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지부장님을 비롯하여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동지들을 처음 뵌 것은 지난 3월 2일 울과대 동부캠퍼스 본관 지하에서였다. 억센 경상도 억양으로 “전해투 동지들~ 반갑습니데이~”를 외치던 동지들의 너무나 밝고 힘찬 모습에서 그동안의 힘든 투쟁과정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개강을 앞두고 침탈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에서도 화기애애함이 차가운 지하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깁스를 한 동지의 다리, 계단을 막고 있는 캐비넷 바리케이드, 만든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실밥이 뜯겨져버린 투쟁조끼 등에서는 여실히 울산과학대와 현대자본의 악랄함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울해협 동지들 편으로 울과대 동지들의 투쟁소식을 전해 듣던 우리는 3․8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에 농성장이 침탈당하였다는 속보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비록 그날 바로 달려가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14일 투쟁문화제에 최대한 조직하여 결합할 것을 다짐했으며, 그렇게 우리는 14일 오전에 서둘러 동토의 땅이라 불리는 울산 동구로 달려갔다.
침탈 이후 시간이 조금 흘러서였을까. 본관 뒤편 천막에 도착하여 시레기국 하나 말아먹는 동안에도 연대하러 오는 많은 동지들을 맞이하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동지들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하였다. 울산지역 동지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날 투쟁문화제에는 지난주 침탈 직후의 규탄대회 때보다 많은 동지들이 모였다고 한다. 동토의 땅에 울려 퍼지는 투쟁의 열기 때문에 그러했는지, 학내에 상주했다는 전경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학교 관리자 몇 명만 구석에 숨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을 뿐이었다.
사실, 울과대 동지들의 투쟁에서 더욱 분노를 자아냈던 것은 바로 학생들의 관제시위였다. 이날 영상물을 통해 다시 봤을 땐 울과대 총학생회 및 학생회 임원은 덩치로 선출하는지 하나같이 일률적인 트레이닝복에 한 덩치씩을 자랑하는 자들이었다. 더구나 “학교와 학생회는 한통속이에요~”를 자랑하듯 학교 곳곳에 동일한 형태의 어용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이날도 투쟁결의대회가 아니라 문화제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교와 총학생회 측에서 정문 앞에 방탄허위집회신고를 내놓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지지서명이나 지나가면서 힘내시라고 따뜻한 캔 음료를 하나씩 사드리는 모습에서 동토의 땅이라지만 정말 동토는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투쟁결의문화제에서도, 이후 본관 앞마당에서 진행된 간담회 겸 약식마무리집회에서도 울과대 동지들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연신 연대에 감사드리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셨다. 사용하는 용어들은 투쟁하는 곳 어디서나 항상 듣는 투쟁결의를 담은 용어들이었지만, 5~60년 평생을 살아왔던 삶의 질곡을 한 순간에 응축하여 터트리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학교는 울과대 동지들에게 화장실 자유사용을 허용하였다. 이날 이후 또한 학교는 아직은 미비한 정도지만 고용승계에 대한 의견을 타진해오고 있단다. MBC 시선집중이나 경향신문 등 언론 보도로 인한 여론 때문에 학교가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매일매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연대대오와 다리에 금이 가고 농성장을 침탈당해도, 학생들의 관제시위가 이어져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모습에 학교가 적잖이 당황하고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 서울에서의 대우건설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 신탄진 대한이연 동지들의 구조조정 분쇄투쟁 등을 보면서 엄혹한 시기를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만들 수 있고, 이기는 싸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울과대 동지들의 투쟁 역시 마찬가지리라. 한발 한발 전진할 때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우리는 싸울 수 있고, 싸운다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동지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상윤 (전해투 총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