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결국 정부입법을 포기하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인 김진표 외 16명의 국회의원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지난 14일 국회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미 단병호 의원 안을 포함해 3개의 입법안이 발의 된 상태인데 새삼스럽게 또 다른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옛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일단 새로 제출된 법안을 살펴보면 첫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라는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를 전혀 노동자로 보고 있지 않다. 둘째, 200만 명에 이르는 특수고용 노동자 가운데 62만 명만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나마 수가 가장 적은 골프장 경기보조원만 ‘간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고,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는 단결권과 협의권만 주겠다고 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단결권’이 노동조합으로의 단결이 아니라 모종의 단체결성이라는 점이다. 셋째, 그 수가 가장 많은 화물, 덤프 노동자는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넷째,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실태조사조차 없이 완전 배제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법률안은 그동안 논의되어 오던 그 어느 법률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수고용 노동자를 여러 가지로 나눠 분열을 노리고 있다.
뻔뻔스러운 거짓말
상황이 이러한 데도 언론은 ‘따뜻한 노동정책’이니 ‘노동자 과잉보호’니 하며 자본가들의 나팔수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특수고용직 보호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노사의 입장조차 제대로 듣지 않고 서둘러 입법하려 한다”는 경총 기획본부장의 완전한 사실 왜곡 발언과, “특수근로자가 근로자로 분류되면 회사의 인건비 지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근로자로서 내야 하는 세금도 늘어나 개인의 실제 수입은 줄어들 것”이라는 뻔뻔스러운 거짓말투성이 경총의 보고서 내용까지 거리낌 없이 싣고 있다.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미 2000년 10월께 ‘근로자에 준하는 자’(준근로자)라는 개념을 신설하여 노조법 상의 근로자성 인정은 기본이고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까지 볼 것이냐가 쟁점이 되었었다.
또한 4대 보험 미적용으로 제반 비용을 전액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고, 사업소득세를 내면서 의료비, 교육비 등 어떠한 소득공제혜택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근로소득세를 내는 근로자가 되면 소득공제액이 늘어나기에 실제 수입은 훨씬 오르게 되어 있다.
자본가들의 거짓말! 무엇을 노리고 있나?
노동부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발표 이후 게거품을 물며 기사, 칼럼, 사설을 도배하고 있는 내용은 결국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지금처럼 개인사업자로 유지해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 특수근로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실제 지출하는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경비원이 대거 해고된 것처럼 특수고용자 고용 규모는 법 제정 이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라는 점을 상기시켜 넌지시 협박하고 있다.
‘고분고분 지금 버는 거라도 감지덕지 하고 살든가, 아니면 멋모르고 나서다가 짤리든가 선택해라.’ 이 같은 협박을 통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교란시키고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이를 틈타 우리 진영 내에 기회주의자가 생겨나고 동요가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6월 총력투쟁이 입법화라는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나면 다시 기약 없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 공공연하게 제출되고 있다.
제대로 싸워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입장 모두가, 어떻게 해서라도(노동자성이 전면 인정되지 않더라도) 입법화만 시키면 된다는 입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년 비정규직보호법 쟁취 투쟁 국면에서 보아왔던 방식의 투쟁이 이번 특수고용직 입법화 투쟁과정에서도 되풀이되고 있기에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오늘(18일) 시작되는 국회 일정에 맞춰 가두집회로 압박하자는 전술은 현실성이 없음이 비정규직 보호입법 투쟁에서 여지없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오늘 모이는 투쟁대오면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투쟁을 충분히 벌여나갈 수 있다. 오늘 같은 대규모 가두집회투쟁과 함께 현장을 멈춰 세우는 총파업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야 한다. 하루 이틀만 버티면 별 일 없을 것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본과 국회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는가.
화물연대의 두 차례 영웅적 파업과 광주 삼성공장을 봉쇄했던 그 정신으로, 덤프연대의 파업으로 전국 대부분의 공사장이 멈춰서야 했던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올리며, 재능교사노동조합의 총파업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조합 최초의 단협을 당당하게 쟁취해 낸 기억을 되살리며, 바로 이 자리 여의도에서 다급해진 폭력집단 경찰이 ‘도끼만행 사건’을 저지르면서까지 레미콘 동지들을 해산시키려 했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곱씹으며 다시 한 번 힘을 모아내자.
지긋지긋한 ‘특수’자를 떼어내고 징글징글한 ‘보호’라는 법안의 허구성을 뛰어넘어 당당한 노동자로 우뚝 서자. 노동기본권 전면적용을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쟁취하자. 6월 18일, 오늘은 이러한 투쟁을 선포하는 첫 마당이다. 오늘 투쟁의 힘을 다시 현장으로 가져가서 현장에서부터 자본을 굴복시키고 그 힘을 다시 국회 앞으로 몰아와 자본가들의 거수기 국회를 압박하자. 동지들! 이제 투쟁의 시작이다. 언제까지 ‘특수’하게 착취당하며 언제까지 ‘특수’하게 무권리 상태로 내팽겨진 채 살아갈 것인가! 정말 원 없이 ‘특수’하게 한 판 제대로 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