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6호] 4대보험 통합징수공단 설치는 기만이다

정부의 남의 다리 긁기 정책이 노동자에게는 비수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청와대 회의를 통해 4대보험에 대한 통합징수공단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 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그 동안 몇 년 전부터 거론되었던 4대 보험의 통합과 관련해 중간발표적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야기는 오로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징수체계를 일원화하여, 업무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통합징수공단을 만들겠다는 내용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는 보험방식을 취함으로서 재정 취약을 계속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1조원이 넘는 흑자를 보였던 건강보험재정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적자로 돌아선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국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또한 재정취약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방식은 재정상태가 납부율과 관련이 있어, 납부율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소득파악의 어려움을 들어 형평성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자발적 미납자의 수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납부율이 떨어지는 원인중의 하나가 보험의 적용범위가 실제보다 지나치게 좁아, 실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징수공단 설치의 문제점은 첫째 현재 사회보장체계의 핵심적 문제인 재정을 가입자 보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관리비용을 아끼겠다는 치사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통합징수를 한다고 해서, 지금의 소득파악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는 것도 아닌 다음에야 조세형평이나 재정확보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는 실효성 없는 방안이다. 더욱이 전월소득으로 부과하는 건강보험의 경우, 전년도 소득으로 부과하는 다른 보험과 징수방식을 일원화할 경우, 오히려 연간 1조원이상의 보험료 감수가 예상됨으로서 역으로 재정취약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히 있다.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의료보험은 납부하는 기간도 월단위에서 분기별, 연간까지 천차만별인데다가 청구서를 통합하는 경우, 납부 총액이 과다하게 되어 비자발적인 미납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특히 92%를 보이고 있는 건강보험과 75%대에 불과한 국민연금 지역 가입자 납부율의 불균형이 납부율의 하향평준화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통합징수가 국민들의 사생활침해로 나타날 가능성이다. 이미 건강보험의 자료는 세세하고 매우 정밀한데, 여기에 다른 내용까지 첨부되고 통합관리된다면 카드 한 장으로 개인의 신상이 모두 드러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징수체계를 일원화함으로서 나타나는 실무적인 혼란과 재정취약의 가능성을 정부가 굳이 감수하겠다는 저의는 통합징수공단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이번 통합징수공단 설치문제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것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보험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유연성 강화, 고용불안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력재배치 계획에서도 기획예산처는 최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하겠다는 의견을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소요인력을 각 공단에서 차출해서 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인력축소는 당연히 이루어 질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당론이 어정쩡한 것은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철학부재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은 앞서 지적한 대로 재정조성과정에서 국민들의 직접적인 부담이 가는 보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비롯해 민주노동당까지 사회보장제도에서 보험방식에 대한 의존율을 낮추어 궁극적으로 조세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보건의료 강령에서 “첫째, 보건의료 재원 조달은 국가가 책임진다. 보건의료 재원은 국민건강과 사회보장을 위한 목적세로 마련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 보험방식이냐, 조세방식이 더 좋은가의 문제를 떠나서, 정부가 재원조달과정에서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보자면 다른 나라에 비교해 우리는 대단히 소극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다. 건보재정의 경우를 본다하더라도 지역가입자의 경우, 50%의 정부기여도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제출하고 있는 4대보험 징수통합안은 국가의 재정기여도를 높여서, 국민의 보험료부담을 낮추어야 할 과제가 실종되어 있고 단순히 징수체계를 통합하는 정도에서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진보진영의 의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특히 보험급여의 보장성이 극히 낮은 현재 상태를 개선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국민들에게 보험료를 징수하는데 효율을 기하겠다는 논리에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징수통합안이 4대 보험 통합의 첫 단계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보험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이 약속되지 않는 한 개혁조치라 보기 어렵다. 4대 보험통합이 민중들에게 실익이 되고, 사회보장제도의 강화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의 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통합고지서가 충격이 아닌, 안도로 나타나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4대보험 통합의 첫 단계는 국가기여도를 높이는 재정조달 방식의 개선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4대 보험의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개선조치와 함께 이루어져야 민간보험이 판을 치는 시장적 압박에서 공공보험에 대한 신뢰를 높여 낼 수 있다. 퇴진연금에서부터 비적립형 상해보험까지 각종 사보험이 판을 치고 있는 이 나라에서 공적보험의 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여내지 않는 이상 사회보험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는 어불성설이 되는 것이다. 정부예산의 보험재정 기여도를 높여내고, 빈곤층에 대한 무상급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선결되어야 만 4대보험 통합의 명분이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강령에서 밝히고 있듯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체계로 전진하는 길로 직접 들어서는 것이 진정한 사회보장 제도 개선의 길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통합징수공단문제에 대해 최고위원회를 통해 입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의 이해부족 등으로 애매한 입장을 맴돌고 있다. 최고위원회에서는 정부안에 대한 찬성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번 통합징수공단 설립안을 들고 나온 주체가 의료보험통합을 앞장섰던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에둘러 가는 길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뿐이다. 소위 개혁세력에 대한 믿음으로 당의 강령체계와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을 훼손하는 것은 해당행위에 해당된다. 더욱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가 갖고 있는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14,000여명이 넘는 보험관련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보다는 대승적인(?), 국민적 입장에서 보험재정의 효율성을 기하는데 민주노동당이 손을 드는 행위는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경제의 고통은 고용문제에 있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다. 고용불안이 가계소득의 저하로 나타나고, 내수부진과 양극화로 간다는 것도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상황에서 보험관련 공공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통합징수공단설치에 찬성하는 것은 이 땅 민중의 경제적 곤궁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지금이라도 사회보장 개선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통합징수공단안에 대해 반대 당론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그리고 해당되는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사회보험에 국가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안을 제출해야 한다. 대중들의 진정한 편의는 의료, 연금, 산재, 실업에 대비한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당으로서 일관된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전개하는 것이다.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민주노동당의 확고한 입장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최선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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