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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와 영업비밀 폐지

-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본 분양원가 공개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일어나 뉴스 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언제, 어디서 바뀔지 모르는 부동산자산 급등은 모든 이들을 부동산에 쏠리도록 만들었다. 이제 사무직, 생산직, 전문직 할 것 없이, 돈이 있든 없든 할 것 없이 둘 이상 모이면 부동산 얘기가 제1의 화제다. 정운찬이 “참여정부 내내 국민을 잠재적인 투기꾼이자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말에 수긍 못할 국민이 없을 정도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파산으로 몰고 갈 정도였으니 말 할 것도 없다.

부동산자산 급등과 노동자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1997년 제 10차 동시 분양가는 472만원, 그리고 2003년 실시한 제 10차 동시분양 아파트 분양가는 1331만원으로서, 분양가가 6년 만에 2.8배 올랐다. 물가 상승율이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었지만 집값은 년 수십%씩 올랐다. 경제위기로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는 점,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일하면서도 신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점,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불패신화’는 일하는 모든 이들을 절망으로 몰아갔다. 입만 열면 양극화 해소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지만 오히려 부동산 자산 급등으로 양극화하는 심화되었다.

부동산자산 급등에 절망하고 분노한 모든 근로인민들은 부동산자산 급등에 맞서 시민단체가 제시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설문조사 결과 86%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은 오락가락했던 노무현 대통령조차 26일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고 있어 이제 분양원가 공개제를 반대할 수 없다”라고 밝힐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부동산자산 급등에 따른 절망과 분노는,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가 시장경제를 뒤흔들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보수언론이 십자포화를 퍼붓는 속에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현 시기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배계급 내부의 차이

정부와 국회, 건설업체, 제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간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경제에 어긋난다. 둘째, 분양원가 공개는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 된다. 셋째, 분양차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이다. 세 가지 차이가 어찌 보면 근본적이고 심각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내면 깊숙이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계급이 어떻게 밀어붙일까에 따라 지배계급 내부의 차이는 노동자계급운동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는 차이이기도 하다. 그럼 심도 있게 살펴보자.

재경부, 한나라당,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대형 건설사들은 분양원가 공개가 시경경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박병원 재경부 제1일 차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비용을 싸게 해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진구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원들은 분양가 상한제보다 분양원가 공개를 더 문제 삼았다.

이해 당사자인 대형 건설사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경제에 맞지 않으므로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 반면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들이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운영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는 적정이윤을 내기 위한 밥통 줄이기로 여기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밥통을 깨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자본주의 붕괴의 시작이다.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제조원가 공개로 확대될 경우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위의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외형적으론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위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도 “장사원리에는 맞지 않지만 원가 공개의 여론이 거세므로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장경제원리 위반을 반쯤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정자본주의는 시장의 해악을 감소하기 위해 시장에 대한 규제 혹은 강제를 하는 것이 시장자본주의를 강화하는 것임을 주장해 왔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인 이 나라 주택시장은 건설업체들이 시장에서 일방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해 왔다. 건설업체, 토지․주택공사, 투기꾼들의 폭리가 대다수 근로인민들의 피해가 되고, 부동산정책의 실정으로 근로인민들의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새로운 대안을 제출해야만 했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약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 기존 부동산정책에 대한 근로인민 절대 다수의 반발에 직면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총자본의 선택은 분양원가 공개 및 상한제 실시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건설자본가의 적정이윤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적정이윤의 침해는 자본가계급 자체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해서 이용섭 건교부장관은 “분양가 상한제가 실행되더라도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은 보장되기 때문에 민간부문 주택공급도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배계급 내부는 시장경제원리를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자본의 적정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서 약간의 이견이 있을 뿐이지 시장을 제약하고 시장으로부터 받는 모든 고통을 없앨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세 가지 점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첫째, 부동산 상품을 특화시키려는 시도다. 부동산이 다른 자본주의 상품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실시가 가능하다고 한정짓는 것, 따라서 다른 상품에 도입은 엄두도 내지 말라는 것, 둘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반 시장적이라며 반대하는 지배계급 분파가 분양가 상한제보다 분양원가 공개를 더 두려워 한다는 점, 셋째, 적정이윤이 무엇이며, 얼마를 누가 책정할 것인지 불명료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계급 사이에서 5% 정도를 적정이윤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적정이윤을 이제껏 폭리를 취해온 지배계급에게 맡기겠다는 의도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분양원가 공개 없이 말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

▶ 첫째,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자본주의 붕괴의 시작이다.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제조원가 공개로 확대될 경우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반문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와 상한제를 모든 상품에 도입해야 한다.

얼마 전 SK, LG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이 담합 비리로 적발되었다. 소비자 피해액은 2400억 원대로 추정되며 과징금 총526억이다. 담합이 확인된 기간은 2004년 4월1일부터 같은 해 6월까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사회에서 담합, 독․과점에 의한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한 특수 품목에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생활필수품인 기름값에서 아이들 과자값까지 오를 땐 쑥쑥 오르지만 내릴 땐 굼벵이 기어가듯 내린다. 그것도 턱도 없는 낮은 비율로 말이다. 그럼에도 신성불가침의 소유권 ․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그 어디로부터 제제 받는 일이 없다.

▶ 둘째, 분양원가 공개와 제조원가 공개는 기업 영업비밀 폐지에 기초하여 제기해야 한다. 왜냐면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 지지는 자들도 분양원가 공개를 단순히 원가 내용을 숫자로 공개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원가 내용을 숫자상으로 공개하라는 정도의 조항은 대법 판례에도 있다. 따라서 이는 영업상 비밀 공개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단순히 숫자상의 놀음을 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숫자상의 분양원가 공개와 제조원가 공개는 원가의 내역이 무엇인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분식회계도 게눈 감추듯이 하는 자본가들에게 영업비밀의 폐지 없는 분양원가 공개와 제조원가 공개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 셋째, 영업비밀 폐지를 전제로 한 노동자 경영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신성불가침의 소유권 ․ 경영권의 남발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본주의에서 소유권 ․ 경영권에 도전하면서 체제 내화되지 않기 위해선 영업비밀 폐지를 전제로 한 노동자 경영통제밖에 없다.

분양원가 공개와 상한제를 지지하는 노동자라면 그 입장을 가지고 사회 전체로 시야를 확대해 보라. 단순히 부동산 때문에 고통스럽기보다 상품에 지배받는 것 때문에 고통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부동산 한 품목에 한정해 원가 공개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원가공개가 시장 참여자들을 숫자상으로 희롱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숫자상의 공개 이상이 필요함을 느낄 것이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선 집단적인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이는 일차적으로 소유권 ․ 경영권에 도전하는 노동조합을 통해 할 수 있다. 단 노동조합이 자본에 포섭되지 않기 위해선 영업비밀 폐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소비자 중심의 다른 방식으로의 집단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중심의 통제는 생산 이후의 문제로 남는다. 따라서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계급이 1차 통제를 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분명 위의 세 가지 투쟁 과제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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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분양원가 공개 , 영업비밀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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