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야합 이후, 노사정위원회와 한국노총에 대한 항의투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들은 돌아가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정 합의 원천 무효화를 선언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공식조직이 아닌 현장활동가들이 9월 15일 처음으로 노사정 야합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하반기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9월 15일 노사정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동3권 유린하는 노사정 야합 규탄대회’는 올 초 결성된 <비정규악법 폐기-노사관계 로드맵 분쇄 전국현장공동투쟁단>을 비롯하여 정치조직과 노동단체, 전해투 등이 앞장서서 조직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노사정 야합 분쇄’와 ‘한국노총 해체’를 외치며 투쟁을 전개했다.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해고된 동지들은 자신들이 앞장서서 한국노총 해체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다.
사회적 교섭의 재앙
9월 15일에 모인 활동가들은 대부분 노사정 야합을 비판했지만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과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에 대한 자기비판과 이후 투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04년 비정규 개악안이 입법 예고된 이후 줄곧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노사정 대화를 놓고 내부투쟁이 전개되었다. 결국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원칙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했다. 민주적 노사관계 재편방안을 쟁점화하고 하반기 투쟁동력을 모아가겠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비정규 개악안이나 노사관계 로드맵은 자본과 사활을 건 싸움을 해야 할 사안이지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노동계가 단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며 추진한 한국노총과의 공조 역시 실패했다. 한국노총과의 공조는 이미 비정규 개안안 처리과정에서도 파탄이 난 것이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단순한 진리가 다시 확인된 것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와 사회적 교섭은 결국 노동자 투쟁을 가로막는 것일 뿐만 아니라, 9.11 야합과 같은 재앙을 초래하는 주범임이 드러났다.
힘을 집중하자!
삼성전자는 로드맵 논의를 위해서 경총에 가입하며 결국 복수노조 유예라는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켰다. 자본은 치밀하게 움직였는데 우리는 허술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 투쟁을 통해서 노사정 야합을 분쇄해야 한다. 문제는 현장의 관심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에서 가장 큰 동력을 형성하고 있는 금속연맹 소속의 대공장은 필수공익 사업장이 아니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유예되어 한시름 놓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공연맹 소속의 노동조합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매번 직권중재로 인하여 불법파업 시비에 시달려야 했으며, 사용자인 정부와 투쟁하느라 현장의 조직력이 매우 약화되어 있다. 최근 파업을 선언했던 발전노조 역시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파업을 접어야 했다.
따라서 공공부문은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더욱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조합원 사이에서 파업 무용론이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러면 금속의 동지들은 갈수록 고립된다.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힘이 약화되면 하나도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투쟁동력을 가지고 있는 금속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을 끌고 가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
승부처는 현장
어차피 노사정 야합을 막는 길은 저들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파업을 조직하는 길밖에 없다. 결국 승패는 현장에서 판가름 난다. 이번 파업이 사활을 건 파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집행부만 쳐다볼 문제가 아니다. 현장활동가들이 민주노총의 지침, 집행부의 지침을 기다리지 말고 조합원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실천을 만들어가야 한다. 출근 선전전도 좋고, 중식집회도 좋다. 지역별로 농성장이 마련되면 농성장 지지방문도 좋다.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주고 현장을 조직하자! 각 단사별로 현장조직이나 현장활동가들은 우리 사업장에서 비정규 개악안-노사관계 로드맵 분쇄를 위한 총파업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결의를 모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노동운동세력은 비정규 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를 위한 투쟁에서 공동의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 공동의 실천의 전제는 ‘비정규 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를 위한 무기한 총파업 조직화’, ‘협상이 아닌 투쟁을 통한 폐기’면 족하다. 지역별로 시급하게 공동실천을 위한 테이블을 구성하고, 체계를 구축하자!
동지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하고 이후에 현장을 치고 들어오는 자본의 공격에 피눈물을 흘려도 소용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한번이면 족하다. 9월 15일 노사정위 앞 집회에 참석한 한 동지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고, 역사에 길이 남을 투쟁을 조직하자!
박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