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총파업에 대한 일정과 계획을 밝혔다. 15일 경고파업, 22일과 29일 민중총궐기에 맞춘 부분파업 전술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민주노총 투쟁계획이다.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서 민중총궐기 중심으로 파업의 축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조준호 집행부는 “11월 15일 4시간 경고 총파업을 통해서 정부와 여당 등 각 정당에 민주노총의 4대 요구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20일까지 기다린다”고 밝혔다. 또한 현 시기를 “비민주적이고, 반노동자적인 현 정권에 대한 범국민적 심판을 해야 하는 시기, 진보진영의 총단결로 07년말∼08년 권력교체기를 주도한 진보진영의 대중적 영향력과 대중적 토대를 강화할 시기”라고 규정했다.
다시 한번 96∼97년 총파업이 패배했던 이유가 떠오른다. 수요파업으로 전환하며 대선에서의 심판을 외쳤던 민주노총 지도부! 수요파업으로의 전환, 즉 총파업 패배 이후 많은 사업장이 파업의 대가를 혹독히 치루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심판론은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1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우리는 똑같은 말을 듣고 있다. 현 시기는 이후 권력교체기를 준비하는 진보진영의 총단결을 확대할 시기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죽일 악법을 만드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서 모든 것을 걸고 총파업을 조직할 시기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단병호 의원조차 국회에서 열린 노사관계 로드맵 대토론회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에게 “국회를 믿지 말라”, “투쟁을 조직하라!”고 주문했다.
민중총궐기?
민주노총은 1차 민중총궐기인 11월 22일과 2차 민중총궐기인 29일 전면 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나머지 일정들은 이를 긴장감 가지고 준비하자는 부분파업 전술이다.
노동법 개악 저지, 산재법 개악 저지, 한미 FTA 저지 등 핵심 요구를 가지고 투쟁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도대체 민중총궐기를 통해서 전선을 확대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 기껏해야 농민들과 몇 차례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것, 국민의 여론에 호소하는 것, 자본 분파의 일부와 함께하는 <한미 FTA 저지 범국본>에게 투쟁의 주도권을 쥐어주는 것 외에 뭐가 있는가!
오히려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 확대하는 것을 왜곡, 교란하는 것일 뿐이다. 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저항과 투쟁의 중심인 민주노조운동의 씨를 말리려는 시도는 자본가와 노동자계급의 피할 수 없는 대립이다.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
탄력과 확대
민주노총 투본은 15일 경고파업 이후, 휴지기를 가진다. 20일까지 자본가들에게 무슨 답변을 기대하는가! 자본가 정부와 자본가 정당이 민주노총의 요구에 성실한 답변을 하겠는가!지난 11월 7일 비정규 악법 처리가 법사위에서 유보되면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동당에게 15일의 말미를 주겠다며, 우리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들에게서 무슨 답변을 기다린다는 말인가?
이미 11월 7일에 비정규 악법의 법사위 상정이 시도되었었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내년 복수노조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 9월 11일 노사정 야합세력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투본은 24일 국회 전체회의에 노동악법이 상정되는 시점을 앞두고 22일 전면총파업에 돌입하며, 23일부터는 부분파업, 29일 2차 민중총궐기에 맞추어 전면파업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해서는 파업의 확대를 꾀하기 어렵다. 22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이후 부분파업으로 곧바로 전환할 이유는 없다. 조합원의 파업에 대한 피로도나 조직화 미비가 문제라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파업에 대한 피로도를 느끼는 것은 지루하게 전개되는 파업때문이다. 조합원들에게 총파업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때만이 피로도는 없어진다. 파업시간이 길어서피로한 것이 아니라 파업을 해도 ‘생색내기 파업’, 마지 못해 하는 파업이라고 느낄 때 피로도는 밀려온다. 뿐만 아니라 우리만 총대를 맨다는 생각을 가질 때 조합원들은 자신감을 잃고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22일부터 진행되는 총파업이 확대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첫째, 22일 총파업이후 23일부터 부분파업으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전면 총파업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15일과 22일 파업의 전면에 서는 것은 금속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이다. 특히 완성차를 중심으로 금속 동지들은 파업이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투쟁을 끌고 가주어야 한다.
셋째,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안문제를 결합시켜 싸우자!
12일부터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을 전개한다. 전교조도 연가파업을 준비중에 있다. 다들 자신들의 현안을 가지고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철도는 공사의 외주화 방침을 내놓고 있고, 사회보험은 4대 보험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현안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총파업으로 노무현 정부와 자본에 맞짱을 뜰 것이라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안문제를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시켜야 한다.
넷째, 파업의 확대를 위해서 파업사업장 조합원이 나서야 한다. 아직 파업에 돌입하지 못한 사업장을 조직하는 역할은 상급단체의 간부들만 하는 일이 아니다. 파업에 동참할 수 있는 사업장에 파업사업장 조합원들이 가서 중식집회도 함께 하고, 현장순회도 같이 하자!
다섯째, 파업전술은 현장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민중총궐기라며, 현장을 조직하는 것보다 대국민 선전전, 역전 앞 집회 같은 것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역전 앞 집회는 일주일에 한 두 번 하면 된다. 오히려 조금만 더 조직하면 파업에 들어올 수 있는 사업장이나 지역의 대공장이나 핵심사업장에서 파업 집회, 지역집회 등을 열어야 한다. 그럴 때만 파업이 확대될 수 있다.
동지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한 가지뿐이다. 총파업을 조직하고 파업을 확대하는 것, 현장을 장악하고 자본의 심장을 타격하는 것, 그것만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승부는 현장에서 난다. 현장을 조직하고, 투쟁을 확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