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5호] 임원 뿐만 아니라, 대의원 직선제 결의하여 민주노총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자!



민주노총 현 지도부는 조직혁신에 관한 지난 1개월 남짓한 조직적 토론을 거쳐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 직선제 안을 이번 대의원대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일은 이미 지난 지도부 보궐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던 조직혁신요구가 구체화되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큰 전진으로 기록될 것이다.


집행부 안의 불합리함이 폭로되었던 순회설명회

조직혁신안에 대한 전조직적 토론을 위해 7월부터 진행된 전국 순회설명회는 참가 대상을 간부로 제한하고 대낮에 개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설명회가 집행부안을 추인받으려는 요식행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한된 의견수렴과정에서도 집행부가 제출한 선거인단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점은 충분히 폭로되었다. 그리고 직선제에 대한 대중의 열망도 온전히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표출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집행부로서는 현행 선거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기에는 이미 진일보(?)한 제도를 제출한 이유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결정은 토론회에서 직선제를 주장하고, 집행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민주노총 동지들의 열의에 힘입은바 크다.


직선제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본능

직선제는 그 자체로만 보자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도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직선제는 우리 노동운동에서 운동의 위기를 돌파해온 직접민주주의 전통의 산물이다. 위원장이 흔들리면 상집을 바라보았고, 상집이 흔들리면 대의원들이 결단했다. 그리고 대의원마저 흔들리면 조합원들이 직접 나서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 우리의 민주노조 역사였다. 위원장의 직권조인에도, 그리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도 조합원들 스스로 밀고 들어가는 무기가 바로 총회였던 것이다. 총연맹 차원에서 이러한 관행과 전통은 이미 98년도 배석범 직무대행의 직권조인에 대한 민주노총 직선제 요구로 이어졌다. 작년에 모진 시련을 겪었던 민주노총의 위기를 맞아 올해 들어 직선제 요구가 거세진 것은 남한 노동운동의 전통에서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이었다.


전면적인 직선제 실시로 민주노총을 조합원에게 돌려주어야

그런데 조준호 현 집행부의 선거공약이었으며, 설명회 기간동안 당연지사의 문제로 스스로 밝혔던 대의원 직선제가 간선제로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소위 간간선제, 즉 간선 대의원이 민주노총 임원을 선출하는 이제까지의 비민주적 관행은 올해 초 민주노총 4기 보궐 집행부 선거 과정에서 대중적으로 비판받았다. 비록 같은 예는 아니겠지만 한국노총에 가입해 있던 철도노조가 위원장 직선제로 바뀌게 된 것도, 다단계 간선제도가 민주적 절차에 의한 위원장 선출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위원장 직선제가 한국 노동운동의 본성에 맞는 발전과정이라면 조합원의 직접투표에 의하지 않은 대의원제도는 전세계 노동운동의 일반적 기준도 충족 못시키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임원 직선제는 실시하지만 대의원은 간선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직선제 실시의 의의를 완벽하게 반감시키는 것이 된다. 게다가 전향적으로 임원 직선제를 추진하기로 방향선회를 한 마당에, 대의원의 경우 직선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일각에서는 단위노조에서 직선제하다가 문제가 된 사례마저 들면서 직선제에 저항하는 한심한 논리도 등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 중에 이러한 주장이 빈번히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는 종파성도 실종된 것 같다. 그 입 다물라는 말 밖에 이들에게 해줄 말이 없다.


이제 상식을 좀더 확대해 보자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세상은 대중의 의식이라는 바다위에서 상식이라 불리는 조류를 따라 흐른다. 현실이 고집불통이라고 불평이 나오는 이유는 대중의 상식이 쉬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합리성과 대중의 상식이 만나는 일을 거스르는 행위는 무모한 짓이다. 민주노총 대의원, 임원 직선제에 저항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그에 비하면 할당제가 제기되는 마당에 대의원 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생각이 모자란 경우에 해당된다. 그 만큼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사를 적극 수렴하려는 할당제의 구체화도 직선제 못지 않게 중요한 의제라 할 수 있다.

오는 8월 2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남한 노동자계급의 본성이 조직적으로 수렴되는 역사적 현장이 되어야 한다. 조직적 위기를 대중의 활력과 자발성에 의존해 돌파한 사례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역으로 그러한 활력에 반해서 일을 그르친 사례도 수없이 들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 혁신의 첫 물꼬가 겨우 마련되는 순간에 와있다. 대의원들의 상식과 계급적 본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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