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은 비정규직 개악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20분 만에 통과시키는 폭거를 저질렀다. 민주노총 수요총파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목요일에 강행처리한 것이다. 몇 년간의 준비된 파업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긴급히 동원된 1,200명의 조합원들만 비수를 품고 현장으로 내려갔다.
비정규직 개악법 강행처리 시 무기한 총파업 선언은 현대자동차의 2시간 파업을 제외하곤 거의 선언으로 끝났다. 공공서비스노조의 창립대의원대회조차 폭거의 소식을 접하곤 “파업할 수 있는 사업장은 파업으로, 그렇지 못한 사업장은 최선의 투쟁을 조직해 달라”는 위원장의 맥 빠진 부탁의 말로 총파업 조직화를 대신했다. 이제껏 아무도 파업하지 않는 공공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얘기다.
돌이킬 수 없는
비정규직 개악법 통과에 자신감을 가진 지배계급은 12월 1일 정리해고 자유화 법이자 노동조합 말살법인 로드맵을 상정 처리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것이 한 번에 죽이자는 자신감에 찬 공세다. 지배계급의 오만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 통과된 비정규직 개악법을 폐기하고 로드맵 상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96~7년 노개투 총파업같이 위력적인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밖에 없다.
총파업의 선봉부대로 연일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는 현대차노조는 12월 1일 대의원 이상 간부 중심의 서울상경투쟁에서 4시간 총파업으로 변경했다. 올바른 결정이다. 지배계급이 두려워하는 것은 국회 앞 400명의 붉은 조끼가 아니라 연일 지속되는 생산라인의 정지와 현대차노조로부터 확산되는 총파업 물결이다. 울산에서 시작되는 20,000명이 넘는 곤색 작업복 조합원들의 악법철폐 투쟁결의가 전주, 아산으로,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정세다. 자본과 정권이 백기 들든지, 아니면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기든지 둘 중 하나다.
신세타령은 이제 그만
총파업투쟁의 핵심동력인 대공장과 금속노조에서 “왜 맨날 우리만 총대 매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 총파업대오의 80%~90%를 차지해온 금속노동자들이 정세의 중요성을 몰라서 하는 푸념은 아닐 것이다. 총파업투쟁이 금속노조와 대공장노조의 투쟁으로 한정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하지만 금속노조와 대공장이 총파업투쟁의 총대 매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총파업투쟁은 도루묵이 된다. 총파업투쟁을 확대할 근거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는 완전한 패배를 의미한다.
현 시기 총파업투쟁의 패배는 생존권의 박탈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총대 매라고 하는 것이다. 악법들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 후배, 후손에게 미칠 처참한 미래를 알고 있기에 푸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푸념과 주저함으로 총파업투쟁이 패배한다면 우리의 삶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푸념과 하소연으로 가득 찰 것이다. 푸념과 주저함은 그 때 가서 하더라도 늦지 않다.
멈짓 하는 순간 다 죽는다
박유기 위원장은 “투쟁해야 할 때 제대로 투쟁하지 않아서 크나큰 고용불안을 우리는 경험했다. 파업으로 임금이 깎이고 고소∙고발이 이어지지만, 투쟁하지 않고 노동법 개악과 한미FTA 등이 처리되어 당할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총파업투쟁에 힘을 모을 것을 호소했다.
그렇다. 늦지 않았다. “노동법 개악과 한미 FTA가 처리되어 당할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면 조합원들을 총파업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의 조직화를 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 총대 매는 것에 대한 언론의 공격과 조합원 질책을 두려워하기보다 정면돌파 해야 한다. 눈앞의 어려움 때문에 주저하거나 멈짓 하는 순간 우리 모두 죽는다. 우리의 자녀들까지 죽인다.
핵심부대의 총파업이 관건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금속노조의 결의에 찬 총파업투쟁 없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구호일 뿐이다. 이제 현대차노조 4시간 파업, 기아차 간부파업, 대자 간부파업을 넘어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부품사노조 등 전면 총파업투쟁으로 총파업투쟁을 확대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더 이상 핑계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총파업을 조직하자.
현장활동가들 적극 나서라
노동자계급의 삶에 치명타를 입힐 사안의 중요성과는 반대로 역사상 가장 어렵게 진행되는 총파업투쟁은 현장활동가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주저하는 노조집행부를 압박하지도, 선도투를 하지도 않고 있다. 우리에게 더 이상의 여유란 없다. 죽은 자식 불알만지며 어떻게 죽었는지 논평하면 뭘 하나. 당장 현장을 조직하는 행동으로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