 연기한 후에야 부랴부랴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 조직력 약화가 파업을 연기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면 파업 연기와 동시에 현장 조직력 강화 계획이 제출되고, 그 계획에 따라 현장을 조직하는 실천을 보여야 했다.
2. 필수인원을 제외한 파업이 가능한가?
발전노조 쟁대위는 자신의 힘인 조합원 동력에 의지하지 않고, 명분에 의지하여 현 사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현장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도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그리고 중노위 조정을 연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더 많은 정열과 힘을 쏟고 있다. 쟁대위는 중재를 늦추면 파업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합법파업을 길을 찾기 위해 보건의료노조의 사례를 따라하려고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직권중재를 피하기 위해 중노위에 조건을 제시했다. 그 조건은 병원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필수인원은 일을 하고, 덜 필수적인(?) 인원만 파업에 투입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필수인원이란 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이고,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파업 - 자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을 통해 병원운영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파업을 위한 필수인원을 말한다.
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필수인원을 빼고 파업을 통해 요구를 쟁취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은 ‘협정근로자’ 범위 확대를 개악 안으로 들고 나왔다. ‘협정근로자’를 사측의 요구대로 한다면 발전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노조에서 줄기차게 반대를 해 왔다. 사측이 내세우는 ‘협정근로자’는 바로 ‘필수인원’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발전노조에서 필수인원을 동원하지 않고 파업을 하겠다는 그 발상은 사측이 내세우는 ‘협정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말로는 반대를 하되, 행동으로는 찬성하는 것이다. 필수요원을 발전소 가동을 위해 남겨 두고 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빈총 들고 싸움터에 나가겠다는 뜻이다. 빈총 들고 싸움터에 나서려는 기상은 가상하다 할 것이나, 죽으려고 뛰어들지 않는 이상 날아오는 총알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발전노조가 아무런 저항 없이 중노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결과가 이렇게 나온다면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계속 묵살할 것이다. 사측 뒤에는 중노위의 조정이 있기 때문에 노사간 대립이 일어나면 중노위에 조정을 요청하면 그만인 것이다. 중노위는 그 목적상 사측을 위한 기구이다. 구조조정은 경영상의 이유로, 임금인상은 정부정책을 이유로, 해고자 복직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런 저런 이유로 사측은 발뺌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이 강화되면 노동조합의 힘은 약화하고,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하면 구조조정은 강화한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은 단지 구조조정에 한정되지 않고, 임금에도, 인원축소 문제에서도 같은 사례로 나타나게 된다. 사측은 4조 2교대, 발전 현장 외주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노동자의 단결력과 투쟁력이 떨어질수록 이러한 계획은 속속들이 실재상황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투쟁을 하려는 자는 “방법”을 찾고, 투쟁을 회피하려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고 했다. 남은 한 주간을 사측에 구걸할 것이 아니라 투쟁동력을 모으는데 매진해야 한다.
8월 19일 전 조합원 총력 결의대회 이전에는 코아지부 중, 태안화력지부가 조직력이 열악하다고 했다. 그래서 서부본부와 중앙이 공을 들였다. 태안화력에서 본부장과 지부장이 매일 출근투쟁을 했고, 중식집회와 각 부서를 돌며 왜 투쟁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선동하고, 선전하고, 교육했다. 그 결과 조직력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태안화력의 사례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조합간부가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하기 나름에 따라 조직력은 차이를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개구리를 갑자기 뜨거운 물에 넣으면 개구리는 바로 튀어 나온다. 너무 뜨거워서 자신이 죽을 줄 알기 때문이다. 02년 발전파업 때는 이렇게 다들 튀어 나왔다.
그런데 개구리를 찬물에 집어넣고 서서히 끌이면 개구리는 온도에 적응하느라 빠져 나오지 못하고 결국은 삶겨 죽게 된다. 06년 발전노동자의 상태는 이와 유사하다. 설비는 늘어나는데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일거리는 늘어나고,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그리고 개별 경쟁은 심해지고,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삭감되는 상황에 적응하느라 고통을 겪고 있다.
두 번의 세계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02년 파업은 발전소 매각저지였다. 발전소를 매각하면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정리해고 등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각이 되지 않고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건 정말 통탄할 일 아닌가? 이 통탄할 일들을 조합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서 조직해야 한다. 남은 일주일 동안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자!
박주석 (발전노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