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순 경 인터넷 게시판 상에 “'전국활동가조직'준비모임에 보낸 해방연대 의견서”라는 제목의 글이 공개된 바가 있다. 작년 고 류기혁 열사가 자결한 후 보여준 현대자동차 민투위의 반노동자적 작태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민투위를 참여시켜 만드는 전국활동가조직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작년 민투위가 보여준 작태에 대해서 엄청난 분노를 느꼈고 민투위는 진실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이제 운동하는 조직으로 봐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필자로서는, 해방연대(준)의 의견서가 올바른 입장에서 작성된 것이고, 민투위에 대해 아무도 문제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운동에서 판단을 위한 기준선을 세워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작년 류기혁 열사 투쟁시 울산에 내려가 집회에 참석한 바가 있었는데, 서울에서 말로만 민투위가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다가 직접 내려와서 보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고 류기혁 열사 추모 집회 당시 나온 민투위의 유인물은 어용노조의 노보나 사측의 유인물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이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 열사회는 “집행부는 역사 앞에 대역죄인이 되려하는가?”라는 대자보를 부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민투위를 운동의 주체로서 인정하고 가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민투위는 류기혁 열사의 죽음 이후 전혀 반성도 없이 오히려 변명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민투위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반발이 있었고, 이 일로 몇몇 회원이 민투위를 탈퇴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조차, 그리고 해방연대가 노힘에 공식적으로 이상욱과 김태곤을 제명하라는 요청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투위 문제는 단지 운동주체의 주관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의 기풍을 다시 세우는 성질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전국활동가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간간히 듣고 있지만, 정작 이렇게 의견서라는 형식으로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제기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전국활동가조직이 이 문제 처리를 전체회의인가 하는 데에서 논의하다 다시 기획단인가 하는 단위로 결정을 위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 자체도 민투위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는 모양새 같았는데, 기획단에서 뭔가 이 문제에 대해서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듣지를 못하였다. 오히려 전국활동가조직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는 의견서를 낸 해방연대(준)과 민투위의 간담회를 주선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전국활동가조직이 민투위 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전국활동가조직 자신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이 문제가 적당히 해결되기를 빌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해방연대가 민투위와 간담회를 한다면 그 틀 안에서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민투위 스스로가 작년 류기혁열사 투쟁에 반성하는 내용의 입장을 정리하여서 자기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자리도 아니고, 서로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있으면 어느 정도 있는지 합의해서 입장을 정리한다는 것이 운동의 원칙상 합당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자리는 기껏해야 민투위에 대해 복권해주는데, 문제제기의 당사자인 해방연대(준)이 면죄부를 주는 자리가 될 게 분명하다.
이러한 정황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전국활동가조직이 작년 류기혁 열사 투쟁으로 이미 노동운동조직으로는 사망선고를 받은 민투위와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만약 민투위와 함께 가려고 하는 것이라면, 전국활동가조직 또한 민투위와 같은 부류의 집단임을 스스로 밝히는 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문제 하나 명쾌하게 정리 못하고 질질 끌고 갈 이유가 없다.
전국활동가조직의 동지들은 이제 전국적으로 조직확대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치고 자기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추한 모습을 알 수나 있을까? 민투위 문제를 질질 끌면서 회피하지 말고 조직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도 못한다면 전국활동가조직은 말만 그럴 듯 하지 실제로는 반노동자적 작태도 처리못하는 시원찮은 조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