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집권여당이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입법을 하겠다며 설레발을 치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보복성 계약해지를 당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아이를 사랑한다는 (주)한솔교육은 회사의 독서토론논술 상품인 주니어플라톤에서 근무하던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김진찬 조합원에게 재계약 4일을 앞두고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은 그동안 노동조합을 결성해 현장에서의 부정업무 근절과 노동조합 인정, 정부를 상대로 한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에 나서 왔다. 한솔교육이 김진찬 조합원을 해고하며 내세운 명분은 대개의 학습지회사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인 실적저조와 고객불만이지만, 어떠한 보편타당한 기준에 입각한 근거자료 제시도 없이 단지 4일 만에 일사천리로 해고절차를 밟은 것으로 볼 때, 평소에 회사의 부조리에 대해 항의하고 2월에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출마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진찬 조합원은 그간 회사 입장에서 껄끄러운 문제들에 항의한 이력이 있어 사측의 주시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06년 봄에 한솔교육이 성적우수자에 대해 금강산관광을 시켜준다며 영업을 독려한 후 실제로는 수저세트 등 염가의 선물을 지급한 데 대해 김진찬 동지가 항의한 것을 사측이 찍어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06년 가을에 출시한 신상품이 교사에게 유리한 수수료 정산제도인 것처럼 선전하였지만 사실 기존 수수료 제도와 다를 바 없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점도 김진찬 동지를 사측의 요주의 인물이 되게 했을 것이다.
학습지노조는 즉각 이 문제를 노동조합 탄압으로 규정하고, 한솔교육 본사점거 등을 통해 교섭테이블을 끌어내고 조기해결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회사는 학습지노조의 실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학습지 회사인 대교, 구몬, 웅진, 재능, 한솔의 사장들은 모두 대한민국 10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단한 자산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재산은 매일같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아이들을 가르쳐온 학습지교사들의 피와 땀의 결실을 가로챈 것이다. 학습지교사들은 단순히 아이들을 지도하는 업무 외에 회사가 임의로 정한 영업목표에 따라 일상적인 실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학습을 중단한 아이의 교육비를 입금하며 교육이 유지되는 것처럼 처리(휴회홀딩)하거나, 실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아이를 학습중인 것처럼 등록하여(가라입회) 회사가 강요하는 실적을 맞추기도 한다.
이렇듯, 만연한 학습지교사에 대한 갈취를 멈추기 위해 학습지교사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투쟁을 조직해 왔다. 재능교육 교사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최초로 회사와 임단협을 체결한 바 있고, 대교와 구몬도 학습지노조와 사안별로 교섭을 통해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스스로 운동권 출신임을 자랑하는 변재용 사장의 한솔교육은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결국 제 무덤을 파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지난해 학습지 업계1위인 대교눈높이가 학습지노조 대교지부장을 비슷한 사유로 해고한 후 ‘배 째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다 300일이 넘는 천막농성과 이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 때문에 상당한 영업 손실을 본 후에 복직에 합의한 것처럼, 한솔교육이 기어이 우리 노동자들과 힘을 겨뤄보길 원한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꾸준한 조직사업을 통한 대중적 실천에 회사는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장기간의 투쟁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물론, 그 와중에 동력이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성과를 남기기에 힘들다며, 투쟁을 접으려하는 시도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나약한 노동조합관료들의 그 같은 투쟁회피가 시도 될수록, 우리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로 특수고용노동자투쟁, 나아가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의 승리하는 전형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번 투쟁에 임해야 한다. 그런 결연한 의지로 투쟁에 임할 때에만 정부와 여당이 시혜를 베풀 듯 선전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입법안을 박살내고 노동기본권쟁취, 정규직화 쟁취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학습지노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