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을 대신해서 진보 ․ 개혁세력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노골적으로 우향우로 치닫고 있다. 이미 자본가 국회에서 열우당과 ‘개혁 공조’를 하여 열우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우경화한 민노당! 민생파탄의 주범으로 몰려 와해되고 있는 열우당을 대신하여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 이른바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제기하고 있다. 창조한국 미래구상 같은 자유주의 시민운동 세력 및 열우당 탈당 의원 등과 함께 선거연합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고 기존 열우당 지지층에게로 다가가기 위해 지지기반 이동을 단행하자는 것이다.
기존 열우당 지지 세력들과의 선거연합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만들어진 민노당이 이제 개량주의 당에서 아예 자본의 당으로 넘어가려는 것인가? 자본가들이 환영하는 성장 담론을 제시하고 노동의 양보를 촉구한 것도 다 반노동자적인 자유주의 세력들과 연합하여 ‘제2의 열우당’으로 변신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던가? 애초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깃발은 사기와 협잡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진보진영 선거연합’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자본의 진영으로 넘어가고 있는 민노당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당내 주류세력들이 이미 미래구상 등 자유주의 세력들과 선거연합을 사실상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내놓고 하기에는 당장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그간의 사기 행각이 한꺼번에 폭로될 것이 두려워 다만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중일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당 의견그룹 ‘다함께’가 돌격대 역할을 떠맡고 나섰다. “적극적으로 모험을 해야” 하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고 발 빠르게 추진하자”며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앞장서서 공론화시켜 주고 있다.(3월 20일자 <민중의 소리> 김인식 인터뷰 및 <맞불> 36호 관련 기사)
그런데 다함께는 돌격대 역할뿐만 아니라 교묘한 이데올로기적 정당화 논리까지 제공하며 민노당 주류세력의 우향우를 감춰주는 좌익적 외피 역할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자본 당으로의 변신에 대한 노동대중의 분노와 지지 이탈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기만적인 운동 논리를 동원하여 자본 당으로의 변신을 은폐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변신의 돌격대로 나선 <다함께>
먼저, 다함께는 기존 열우당 지지자들 쪽으로 민노당의 지지기반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노 ․ 자 간 계급 전선에서 벗어나 범국민 전선으로 우향우 해야 한다고 권한다. 이라크전과 한미FTA에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적 대표체로서 민노당을 제시하는” 것이 기존 열우당을 대체해 들어갈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한다. 민노당이 기존 열우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는 정치적 대표체로 나서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 고유의 요구를 대변, 반영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분쇄!”, “노동악법 철폐!”, “외주화 반대!”, “정리해고․ 계약해지 반대!”, “현장권력 쟁취!”,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특수고용직 노동3권 쟁취!”,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등과 같은 계급적 현안에 연루되어서는 안 되고, 오직 “자이툰 철군!”과 “한미FTA 반대!” 같은, 계급을 초월한 범국민적 요구만을 대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 열우당 지지자 다수는 위와 같은 노동자계급의 투쟁 요구안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급적 현안과 계급투쟁은 주변으로 밀쳐버리고, 대신 열우당 지지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반전과 한미FTA 반대로 진보연합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계급’을 버리고 ‘진보’로 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면 기존 열우당을 지지한 중간계급과 ‘진보적’ 자본가들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적 대표체’라는 게 무엇이겠는가? 결국 ‘제2의 열우당’, ‘진보 열우당’으로 변신하자는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자 열우당 탈당 의원들이나 잔류 의원들 가운데서도 한미FTA 반대와 자이툰 철군 입장으로 재빨리 변신하는 자들이 상당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노당이 기존 열우당의 지지기반을 놓고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다함께의 ‘정치적 대표체’ 론이다. 그러나 이미 이들도 한미FTA 반대와 자이툰 철군을 외치고 있으므로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에 경쟁할 것도 없이 아예 다 함께 모여서 진보 대연합으로 가도 이상할 게 없다! 그래서 이들까지 포괄하자는 주장이 민노당에서 안 나올 거라는 법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다함께도 반대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함께식 논리로 볼 때 일관된 진보연합이 아니겠는가.
미래구상 같은 자유주의 세력도 내거는 ‘신자유주의 반대’
진보진영 선거연합에 기존 열우당 의원들까지 포함시키는 것에는 스스로도 너무했다 싶었던지 다함께는 ‘신자유주의 반대’를 진보의 기준으로 추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기준까지 “통과하는 기성정치인은 없다”고 큰 소리 치며 우향우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것이 자본의 공격에 맞선 위와 같은 구체적인 투쟁 요구로 매개되지 않는다면 부르주아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몰계급적인 학술 담론에 불과한 것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 그간 줄곧 보아 온 교훈이 아닌가. 그래서 노무현도 자기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진보라고 떠벌이는 코메디까지 우리가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낙천낙선운동과 탄핵반대를 통해 노무현을 지지하고 방어했던 자유주의 세력들의 선거결집체인 미래구상조차도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걸 수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공격에 대항하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지지하기는커녕 그 동안 중재자인 양 투쟁 자제를 촉구해 온 자들이 말이다. ‘신자유주의 반대’가 얼마나 공문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는 민노당의 다수를 점하는 자민통 세력이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기준으로 ‘신자유주의 반대’와 ‘6.15 선언 지지“를 한 세트로 제시하고 있는 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참세상 3월 20일자 좌담에서 정성희 민주노동당 전 기관지위원장; 이런 기준이라면 6.15 공동선언의 당사자인 김대중이 선거연합 0순위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반대’ 기준쯤이야 우습게 통과하는 미래구상에 대해 다함께는 아예 한 걸음 나아가 “다시 열우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으로 가지 못하도록 선거연합으로 적극적으로 붙들어 매는 게 중요하다”고까지 말한다. 결국 진보진영 선거연합이란 게 미래구상 같은 자유주의 세력이 만족할 수 있도록 민노당을 ‘제2의 열우당’으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임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 선거연합’이 서구의 급진좌파 연합과 같은 것이라고?
이런 변절의 프로젝트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함께는 이를 최근 서구에서 사민당에 대당하여 결성되고 있는 급진좌파 연합에 비유하고 있다. 기존 열우당의 지지층인 중간계급을 획득하기 위한 민노당의 우향우 전략을 마치 서구에서 급진좌파연합이 사민당의 지지기반인 조직노동자를 사민당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시도와 같은 것인 양 눈속임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덩달아 한국의 열우당도 사민주의 정당이 되어버렸다! 현재 서구의 사민당이 열우당 못지않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민당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직노동자들을 지지기반으로 가지고 있는 개량주의 정당이라는 점에서 자본가 당 그 자체인 열우당과는 엄연히 다르다. 누가 열우당을 개량주의 정당이라고 하는가. 열우당이 중간계급을 대중 기반으로 삼고 있는 자본가 정당이라는 사실조차 다함께는 이제 부정하려는 것인가? 기존 열우당 지지층으로 민노당의 지지기반 이동을 합리화하고 미화하기 위해 마치 열우당 지지층이 조직노동자인 것처럼 속임수를 부리고 있다.
선거연합을 통한 ‘제2 열우당’으로의 변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함께는 열우당을 사민당으로, <자유주의 세력과 함께 하는 선거연합>을 급진좌파연합으로 각각 둔갑시키는 사기술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사기와 변절이 기승을 부릴 수 있는 것도 모두 노동자계급이 진정한 자신의 당을 아직 가지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다함께는 “열우당 붕괴에 따른 정치공백”을 민노당이 시급히 메워야 한다며 소리 높여 방송차를 몰고 다니고 있다. 다함께가 요란을 떨지 않아도 민노당 주류세력은 이미 한발 한발 그 길로 가고 있다. 민노당이 자본의 당으로 넘어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들은 민노당 변신에 따른 ‘정치공백’을 계급적이고 전투적인 방식으로 메워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분쇄!”, “노동악법 철폐!”, “외주화 반대!”, “정리해고․ 계약해지 반대!”와 같은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투쟁요구뿐만 아니라 ▶‘현장권력/생산통제권 쟁취!’ ▶‘영업비밀 ․ 경영전권 철폐!’ ▶‘노동자경영 체제 도입을 위한 공장위원회 결성!’ ▶자본가국가의 경찰 폭력에 맞서는 ‘노동자 정당방위대 건설!’ ▶‘재벌소유 몰수 ․ 국유화!’ 등 노동해방을 앞당길 수 있는 과도적 요구들을 전면화하는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선거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양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