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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직권조인] 노사협조주의와의 내부투쟁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직권조인 문제로 금속노조가 시끄럽다. 4월 30일 현중 사내하청지회장과 GM창원 비정규직지회장의 위원장실 앞 항의농성은 <하이닉스 직권조인 폐기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로 발전했으며, 여러 차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격렬한 공방과 토론을 벌였다. 지난 5월 16일 속회된 5기 5차 중집에서 금속노조는 합의서 불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잘못된 합의서 책임자는 사퇴하지 않았으며 이후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긴급대책회의는 금속노조 지도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현장서명운동을 결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9일 ‘이젠텍 자본응징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보여준 정갑득 위원장의 발언과 집회 진행 역시 심각했다.

명백한 직권조인

하이닉스 합의서 문제는 직권조인 여부로 공방을 벌였으나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직권조인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내린 바는 없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지회의 합의에 대해서 지역지부 운영위의 승인 절차를 밟아 지회 총회에 붙여졌다. 그러나 하이닉스 합의과정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정갑득 위원장은 이 절차가 규약에 명시된 것이 아닌 금속노조의 방침이었기 때문에 규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교섭체결권자인 위원장 자신의 서명이 없으므로 직권조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도부의 잘못을 덮으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5기 5차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 보고된 자료와 장기투쟁 사업장 동지들의 위원장 면담결과에 따르면, 회사가 자꾸 말을 바꾸기 때문에 서명을 한 것이며, 서로 합의사항을 비밀에 붙이기로 해서 수석부위원장은 위원장에게도 교섭 내용에 대해서 보고도 하지 않았고 위원장은 교섭 내용에 대해서 후에 알았다고 한다. 위원장에게 교섭내용을 보고하지도 않은 채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합의서에 입회인 자격으로 합의서를 ‘보증’해주는 서명을 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지회장과 사무장 역시 서명했으며, 지회장은 ‘엄지도장’으로 날인했다. 결국 이 합의서는 논란 끝에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불승인되었지만 합의서는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노조와 원직복직 포기의 ‘댓가’인 24억의 위로금과 8억의 취업준비금이 입금되어 결국 조합원에게 분배되었다.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 법이다. 민주노조의 절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를 직권조인임이 명백함을 누구나 안다.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을 ‘보호’하려는 사람들만 체결권자인 위원장의 서명이 없으므로 직권조인이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절차의 잘못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내용이다. 직권조인은 조합원들에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내용이거나 운동의 후퇴를 가져올 합의내용 때문에 발생한다. 왜 기아자동차 위원장을 지낸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누가 봐도 직권조인이라고 볼 ‘실수’를 했을까? 그것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을 비롯한 장기투쟁 사업장의 투쟁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손을 털고 싶어서다.

사회적 일자리 - 민주노조와 현장 포기

15만 금속노조의 출범과 더불어 본격적인 산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완성4사를 포함한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금속 사업장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하나가 되었다. 87년 민주노조운동의 부흥 이후 조직적 과제로 제출되었던 산별노조의 시대를 열었지만 산별노조가 어떤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른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변종과도 다름없는 이른바 ‘사회적’ 노동운동이 기업별 울타리를 넘어야 한다는 논리로 확대될 조짐이 있다는 점이다.

기조의 변화

하이닉스매그나칩 직권조인에 대한 정갑득 지도부의 변명 중의 하나는 금속노조 본조, 대전충북지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민주노총 충북본부가 참여한 기획단 회의의 기조변화다. 이 기조변화에 대해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투쟁 담당 부위원장인 박준석 부위원장은 기조의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의 입장서를 본다면 기조변화는 있었다고 판단된다. 기조변화의 핵심내용은 금속노조 본조를 중심으로 하여 위로금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고 지역에서는 충북도청과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교섭을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교섭을 마무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금속노조 본조가 위로금만으로 최종합의인 직권조인 합의서에 지회장과 사무장, 본조 수석부위원장이 서명함으로서 지역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가지고 교섭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면 합의서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하이닉스는 청주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하이닉스 송관배 상무이사는 ‘하이닉스 증설 관련 인력양성 간담회’에서 “내년까지 증설될 예정인 청주공장 NBE LINE에 필요한 인력은 엔지니어 500명, 장비유지보수에 930명 오퍼레이터(생산직)에 360명으로 총 1790명이 필요하다”고 발표했고, “청주공장은 3년 동안 5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으로 완벽하게 가동될 경우 503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2008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약 1800명 정도”라고 설명하고 “2008년까지 지어질 청주공장에는 기존 직원 500명 투입으로 신규 채용은 1290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로 인한 인력수급에 충북도청, 노동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동지들은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을 받았다.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해 왔다. 그러나 노조를 만들자마자 공장에서 쫓겨났고, 집단계약해지 당했다. 그리고 2년 6개월을 투쟁했다. 그런데 하이닉스 공장증설을 앞두고 결국 투쟁을 접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반대하므로 위로금을 받고, 일자리는 도청을 통해서 다른 곳으로 알아보자고 했던 것이다. 결국 하이닉스 대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 즉 노조의 사수를 포기한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현장으로 자신의 생계문제만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이 자신의 공장으로의 복직이 아닌 다른 제안을 받기도 하지만 이를 거부해왔다. 특히 이번 하이닉스 합의는 공장을 증설하는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장포기의 또 다른 이름 - 사회적 일자리

하이닉스 현장으로의 복직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는 사회적 일자리였다.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서 조합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로서 공장의 담장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노동자는 하나라며, 공장의 담을 넘자는 것은 현장을 포기하고 사회적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 사회변혁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산별노조가 강조하고 있는 산별고용시스템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자간의 대립을 우회하자는 주장이다.

정갑득 지도부는 5기 임원선거에서 고용안정을 위해서 투쟁한다고 주장했지만 고용불안이 있을 경우, 산별고용기금을 통해서 해고 기간의 생계를 유지하고, 산별고용시스템을 통해서 재취업 등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런 기조는 이미 작년 6월 30일 완성차를 비롯한 대공장의 산별전환과정에서도 독일의 산별노조의 사례를 들어 ‘한 공장이 일거리가 준다면 일거리가 늘어나는 다른 공장에서 일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산별노조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자본과 직접적인 격돌이 이루어지는 현장단위 투쟁을 왜곡하거나 축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작업장 단위의 물량의 변동, 즉 자본간 경쟁을 통한 변동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자는 것이다. 물량의 이동, 작업자의 이동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로서 나타나는 문제는 산별노조 차원이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섭의 구조, 산별교섭과 사회적 교섭을 중요한 교섭으로 안착시키자는 것이다.

현장권력, 현장투쟁 포기

현대자동차 사례를 보자! 현대자동차에서 임단협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2000년~2005년 평균)은 65,050대였고, 현안문제 관련 라인정지로 인한 생산차질(2000년~2005년 평균)은 29,086대였다. 현안투쟁으로 사측에 생산타격을 준 것이 임단협의 45%정도의 숫자에 달한다. 현안문제 관련 라인정지의 중요 내용들은 신차 투입에 따른 M/H 협상과 같은 것들이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노사간의 M/H협상이 단협조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이 M/H 협상권을 쥐고 있어 소모적인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2003년 공장간 물량이동이나 작업자 이동이 쉽지 않다며 이를 개선하자는 요구를 사측이 내놓았을 정도다. 이처럼 현장단위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현장의 외각으로 돌려 현장단위에서 노동자의 힘을 축적하고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자본의 요구라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현대자동차 한 사업장 내의 공장 간 물량이나 작업자의 이동 문제에서도 그럴진데 산별노조 차원에서 동종 산업, 혹은 전체 금속산업에서 물량의 변동을 우리가 인정하고 대응책을 만든다면 결국 작업장 현장투쟁은 점차 소멸할 것이고, 자본의 경쟁 논리에 따라서 움직이는 노예와 같은 삶이 더욱 강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투쟁의 기조변화 사회적일자리 창출문제는 하이닉스 공장증설을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며, 기조 변화의 핵심인 사회적 일자리는 계급투쟁을 약화시키는 교묘한 논리라는 점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산별노조기 추진하고자 하는 일자리 유지방식인 산업별 고용시스템, 사회적 고용시스템도 현장단위 투쟁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합의서 폐기, 책임자 사퇴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합의서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합의서를 불승인했다. 그러나 합의서는 집행되었다. 위로금은 조합원들에게 분배되었으며, 합의금이 지회 통장으로 입금되기 하루 전에 공장 앞 천막 등은 자본에 의해서 철거되었다. 총회를 통해서 직권조인된 합의서는 조합원의 동의를 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총회에 결정적 영향을 준 직권조인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 공간을 둘러싼 논쟁과 내부투쟁은 이제 현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하이닉스 조합원들이 다시 싸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내부투쟁은 분명한 성과를 남겨야 한다. 즉 다시는 원직복직과 민주노조를 돈으로 팔아먹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은 합의서 폐기를 위한 노력을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민주노조 포기 합의서에 서명을 한 책임자의 사퇴와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하이닉스 직권조인 폐기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는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다. 두 명의 사내하청지회장의 항의농성으로 촉발된 내부투쟁은 이제 전체 금속노조 전체의 내부투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이닉스 직권조인 폐기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는 현장으로 내부투쟁이 확대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역순회와 서명작업을 통해서 이번 사안을 현장으로 알려내고 조합원의 힘으로 잘못된 지도부에 일침을 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속노조 뿐만 아니라 타 연맹의 동지들, 그리고 노동운동진영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할 때이다.

박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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