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노동자대회, 15일 파업, 22일의 총파업에 이은 시청․도청 진격투쟁이 전초전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전면전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11월 30일과 12월 1일 양일간 국회 본회의를 통해서 비정규 악법을 강행처리하고, 환노위에서 노사관계 로드맵을 다룰 예정이다. 이제 3년을 끌어온 비정규 악법 처리에 막바지에 다다랐다.
전면전이 시작되다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전투구는 노무현의 백기항복으로 끝났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이 무너짐으로서 레임덕에 시달릴 줄 알면서 헌재소장 임명을 철회한 것은 레임덕보다 시급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헌재소장 임명을 철회시키면서 정치적 승리를 거두자마자 열린우리당과 손잡고 비정규직 악법 통과를 결의하고 있다. 이미 사학법과 연계해 투쟁한 것에 대한 비판적 자체 평가를 했기에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문제가 해결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몸이 되어 노동자 민중 다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는 비정규직 악법 재․개정, 정리해고 자유화와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로드맵 상정, 다친 것도 서러운데 치료조차 받기 어렵게 만드는 산재법 개악을 강행 처리하려고 한다.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도를 넘어선 탄압
총파업 이전부터 집회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쳤던 정권은 22일 횃불집회를 빌미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테이져 건을 동원한 집회 진압, 살상무기인 날 세운 방패로 찍기 등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적들은 초동진압에 사활을 걸고 있다. 29일에는 서울로 상경하는 지방 대오를 원천봉쇄했다. 군사정권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연행하고, 지방에선 아예 공장문, 기차역을 막아서고, 달리는 버스를 강제로 세웠다. 이는 투쟁이 확대될 것에 대한 두려움의 반증이다.
뿐만 아니다. 수도권의 평화집회와 완전 다르게 투쟁을 전개한 충남본부, 광주본부 등에는 지도부에 대한 대량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도부는 수배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농성으로 응답하고 있으나 좀 더 공세적인 사업을 펼쳐야 한다. 적들의 총공세의 의도는 단 한가지다. 분노한 노동자와 농민의 투쟁을 합법의 틀에 묶어놓으려는 것이다. 지도부를 위축시켜 투쟁의 수위를 하향조정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벼랑 끝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 농민, 학생, 소시민의 생존권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로 전락한다.
피맺힌 절규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전면적일수록 피맺힌 절규는 커진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공격의 포화에 노출되어 있다. 비정규직 개악과 로드맵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후 노동시장 진출자들에게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폐해의 정도는 전 국민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로 농민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자본가조차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절규하는 자들은 노동자와 농민이다. 투쟁으로 조직된 경험이 있는 노동자와 농민만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전 국민이 투쟁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투쟁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1차 중심은 단연 조직된 노동자계급이다.
총파업 확대만이 승리의 길이다
22일과 29일 총파업은 위력적이지 못했다. 4시간 파업, 간부파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는 29일 간부파업을 전개하고 이번 총파업을 이끌어갈 핵심대공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부품사노조 다하면 11~12만의 투쟁동력이다. 핵심 선봉부대로 하등의 미흡한 점이 없다. 문제는 총대를 자신 있게 매는 것이다. 전면전에서 핵심부대 없이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12월 1일 속개되는 금속산별 완성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이끌어갈 핵심부대들의 총파업 결의를 드높여야 한다. 대의원 특별결의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 12월 1일부터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최저운반비 법적보장을 위한 표준요율제, 다단계 중간착취 근절을 위한 주선료상한제 법제화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무기한 전면파업과 결합해 상호 상승작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화물연대 역시 지배계급의 회유책에 속지 말고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쟁취를 위해 총파업투쟁을 함께 밀고가야 한다.
11월 30일 공공서비스노조의 창립대대에서도 총파업을 결의해야 한다. 대대를 통한 총파업조직화는 매우 의미 있다. 당장 조직력을 이유로 총파업을 회피하면 모두가 죽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정권의 탄압으로 위축될 대로 위축된 공공부문도 대정부 투쟁에서의 승리 없이는 조직력을 회복할 수 없다면 지금의 총파업은 두 번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다. 사보 현장처럼 징수통합에 맞서 현안투쟁을 전개하는 공공부문은 현안투쟁과 결합해 총파업투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 가능하다면 발전의 징계철회투쟁도 총파업투쟁을 통해 힘을 받고 투쟁조직화에 매진해야 한다.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은 언제나 상호작용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총파업의 핵심인 기아차노조, 금속노조, 공공서비스노조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선거와 무관하게 총파업 조직화에 나설 수 있도록 결의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핵심부대가 중심만 잡는다면 싸움을 적당히 하고 말 정세가 아니다. 자본과 정권이 백기 들든지, 아니면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기든지 둘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모든 사업은 총파업 동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술이 결정되어야 한다. 옆 사업장을 조직해 파업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식만이 승리를 결정할 수 있다. 이제 승리의 길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