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이 납치 감금, 집단폭행, 생선회칼 등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조직적 폭력을 친히 진두지휘한 사건으로 연일 언론에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술집 종업원들, 납치하고 산으로 끌고 가서 피범벅이 되도록 집단폭력을 가하고 생선회칼로 생명을 위협하고 짐승처럼 무릎 꿇려서 감금한 채 모욕을 가해도 제까짓 것들이 어쩌겠냐는 자본가의 오만함이 사건 곳곳에 서려 있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재벌의 폭력은 일상사
대한민국이 재벌공화국이라는 얘기가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재벌이 이 나라를 돈으로만이 아니라 노골적인 폭력으로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엽기적인’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 언론들한테는 한 편의 조폭 드라마 같은 한화재벌의 폭력 사건이 진기한 특종 뉴스거리일지 모르지만 이 나라에서 재벌의 폭력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매일매일 자행되고 있는 일상사이다.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등 자본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어도 이 같은 일상적인 재벌들의 폭력은 더 이상 언론의 뉴스거리가 아니다.
또한 현장을 상시적으로 사찰, 감시하며 초동 단계부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진압 하기 위해 폭력 경비대를 합법적인 사병으로 기르고 있는 정몽준의 현대중공업이 재벌, 자본가들에게 병영적인 현장통제의 ‘귀감’으로, 따라 배워야 할 현장탄압의 선도 사례로 되어버린 것도 이미 꽤 오래된 이야기다.
폭력경비대, 용역깡패
이 나라 대표 재벌인 삼성을 비롯하여 현대, 엘지, SK, 두산, 효성 등 재벌들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용역깡패들을 동원하여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온 수많은 사례들에 비할 때 이번 한화그룹 김승연의 폭력사건은 차라리 애들 장난 같은 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름 아닌 한화그룹 자신이 그 동안 노동자들에게 자행해 온 치 떨리는 폭력탄압을 떠올려만 봐도 그렇다. 1999년 11월 복직을 요구하며 공장 앞 집회를 진행한 한화오트론 해고자들에 대한 차량테러, 2000년 한화그룹 소속 프라자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항의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자 “노동조합은 빨갱이 집단”이라며 온갖 회유와 협박을 통해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해고자들의 출근투쟁을 폭력으로 짓밟은 일, 그리고 2001년 여천NCC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사대 폭력, 조합원 감금 등의 사례들을 상기할 때 한화재벌의 이번 폭력 사건은 노동자에 대한 ‘준비된 테러체제’가 우발적인 계기를 통해 그 면모가 일부 드러나 버린 것일 따름이다.
IMF 이후 자본의 ‘준비된 테러체제’
이러한 재벌의 준비된 테러체제는 IMF 이후 자본의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공격에 맞선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 사수투쟁이 이어지자 이 투쟁들을 파괴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1년 울산 효성노조의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효성자본은 세 차례에 걸쳐 700명의 용역깡패를 투입했다. 당시 용역깡패들은 사제총, 회칼, 야구방망이, 전기봉 등 온갖 살상용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드러나 노동자들을 경악케 했다. 자본이 파업 파괴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목숨조차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테러체제를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2003년 새해 벽두에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열사가 죽음으로 알려내고자 한 것도 바로 이 재벌의 테러체제였다.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한국중공업이 두산재벌에 인수된 후 두산중공업 현장은 정리해고와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그리고 용역깡패의 폭력이 활개 치는 생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두산재벌은 한중을 인수하고 첫 번째 한 일이 용역깡패의 상시 동원체제를 구축하여 노동조합의 탄탄했던 현장조직력을 파괴하고 노조간부들과 현장활동가들에게 테러 위협을 가해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었다.
정몽구의 현대 ․ 기아차그룹 또한 정몽준의 현대중공업 못지않게 노동자에 대한 거침없는 폭력탄압으로 준비된 테러체제를 과시하고 있다.
2005년 9월 원청사용자성 인정과 손배 ․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진행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지회의 6시간 부분파업에 수백 명의 용역깡패들이 생산라인에까지 난입하여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의자와 차 부품 등을 집어던지며 집단구타하고 소화기를 뿌리는 등 파업 파괴를 위해 무법천지로 날뛰었다.
같은 해 현대하이스코에서도 불법파견과 위장폐업,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해 용역깡패를 상주시켜 상시진압체제를 구축하고 지회 사무실을 일상적으로 감시사찰하며 간부들과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하였고, 어떤 간부는 집 앞까지 미행, 감시당했다. 조합원들이 크레인 점거에 들어가자 경찰특공대와 함께 용역깡패들이 투입되어 크레인 진압을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정몽구가 회장으로 있는 하이닉스도 2004년 12월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비정규직노동자 200명을 내쫓은 다음 곧바로 용역경비를 대대적으로 고용했다. 현장에서 내몰린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고용승계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장 앞 집회와 농성투쟁을 전개하자 하이닉스 회사는 용역경비를 600명까지 늘렸다. 이렇게 노동자 투쟁을 때려잡기 위해 고용한 용역경비들을 2년 여 동안 유지하는 데 총 36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하이닉스 노동자 12년 동안의 임금총액(360억)보다 많은 액수다.
삼성과 SK, LG는 또 어떤가? 무노조 경영과 노조 와해공작의 대명사인 이들 재벌은 위의 재벌들 못지않은 노동탄압으로도 모자라 삼성건설과 SK건설, LG건설에서 보듯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철거민들에게 무자비한 집단폭력을 가하고 성폭력을 일삼는 등 준비된 테러체제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
이러다 노동자투쟁의 씨가 마르겠다!
재벌들이 이 같은 무소불위의 폭력을 일삼고도 버젓이 활개치고 다니는 것은 이 나라의 이른바 공권력과 법이라는 것이 이런 재벌의 폭력을 오히려 비호하고 은폐시켜주는 도구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조금이라도 투쟁해 본 노동자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상식이다. 자본의 테러독재라는 것이 과거 한 때 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이야기는 이 같은 재벌의 테러독재 체제를 감추는 한갓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자본이 구축한 이 테러체제는 노무현 정부 하에서 날로 강화되어 가고 있는 경찰 폭력과 함께 아예 노동자 투쟁의 씨를 말릴 기세이다. 노조관료들과 노동운동 상층부들에 의해 ‘비폭력 평화노선’이 애호되고 대중들에게 이러한 노예의 논리가 주입되는 동안 폭력경비대와 용역깡패로 무장한 자본의 테러체제가 도처에서 그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상시적인 노동자의 무력, <노동자 정방대>를 조직하자
언제까지 매 맞고 얻어터지고 신음할 것인가. 더 이상 당하지 말자. 자본의 상시적인 테러체제에 맞서 노동자의 정당방위를 위한 상시적인 무력을 조직하자. 파업 시기만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자 정당방위대를 건설하자. 사업장별, 지역별 노동자정방대를 건설하고 나아가 전국 차원의 노동자정방대를 건설하자.
15만 산별노조를 건설하면 뭐하는가. 산별 교섭체제를 구축하면 뭐하는가. 하이닉스 한 사업장의 용역깡패 하나 꺾어버리지 못해서 2년 넘게 싸운 하이닉스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투쟁을 접도록 놓아두는 산별노조라면 15만 아니라 100만 산별노조인들 무엇에 쓰겠는가. 산별 교섭체계 구축한다고 15만 금속노동자의 힘을 헛되이 유실시키지 말고 당장 사업장별 지역별 노동자정방대를 구성하는 데 먼저 써라.
지금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이 과업을 관료들이 해태, 방기한다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먼저 조직하자. 현장활동가들도 노동자 정방대 조직에 나서자.
자본의 사병화한 폭력경비대와 용역깡패의 폭력이 활개 치는 상황,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더 늦기 전에 자본의 상시 테러체제에 맞서 노동자의 무력을 상시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노동자 정당방위대를 건설하자!
양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