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김명선 집행부가 주야교대근무제에 직권조인하자마자 현대자본과 언론은 직권조인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1차 잠정합의안 56% 부결, 2차 잠정합의안 64% 부결에서 드러나듯 조합원들은 야간노동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합원들의 반대가 분명해지자 김명선 집행부는 3차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묻기보다 직권조인을 선택했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국회에서 만든 모든 악법을 지키라고 짖
어대는 자본과 언론이 다수 조합원의 의사를 거부한 채 직권조인 한 집행부를 극찬한다. 다수 조합원들의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분노에 찬 요구조차 깡그리 무시한다. 노동자에게 자본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도 내놓아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노동자 직접민주주의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억지 부리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선 어떤 만행도 저지를 수 있고, 만행도 아름답게 포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곡 대 진실
주야교대근무제를 반대하는 전주 조합원들의 투쟁에 대해 자본과 언론은 ‘대공장 이기주의’, ‘현자노조의 파업만능주의’라는 딱지를 붙였다.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염원을 짓밟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갔다. 전주시장, 전북도지사는 지역경제를 파탄 내는 악질 노동자로 몰고 갔다. 입사를 기다리는 700여명의 대기자들, 꿈에도 바라는 현대자동차에 취업한 대기자들의 친인척, 근무형태변경에 따른 부품사의 취업자들,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일반시민 모두 자본과 언론의 공세에 동조했다. 연일 취업자와 부모들의 공장 앞 시위가 이어졌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해 여론을 조작했다. 자본과 언론의 현자노조 죽이기는 전국 여론으로 확대됐다. 현대자본과 언론은 ‘조합원들의 건강권 대 실업자 구제’, ‘조합원들의 건강권 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악의적인 대립구도로 만들어갔다.
신문, TV뉴스, 잡지를 통해 대책위의 반대 요구를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있나? 하물며 취업 대기자들, 친인척, 부품사 취업자들 모두 대책위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자본과 언론은 “조합원 건강을 위해 취업자와 지역경제를 외면”했다는 왜곡만 할 뿐이다. 과연 그러한가? 과연 대책위가 취업자를 외면했나?
대책위는 중요하게 두 부류의 지지자로 구성됐다. 첫째, 주야근무교대가 아닌 주간연속 2교대를 할 것. 둘째, 주간연속 2교대보다 설비확충을 해 인원을 받을 것.
주야교대근무에 반대했던 대책위의 요구는 인원충원을 전제로 한 것이다. 2009년에 실시하기로 기합의 된 주간연속 2교대도 주야교대근무와 같은 수의 인원충원을 해야 하며, 설비확충을 통한 물량해소도 인원충원을 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실업자 구제, 지역경제 활성화가 아니다. 주야교대근무 반대투쟁의 핵심은 야간노동 철폐(노동자 건강권)냐 아니면 자본의 이윤 극대화냐 였다. ‘실업자 구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현대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외피였을 뿐이다.
누가 이기주의인가?
독일 수면학회는 주야맞교대로 일하면 건강에 해로운 정도가 아니라 평균수명을 단축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강원대 손미아 교수팀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2003-05년 동안 화성 기아자동차공장과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건강장해 양상을 조사한 결과, “24시간 심전도 조사에서도 야간근무 노동자들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 등의 자율신경계가 파괴되어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높았다. 또한 주야맞교대근무 노동자들은 낮 근무 노동자들에 비해서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암, 정맥질환, 위궤양, 위염의 유병률이 높았다. 결국, 현장조사 연구결과는 교대제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생체주기의 파괴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장시간 야간노동의 철폐만이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현대자본조차 이러한 결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주공장 조합원들의 주야교대근무 반대투쟁은 생명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3600명(정규직 2600여 명, 비정규직 1000여 명)과 신규취업자 700여 명의 평균수명과 현대자본의 이윤 극대화 중 무엇이 중요한가?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재산이라곤 일할 수 있는 몸뚱이밖에 없는 노동자로서 건강을 잃고 평균수명을 단축하는 주야맞교대제를 반대하는 것이 이기주의인지? 소수 자본가 몇 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4300여 명의 생명을 단축하라고 요구하는 자들이 이기주의자인지? 상식이 있는 자라면 소수의 자본가와 자본의 나팔수가 된 언론이 이기주의자라고 분명히 말할 것이다.
직권조인과 대책위 투쟁
6대 집행부의 직권조인에는 조합원을 위한 것은 티끌만큼도 없다. 오직 자본의 이윤극대화만 있을 뿐이다. 조합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집행부의 직권조인을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책위 투쟁은 현장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대책위 투쟁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대책위는 잔업거부, 특근거부를 넘어 4시간 파업으로 맞섰다. 대책위의 파업투쟁은 전주지회의 투쟁을 넘어 현자지부 신임집행부가 명확한 입장을 취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앉아서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왜냐면, 사측은 4월 2일 주야맞교대를 돌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자지부의 판단도 며칠 걸린다. 그렇다면 대책위는 며칠간의 시간을 이용해 버스부, 트럭부 조합원을 재조직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정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