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공사 예산편성지침’에서 밝힌 직고용 계약직 외주화가 하나 둘 진행되고 있다. 11월에 본사 ‘관광안내원’과 ‘자료관리’ 업무는 없어졌고, 재계약은 거부당했다. 11월 30일 ‘기지청사 관리직’, ‘면도사’에게 계약해지통보를 보냈다가,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자 계약해지 통보가 아닌 계약만료통보라고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뿐 아니다. 이번에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계약직이 담당하던 ‘환경관리’와 ‘국제교류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기존에 근무하던 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어제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일하던 사람을 ‘자격증’ 운운하며 ‘공채시험으로 들어와라’고 말한 것이다. 그 결과 환경관리인중 3명의 여직원은 전원 공채시험에서 떨어졌으며, 국제교류부문 영어파트 2명을 한명으로 줄여, 둘 중 하나는 공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2명이 하던 일을 이제 한명이 해야 한다. 하던 일은 정규직 업무가 되었는데, 노동자는 짤리는 웃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11월 2일 대대에서 직고용 계약직 조합가입이 거부되다
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의 규약은 조합원 자격을 “도시철도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규약 상으로는 도시철도공사와 직고용 계약을 맺는 계약직 노동자의 조합가입을 막을 수 없다. ‘종사’라는 말의 해석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대의원대회에서 직가입을 희망한 84명의 계약직 노동자를 거부한 것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어떤 대의원은 “내년 5월이면 모두 짤릴텐데, 그들을 책임질 수 없다. 정규직이 납부한 희생자보상기금으로 비정규직 희생자에게 생계비를 줄 수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
물론 노동조합은 낮 뜨거운 일이긴 했는지, ‘(계약직)고용은 보장한다’ ‘고용보장 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은 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입에 발린 말인지는 이번 본사 계약직을 계약해지한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사가 ‘일이 줄었거나, 없어져서 방법이 없다’는 주장에 노동조합은 그대로 묵인하고 넘어가 버렸다. 어차피 소수이니까!
직가입을 추진했던 84명의 노동자들은 지금 심각한 패배감에 휩싸여 있다. 노동조합마저 비정규직을 버렸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의원 대회에서 조합가입을 동의했던 35명의 대의원들도 아무런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민주파라 불리는 대의원들이 자신들의 사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김남일 어용 집행부가 ‘단협 개악’ ‘팀제 도입’ ‘전환배치’ 등을 노사 합의하는 동안, 그것을 저지하지도 못했고 김남일 집행부를 불신임하지도 못했다. 그것이 현재 민주파가 ‘로드맵’ ‘비정규직 개악’에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원인이고, 도시철도 현장의 현실이다.
그러나 활동가라면 어려운 때일수록 다시 일어서야만 한다. 기댈 언덕조차 사라진다면 도시철도 노동자의 삶은, 그리고 민주파, 투쟁파의 삶은 너무 참담해 지지 않겠는가?
동지들! 동지들만이 도시철도 조합원의 기댈 유일한 언덕이고, 도시철도 직고용 계약직이 의지할 상대이며, 노동자의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다시 한번, 투쟁을 결의하자!
김창연 (도시철도노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