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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5기 1년차 사업계획 (내부토론용 초초안)에 부쳐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전환사업이 80%에 이르면서 바야흐로 산별시대가 도래했다. 자본가계급 최고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산별노조의 확산을 꼽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전노협-민주금속-금속연맹-금속노조로 전환하면서 남한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어 온 금속노동자는 산별노조에 운명을 걸어야 할 상황에 처해져 있다. 산별노조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산별 중앙교섭에 참가해온 금속 87개 사업장의 겨우 노동쟁의가 발생한 사업장은 12곳인데 파업 지속기간은 산별교섭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금속 사업장에 비해 6배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 일수도 3배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별체계이기 때문에 중앙지도부가 강한 교섭력과 조정능력을 갖고 있고, 현장분규에 대한 통제력도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연구원은 “더 이상 기업별 수준의 대응으로는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경쟁력 확보도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산별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교섭 때만 급히 구성하는 임시 사용자 단체가 아니라 법적인 사용자 단체를 구성해 단체협약 체결권을 여기에 부여하면 기업마다 노무관리 비용을 기업 바깥으로 떠넘길 수 있고, 기업 내부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수 있다”는 노사상생의 비법을 조언해 줬다. 산별노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보다 산별노조를 활용해 현장통제를 강화하고 생산성 향상을 꾀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 5기 1년차 사업계획안

완성차 4사 등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으로 민주노총의 최대 산별노조로 자리매김 한 금속노조는 3월 27일 지회장 이상 수련회(과거 단위노조대표자 수련회임)와 4월 17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제출하기 위한 「금속노조 5기 1년차 사업계획 (내부토론용 초초안)」(이하 ‘1년차 사업계획’으로 표기함)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내부토론용 초초안이 제출되고 난 후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내부토론용에 비추어 논의를 전개할 수밖에 없다.

[1년차 사업계획]은 정세총괄에서부터 사업기조와 사업계획, 07년 투쟁방침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방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07년 정세총괄에서 투쟁요구까지 일관되게 관철하고 있는 것은 “산별교섭과 양극화 해소”라고 할 수 있다.

총괄정세에서 “▲ 07년 상반기 금속노조의 투쟁을 봉쇄하려는 자본과 정권의 파상적인 공세와 포위가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는 산별투쟁을 사수하기 위해 자본과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한 전망이다. ▲07년 노동자 투쟁은 극한의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이 가장 중요한 투쟁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의 구조적 고착화와 가속화된 사회양극화는 대규모 민중투쟁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양극화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07년 금속노조 투쟁방침은 투쟁의 목표를 “...., 특히 구조조정 저지 투쟁과 ▶고용안정 쟁취 ▶금속산별의 체계 확립에 총력을 기울여 투쟁을 조직한다.

중앙교섭 성사투쟁은 15만 산별교섭의 기틀을 마련하는 투쟁으로 금속노조 인정을 위한 기본협약 승인과 중앙교섭의 틀을 확보하기 총력투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의 공동요구로는 ‘산별체계 확립과 고용안정 보장, 양극화 해소’를 내걸고 금속노조 기본협약 쟁취투쟁을 전개하며 산별교섭 불참사업장 집중투쟁을 통해 산별교섭 참여를 계속적으로 촉구한다.

<현장노동자> 역시 세계경제의 둔화 전망, 4.3% 남한 경제성장, 연말 대선 조직화 및 그 결과보다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금속노조의 정권과 대자본에 맞서는 07년 투쟁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산별교섭과 양극화 해소투쟁의 승리를 위한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 승리를 위한 총파업의 상이 없다는 점에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양극화 해소 방안은?

[1년차 사업계획]에는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해소가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가) 고용협약 (나) 고용안정기금 (다) 고용보험제도를 언급하면서 (가) 고용협약에서 “현재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면, ‘직접고용원칙’의 확보, ‘단계별 정규직화’라는 타협안도 고려해야 할 형편임(대기업의 비정규직문제의 핵심은 생산현장의 간접고용 노동력의 확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의 기간제노동(계약직 등) 운영을 고민해야 할 때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지회의 해소문제도 직접고용형태의 경우 쉽게 풀릴 수 있음)”이라고 밝힌 정도다.

이는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해소 방안이 아니라 이제껏 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위의 인식은 적게는 1년에서 크게는 5년간 전개해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산별제도화로 왜곡하는 반노동자적 사고이다. 위의 [1년차 사업계획]이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해소방안이 없다는 점은 차지하고 대기업 비정규직 문제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폐해가 나타난다.

대기업 비정규직문제의 핵심은 생산현장의 간접고용 노동력의 확대라는 인식은 겉핥기식 평가의 전형이다. 왜냐면 이미 대기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위에서 말하는 표현대로라면 간접고용이다. 이는 사측의 용어 사용법과 동일하다)에 맞서 정규직화 투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면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임을 애써 감추고 있다. <한겨레 21>조차 “KM&I는 05년 금속노사가 중앙교섭에서 합의한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 채용 의무화’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장이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 합의는 휴지 조각에 불과한 것이 돼버렸다”고 KM&I 사내하청노조의 예를 들어 문제제기 하고 있다.

대공장이든 부품사든 생산현장에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결사투쟁이 신문과 뉴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것도 오래전 얘기다. 문제는 금속노조가 중앙교섭에서 쟁취한 ‘불법파견 판정 시 정규직화’ 조항을 강제할 힘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KM&I가 장투사업장이 되어버린 아픔을 거둬내기 위해선 조직력과 파괴력이 있는 대기업정규직노조의 투쟁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성과급투쟁에서 보여준 현자정규직노조의 파괴력을 비정규직노조 투쟁에 1/3이라도 쏟는다면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남한의 활동가, 또는 조합원 중 어느 누구도 일시에 비정규직 전체가 정규직화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혁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정규직 정규직화투쟁을 직접고용 쟁취투쟁으로 전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시에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정규직화투쟁을 직접고용(계약직)쟁취투쟁으로 후퇴하는 것은 민주노조운동, 99년 이후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의 전통을 깡그리 말살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협약 쟁취가 07년 목표인가?

[1년차 사업계획]에서 “중앙교섭 성사투쟁은 15만 산별교섭의 기틀을 마련하는 투쟁으로 금속노조 인정을 위한 기본협약 승인과 중앙교섭의 틀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투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는 정갑득 위원장의 “올해는 산별교섭의 토대를 마련하는 선에서 일단 산별기본협약을 맺는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에 일치한다. 산별 단체협약은 ▲기본협약 ▲고용협약 ▲임금협약 ▲산업정책협약 등으로 구분되는데, 기본협약에 명시되는 내용은 주로 산별노조 인정과 사용자단체구성 등에 관한 사항이다. 단위노조 만들 때 기본협약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조건준 국장도 “당장 올해 산별교섭 싸움은 완성차 대공장 사용자들이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중앙교섭에 나오도록 요구하되, ‘기본협약’ 정도를 쟁취하는 선이 될 것”이라며 투쟁의 목표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올해 목표가 ‘기본협약’ 쟁취라면 [1년차 사업계획]은 모두 폐기되든가 아니면 학습자료로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목표가 ‘기본협약’ 쟁취라면 모든 투쟁이 여기에 종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섭에 종속된 투쟁, ‘기본협약’ 쟁취에 종속된 단위사업장 투쟁이 연상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정세의 엄중함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간단히 (구)금속노조의 산별단협만 승계해도 ‘불법파견 판정시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을 조직해야 할 텐데, 이런 계획이나 인식은 어디에도 없다. 무엇 때문일까?

논리적 맥락으로 본다면 완성차 4사 대공장 사용자들을 교섭테이블에 불러들이기 위해서 일 것이다. (구)금속노조 시절 두산중공업을 위시한 대공장 사용자들은 교섭에 참가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보다 몇 배 큰 완성차 4사의 사용자들을 교섭에 응하게 하기 위해선 무리한 요구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총파업투쟁으로 산별협약을 쟁취할 계획이라면 ‘기본협약’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산별협약 내용을 선전 ․ 선동한 만큼 일정한 성과 있는 산별협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 4사를 위시한 대공장 사용자가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집중 타격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내용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기본협약 쟁취투쟁을 전개하며 산별교섭 불참사업장 집중투쟁을 통해 산별교섭 참여를 계속적으로 촉구”한다고 할 뿐이지 나올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분명한 투쟁지침이 없다. 게다가 기업지부의 교섭에 위원장이 직접 들어가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방향을 잡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07년 투쟁의 승리를 위해

첫째, 올해 기본협약 쟁취라는 목표는 최소한이라도 산별협약 쟁취로 수정되어야 한다.

둘째, (구)금속노조 단협 승계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포문을 열고 대공장 비정규직투쟁의 승리와 조직화의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선거공약으로 제출한 단협 효력확장제도 추진에 우선해 최소한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 동일단협 적용을 내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미조직사업은 투쟁을 통해 확대 강화될 수 있다. (정세, 정책, 사업, 투쟁계획에 대한 검토는 <현장노동자> 다음 연재 글과 <<옳다! 사회주의>>3호에서 하겠습니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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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5기 , 07년 사업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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