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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비정규노조 투쟁에 대한 고언

외부조건에 흔들리지 말고 장악해 들어가라!

03년 비정규직투쟁 이래 최상의 투쟁이 전개되었다. 라인은 정지되거나 서가 가다를 반복했다. 2공장 집중투쟁 때 7시간이나 라인이 정지되었다. 05년 1월 18-21일간 있었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때와는 사뭇 다르게 투쟁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위원장을 해고하고, 사무장을 구속시키고, 수십 명이 관리자의 폭행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가는 데도, 투쟁의 열기가 가라앉기보다 성난 용이 승천하듯 확대일로를 걸었다.

조합원들은 과거 사측의 탄압에 주눅 들어 위축되었던 경험과는 너무나 다르게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라인을 세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바이러스가 전파되듯이 비정규직노동자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이에 따라 조합 가입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650명까지 떨어졌던 실조합원이 1,400명이 넘어섰다.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시기에 급속히 늘어나는 조합원은 일상시기의 ‘부흥회’를 통해 늘어난 조합원들과 질을 달리한다.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독이 든 사과 - 원청의 교섭 제의

무슨 일이 있어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싫어 교섭에 나서지 않았던 현대자동차에서 3자 교섭 --(주)현대, 현자노조, 현자비노조-- 을 하자고 제안했다. (주)현대는 교섭을 위해서 파업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측의 교섭 제안은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이지만 반대로 독이 든 사과이기도 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자체가 투쟁의 목표인 동지들에게는 원청의 교섭 제안이 승리일지 모르지만, 구체적으로 투쟁 요구를 쟁취했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교섭 제안은 독이 든 사과였다. 사측은 확대되고 있는 투쟁을 가라앉히고,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교섭 제안을 한 것이다.

사측의 예상대로 내부 조건이 상이했던 비정규직 3주체 사이의 내분이 일어났다. 1차 투쟁을 마무리하고 평화교섭 기간에 있었던 전주, 아산은 교섭을 수용하고 싶었지만 반대로 울산은 투쟁동학 상 교섭을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현자비노조는 단호히 제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나섰다. 교섭은 결렬되었고 투쟁은 확대되었다. 투쟁은 확대되었지만 현자비노조는 딜레마에 빠졌다. 투쟁이 원청을 무릎 꿇릴 정도로 확대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 압박이 거세지다

정규직노조의 재교섭 제안, 전주 ․ 아산지회의 교섭 수용 요구에 이어 현자비노조 내부에서도 교섭 수용 요구가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지도부의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다. 전면투쟁을 통해 투쟁동력을 강화하고, 외부조건을 견인할 것이냐, 아니면 교섭을 수용하고 결렬 시 정규직노조, 전주 ․ 아산과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냐. 두 가지 방안은 현자비노조의 투쟁동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필자는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전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현자비노조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제 교섭 기간 동안 조직역량을 후퇴시키지 않고 투쟁을 준비하는 것밖에 없다. 교섭 수용 이유가 외부조건에 따른 것인 것만큼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밖에 없다.

안타까운 일

교섭은 예상대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오늘이 마지막 교섭이지만 사측이 전향적인 양보안을 던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또 사측은 예상대로 조직 깨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추천인을 대동해 투쟁에 나서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를 협박하는 일이 예사롭게 이뤄진다. 이번 파업에서 최대 격전지였던 2공장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협박하는 것을 넘어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고용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투쟁을 막을 구사대 역할을 할 것을 은연중에 종용하는 이데올로기전도 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에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3주체, 정규직노조의 투쟁 준비는 거의 없다. 전면적인 파업이 어렵다면 다양한 수준의 투쟁을 할 수 있다. 활동가들, 열성적인 수석 조합원들을 동원한 대규모 선전전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100-200여 명 동지들을 앞세워 집단 가입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공장별 대의원, 현장위원과 함께 업체 조직화 사업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대투쟁 조직화를 위한 사업도 거의 없다. 15일 마지막 교섭 후 18일 연대회의를 통해 공동투쟁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어떤 논의조차 없다. 투쟁이 절실한 비노조와 준비 안 된 정규직노조의 상황이 다른 것에 대해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져 있다. 18일 전까지 파업이 아니더라도 위에서 제기한 사업들을 공동으로 전개하면서 비정규직 조직력을 강화하고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왜 투쟁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18일 원 ․ 하청 연대회의의 임무

03년 비노조가 건설된 이후 정규직과의 연대가 승리의 관건임을 모르는 활동가가 있을까? 그렇다면 반문해 보자. 민노투의 이헌구 위원장, 민투위의 이상욱 위원장, 민노회의 박유기 위원장으로 바뀌면서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연대투쟁의 양, 질이 높아지고 있는가?

현자노조는 소수라는 이유로 피 말리는 투쟁을 해 온 비정규직노조에 진정한 연대의 손길을 내민 적이 있는가. 강자가 약자에게 내밀어야 할 연대의 손을 약자가 약자라는 이유로 강자에게 양보해 온 것이 현자공장 안의 모습 아닌가.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주)현대자동차와 부품사의 관계를 빼다 박은 것 마냥 똑같다는 생각은 해 본적 없는가. 원 ․ 하청 연대회의의 임무는 하청투쟁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회의의 이름답게 연대투쟁을 확대 ․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자본으로부터 양보를 따내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산별전환을 성공시킨 박유기 집행부는 산별 정신에 걸맞게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조직형식 전환에는 목숨 걸면서 조직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노동운동의 도리인가. 어쩡정한 타협안을 수용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비정규직노조의 요구안은 기본적인 요구다. 고용안정합의서, 임단협 체결, 해고자 복직, 현안문제 해결 등 노조라면 언제나 요구하는 기본적인 사항일 뿐이다.

늦지 않았다. 조직적 어려움을 감내하면서까지 교섭에 나선 비정규직노조를 엄호하기 위해선 18일 원 ․ 하청 연대회의의 결단이 필요하다. 더 이상 정규직 조합원의 정서를 팔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고 하지 말라. 원 ․ 하청 연대회의는 과거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통해 승리를 안아오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18일 이후 현자비노조는 과감한 투쟁으로 나서야 한다. 교섭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순밟기식 투쟁이 아니라 사활을 건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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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비정규직 , 3주체 , 원하청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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