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민주노총 17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조직혁신 토론초안을 채택했다. 그 후속조치로 민주노총 전 조직 토론을 진행한 후 8월 중앙위를 거쳐 8월 25일 대의원 대회에 안건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조직혁신 토론초안의 핵심은 선거제도 및 대의체계 혁신방안과 재정구조 혁신방안이다. 혁신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보면, 2005년 조직혁신위에서 9월 23일 대의원 대회에 대의원 선거제도 개선 등의 조직혁신안을 상정했고, 회의 결과 혁신안에 대해 추후 논의를 거쳐 각 의결기관에 안건상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강승규 수석 비리 사건 등으로 지지부진하다가 2006년 1월 11일 제1차 중앙위원회 의결로 대의원-중앙위원에 대한 비정규노동자 할당제 도입, 의무금 완납을 위한 제도개선 등의 조직혁신안을 마련하여 2006년 2월 10일 제36차 정기대의원대회에 안건을 상정하였으나 다루지 못한 채 폐회했다. 그 후 2월 23일의 37차 대의원 대회에서 4번 안건으로 채택되었으나 임원선거만을 마친 후 38차 대회에 안건이 이월된 상태다.
토론초안에서 밝히는 선거제도 혁신방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대의원 수를 축소하여 선출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원선출에 관한 사항으로 조합원 100명당 1명씩 총 8000명 규모의 선거인단제를 도입하여 2007년 임원선출을 한 뒤, 2009년에 가서야 직선제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2007년 1월부터 현행 조합원 1인당 1000원의 의무금을 2000원으로 인상하고 2008년 상반기까지 정률제로 전환하며, 정부예산과 지방정부예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토론초안에 포함되어 있다.
1. 대의원 수 축소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혁신토론 초안 ‘3. 선거제도 및 대의체계 혁신방안’에서 말하는 “혁신”의 내용을 보면, ‘대규모 사업장에 편중된 파견대의원 배정’, ‘의무금 납부율 저조로 파견대의원 숫자가 언제나 부족한 문제점’, ‘반복되는 성원미달’, ‘과도한 정파적 대결로 인한 민주노총 갈등의 대명사’, ‘토론이 불가능한 규모’, ‘시간에 쫓기는 회의시간’, ‘결정권한은 크고 집행책임은 전무한 대의원 대회’ 등의 이유를 들어 현재 조합원 500명당 1명으로 선출하고 있는 대의원 숫자를 1000명당 1명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대의원 직선제에 대해서는 지역설명회를 하는 과정에서 “집행부의 의지는 대의원직선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초안에서 대의원 직선제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파견대의원 수를 줄여 조합원 1,000명당 1명으로 파견대의원을 선출하게 되면 대규모 사업장으로의 대의원 편중이 없어지는지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과감한 할당제의 도입으로 대규모 사업장으로의 대의원 편중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함께 제출되지 않았기에 편중은 오히려 심해질 것이다. 대의원 수 축소의 근거로 들고 있는 ‘의무금 납부율 저조로 파견대의원 숫자가 언제나 부족한 문제점’과 ‘반복되는 성원미달의 문제’는 대의원 숫자가 과도하게 많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간선제에 기인한 파견대의원의 책임성 부재와 총연맹 집행부의 적극적인 회의조직 노력부재로 온 결과다.
‘과도한 정파적 대결로 인한 민주노총 갈등의 대명사’라고 하는 지적도 일면 맞는 것일 수 있지만, 파견대의원의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머리 아픈데 소화제 주는’ 처방이다. 오히려 현행 대의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조직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대의원대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조합원과 민주노총간 의사소통이 동맥경화되는 구조이고 이를 단절하는 것이 혁신이라면 이에 대한 처방은 민주노총 파견대의원에 대한 조합원 직접 선출과 일정규모 대의원에 대한 할당제의 실시, 대폭적인 대의원 수의 확대가 되는 것이다.
‘결정권한은 크고 집행책임은 전무한 대의원 대회’라는 규정도 문제가 있는 발상이다. 대의원 대회는 의결권한이 있을 뿐 집행책임을 지는 기관이 아니다. 대의원 대회에 집행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대중 조직에 관철되는 원칙이다. 굳이 책임을 묻고 싶다면 의안에 대한 의결을 얼마나 책임 있게 했는가? 또는 그 결의사항에 대해서 현장조합원으로부터 얼마나 정확한 의견을 취합했으며 그 결과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했는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토론초안에 나와 있는 대의원 수 축소는 전혀 문제의 해결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2. 즉각적인 임원직선제가 혁신의 해답이다
임원직선제를 선거인단 제도를 두어 선출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보면, 자료는 성공적인 사례인 울산과 인천본부의 사례는 언급하지 않고 시종일관 실패한 직선제 사례만을 들고 있다. 더군다나 ‘직선제 도입 지역본부는 총 15개중에서 4개(울산, 인천, 대전, 경남 등)’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지역본부와 대구지역본부 역시 조합원 직선제로 임원을 선출하고 있다. 이처럼 초안은 사실관계에서부터 왜곡하고 있다. ‘정파적 대결의 전국화와 정파적 대결의 확대가능성’, 그리고 ‘정권과 자본의 지배개입 가능성’, 직선제 실시를 위한 전제조건 4가지 (조합원 명단확보, 의무금과 선거인명부 통일성확보, 직선제 관리체제 구축, 총연맹의 지도력과 현장조직력 강화)를 들어 대의원 대회와 선거제도를 분리한 후 조합원 100명당 1명씩 총 8,000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해 2007년 임원선거를 치루고 2009년에 직선제를 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더 나아가 ‘조합원 명단확보’와, ‘의무금 납부율 문제해결’과 ‘선거인명부 통일’, ‘선거관리체계구축’ 등에 관한 실무적인 문제는 선거인단제를 실시하나 임원직선제를 실시하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이며 동일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다. 오히려 선거인단제를 도입할 경우는 이 이런 문제 외에 선거구획정 등의 문제가 추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원 선거인단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임원직선제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한데도 굳이 선거인단제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언지 알 길이 없다. 초안은 이처럼 쉬운 길로 갈 수 있는 임원직선제의 경로를 선거인단제를 제시하면서 문제를 더욱 더 어렵게 꼬고 있다.
직선제를 하면 정권과 자본의 지배개입이 이뤄진다는데, 그런 종류의 개입은 현재의 구도상 상층 지도부에 대해서 집중되고 있다. 오히려 정파적 대결과 정권과 자본의 지배개입이야말로 민주노총 상층집행부에 집중되었고 조합원이야말로 이런 자본의 지배개입에 대해서 온몸으로 투쟁해 왔다는 것은 98년 배석범 직무대행의 직권조인, 강승규수석의 비리문제 해결과정에서 보듯이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또한 조합원을 정권과 자본의 지배개입 시도에 대해서 쉽게 무너지는 나약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직선제를 실시하면 이같은 지배개입은 지금보다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토론 초안은 민주노총을 더욱 더 경직되고 관료주의로 기울게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 이 초안은 마치 혁신을 열망하는 것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현재의 과두제적 구도를 그대로 가지고 가려는 의도하에 작성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토론초안은 직접 참여의 수단으로 직선제를 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의사와도 전혀 맞지 않고, 온통 대의원대회와 조합원에 대한 왜곡된 사실과 원인진단에 근거한 해결책을 조합원 앞에 들이밀고 있다. 그마저도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중차대한 민주노총 혁신과제를 이런 식으로 제출하고 졸속으로 설명회를 진행해서는 안된다. 정확하고 솔직한 진단과 함께 전면적인 임원-대의원 직선제를 비롯한 혁신안을 조합원에게 제출하고 토론되는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인 판단은 조합원에게 직접 묻고 혁신과제를 조합원의 힘으로 돌파해 나가는 방법만이 노동해방의 전망을 열어나가는 민주노총을 건설할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