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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이젠텍분회 투쟁] ‘사소한 것’,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

지난 5월 9일 <민주노조 사수, 이젠텍 자본 응징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정갑득 위원장의 대회사와 실천투쟁의 폐기에 분노하는 금속 조합원들이 많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77차 운영위에서도 대회사 발언과 투쟁전술의 변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날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소한 것

정갑득 위원장은 이번 집회는 평화적으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적 시위로 끝나야 한다는 이유는 “임단협과 15만 총파업을 준비해가고 있다. 노조가 사소한 것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80명이던 조합원이 23명으로 줄어들었고, 투쟁을 전개한지 이제 600일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이젠텍 조합원들은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정갑득 위원장에게는 임단협을 앞두고 악질 사업장 타격투쟁에서 격렬한 투쟁이 전개되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임단협을 망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투쟁 사업장 동지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작년말 금속노조 완성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 파업 중단권이 규약개정(안)으로 상정되었던 악몽이 떠오른다. 당시 금속노조는 위원장이 파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근거로 댄 것이 중요한 투쟁을 앞두고 자본의 도발 등으로 현장단위에서 예정에 없던 투쟁이 벌어질 경우, 위원장이 판단하여 투쟁중단을 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대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었지만 이번 이젠텍 집회 사례처럼 위원장의 판단이 투쟁당사자의 결의와 투쟁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작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투쟁방침

정갑득 위원장은 금속노조에 대해서 “열심히 싸운 집단이다. 성과가 별로 없었다. 15만 금속노조의 투쟁방침을 바꾸겠다. 앞에서 열심히 싸우고 뒤에서는 노동부와 정례협의를 통해서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했다. 악질사업장을 교섭에 나오게 하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다. 필요에 따라서 노동부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교섭의 방식일 뿐 투쟁 전체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금속노조가 앞에서 열심히 싸웠는가? 5월 9일 실천투쟁을 결의하고 준비한 동지들은 허탈감을 느껴야했다. 정갑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서 노조의 평화시위 지침을 어기는 집단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망발을 했다. 경찰의 선무방송을 듣는 듯 했다. 위원장이 마치 노조의 전부인 양 행동했고, 많은 활동가들은 이에 분노했다. 약간의 몸싸움 과정에서 한 전투적인 활동가는 ‘위원장에게 허락받고 몸싸움 해’라며 자조석인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농락당하다

결국 경찰의 협조를 얻은 대표자들이 이젠텍 자본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시간에 진행된 약식집회에서 김일섭 부위원장은 이젠텍 사장이 “너희들이 아무리 몰려와도 나에게는 든든한 경찰이 있다”고 말했다고 면담상황을 보고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15만 금속노조가 이젠텍 사장에게 농락당한 것이다. 그렇게 평화적인 집회를 강조한 정갑득 위원장은 나에게는 경찰이 있으므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이젠텍 사장을 이길 수 없다. 철저하게 계급적 입장을 가질 때만이 작은 전투든, 큰 투쟁이든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

정갑득 위원장에게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투쟁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왜냐하면 산별교섭의 성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현 지도부와 현장에서 당장 벌어지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동지들은 서로 다른 계급투쟁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에서 승리하지 않고서는 결코 큰 투쟁을 전개할 수도 없고, 승리할 소도 없다. 일상적인 현장투쟁이 강화될 때만이 노동자들은 힘을 가질 수 있고 큰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 덩치가 커졌다고 투쟁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덩치가 커진 만큼 관료화와 현장공동화의 위험도 커진다. 그것을 제어하고 현장에서 통제할 수 있는 길은 현장투쟁을 강화하고 힘을 현장에 두는 것이다.

박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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