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외주화와 철도 사유화에 혈안이 되어 철도 현장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14일 우리는 한 동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인원감축과 비용절감, 과도한 노동으로 철도 현장은 살아서 일할 권리조차 허용 받지 못하고 있다. 고 박창규 동지를 떠나보내며 남겨진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철도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살맛나는 철도 현장을 만드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으랴? 살아서 일할 권리! 너무도 당연한 권리를 빼앗긴 철도 현장. 이 권리를 되찾는 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따로일 수 없다.
살아서 일할 권리!
최소한 살아서 일할 권리는 보장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철도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고용형태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용이 보장되어야 하며 먹고 살기에 지장이 없는 생활임금의 보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열악한 임금은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의 안전을, 생명을 돌보지 못하게 한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노출되어 있는 철도의 비정규직노동자는 그만큼 생명의 위협에 더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철도 비정규직에게 생활임금으로서 정규직과의 동일임금 지급과 외주화 반대는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철도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비정규직 임금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25일부터 ‘비정규직 조합원과 위원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비정규직 임금교섭 및 하반기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늦었지만 비정규직 임금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 논의와 토론으로 아직 결정되지 못한 ‘비정규직 임금 요구안’과 ‘비정규직 교섭실무위원 선출’ 등이 14일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함에 있어 안타까운 것은 아직은 비정규직 조합원이 중앙위원으로 참여할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임금교섭은 외주화 저지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철도 비정규직은 임금교섭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철도공사의 비정규직 외주화 검토안이 공개되면서 허탈함과 막막함으로 뒤바뀌었고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치와 외주화에 대한 불만을 결합시켜 비정규직의 단결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06년 철도 비정규직 임금교섭 및 투쟁은 임금 인상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조합원이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공사의 외주화나 여타의 구조조정 공격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 비정규직 조합원의 단결력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임금교섭 및 투쟁과 외주화 저지는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이다. 이 둘을 분리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임금교섭과 외주화를 묶어서 투쟁으로 조직해야 한다.
따라서 교섭위원으로 활동할 비정규직 조합원 동지들은 임금교섭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외주화 반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야 말로 더 중요한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교섭위원들은 비정규직 인금인상에 대한 기대치와 외주화에 대한 두려움을 그 무엇에도 주눅 들지 않는 노동자의 단결력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이번 비정규직 임금교섭은 아직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직접고용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단결력을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며 외주화를 막아낼 힘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들의 단결력과 투쟁력에서 나온다. 조합원들의 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회사 측에 구걸하는 것 밖에 없다. 비정규직 임금교섭에서는 지더라도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단결력에서는 지지 않아야 한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단결력과 투쟁력 강화에 힘을 쏟자
이 단결력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미명하에 교섭안의 수위를 낯추고 타협 가능한 안으로 수정하는 것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것조차 공사는 교섭에서 제외하려고 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만약 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교섭안을 더욱 낮춘다면, 이는 일괄타결을 보더라도 비정규직들의 불만을 쌓이게 하여 단결력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하나 마나한 것이 된다. 비정규직 임금교섭에서 조합의 요구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공사로부터 해태를 당하더라도, 이를 선전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하나로 묶어세우면서 실질적으로 닥쳐올 외주화 반대투쟁으로 나아갈 최대한의 단결력과 동력을 형성해야 한다. 설사 비정규직 임금교섭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임투를 외주화 저지 투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이에 비정규직 교섭위원들과 철도노조는 임투를 기점으로 해당 지부별, 본부별 비정규직 조합원 교육과 토론회/수련회/조합가입 사업을 진행하여, 지방본부 단위로 ‘비정규직 전면 외주화저지 비정규직 현장 실천단’과 같은 것을 구성하기 위해 철도 현장을 뛰어 다녀야 한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신의 고용과 임금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현재보다 더 서럽고 이중으로 착취당하는 외주파견직 노동자가 될 것이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파도 재계약 걱정으로 병가 한번 쓰지 못하는 비정규직, 12월이 되면 재계약으로 막막해지는 비정규직, 이런 비정규직에서 외주화가 된다면 이제는 우리는 걱정을 한 가지 더 해야 한다. 12월이 되면 내가 다니는 외주회사가 철도공사와 재계약을 맺게 될지 걱정을 해야 한다. 외주회사의 재계약을 위해서 더 높은 노동강도와 더 낮은 임금을 견뎌야 하는 외주파견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KTX 승무동지들의 200일이 넘는 피맺힌 파업투쟁이 이를 증명한다. 외주화에 노출되어 있는 철도 직접고용 비정규직 또한 그와 같이 처절한 투쟁을 요구받고 있다.
현장지부 비정규직 모임을 구성하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을 싸워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기를 아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철도 비정규직노동자가 가진 힘, 단결력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자라고 부족한 것을 메우고 채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이 자기를 아는 것이요, 백번을 싸워도 지지 않는 길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철도의 3,000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조직된 비정규직 조합원은 500여명으로 2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500명 중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 투쟁에 나설 동지들은 정말이지 소수에 불과하다. 이를 확대시키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또한 외주화의 첫 시도는 전환배치가 될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가지고 있는 맹점은 동일노동이 아니게 하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주화 계획의 처음은 비정규직을 전환배치 하는 것 그리고 정규직 또한 전환배치 하는 것이다. 가능한 비정규직의 업무를 독립 업무로 만드는 것이 공사의 첫 번째 계획일 것이고 저항이 덜 한 곳을 먼저 외주화 할 것이다. 이에 맞서야 한다.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체계가 없고 조직적이지 못하면 개개인으로 흩어진 비정규직들은 전환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을 묶어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철도 미조직 특위 위원들과, 비정규직 임금 교섭워원, ‘전국철도비정규직노동자회의’ 회원들은 현 철도노조 골간체계인 지부별로 ‘비정규직 현장 지부모임’을 만들어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철도 비정규직 현장 지부모임에서 최소한 2주일에 한 번씩은 꼭 모여서 노동조합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외주화의 진행 정보를 공유하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현장 지부모임의 대표자들이 연락을 취하면서 직종을 넘어 지역별 모임으로 연결되고 전국적 모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철도의 3,000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모임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뿌리가 되어 노동자 단결과 권리를 위한 전국철도비정규직 노동자의 소통체계와 대의체계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국 철도 비정규직 조합원 대표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표는 조합의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이어야 한다. 조합의 대의기구들에 결정권을 가지고 참가할 수 있어야만 한다. 비정규직 조합원을 대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 비정규직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정말이지 필요한 사안이다. 철도공사 지사체계로의 조직개편 이후 철도노조의 조직혁신안 또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대의체계 구축을 염두하고 논의되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꼭 해내야 하는 것들이다.
철도노조 비정규직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