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6호] 8.31 부동산대책이 성공적이라고?

‘8.31 부동산대책의 시장안정 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8.31대책 1주년을 맞아 열린 부동산정책회의에서 스스로 평가한 내용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비유하자면, 암에 걸린 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여해놓고 열이 약간 떨어지니까 이제 다 나아가니 이대로 해열제만 열심히 먹으면 된다는 식이다. 게다가 그 열이 실제로 떨어졌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건교부는 지난 8월 24일 아파트 실거래가를 발표하면서 서울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의 평당 평균 가격이 1927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500가구 이상·분기별 10건 이상 거래된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강남 3구의 평당 가격은 266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평균가격이 낮게 발표된 것은 상반기에 거래된 비싸지 않은 소형 빌라들까지 모두 포함, 평균값을 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그 전날 건교부는 홈페이지에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하면서 “500가구 이상·분기별 10건 이상 거래될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부동산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결국 자기들 스스로도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형 빌라까지 억지로 포함시켜 평균 가격을 낮춘 것이다. 그나마 강남은 약간이라도 떨어졌다고 치자. 서울 주변의 주요 신도시의 경우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오히려 상당 정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부동산가격이 내렸다는 근거도 불분명하고 앞으로 내릴 것이라는 보장은 더더욱 불확실하다. 게다가, 설사 일부 내렸다고 해도 그동안 오른 것에 비하면 그 폭도 미미하거니와 내려본들 어차피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한마디로 8.31대책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처방이 너무 안이했기 때문이다. 8.31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등 과세강화와 판교 신도시 등을 통한 공급확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제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기에는 너무나 미흡하거니와 그나마 제대로 추진되지도 못했다.

우선 조세정책을 따져보자. 부동산에 대한 과세강화 그 자체는 틀린 방향은 아니다. 사회복지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니까. 그러나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부동산 소유자 입장에서는 조세부담을 세입자나 매매가에 전가시켜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전세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세입자의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었다. 결국 조세정책이 어느 정도라도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소한 보유세 중과와 함께 전세값 등 임대료 상승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임대료규제는커녕 조세저항을 이유로 도리어 부자들의 세금을 덜어주기에 급급했다.

공급확대도 빗나간 정책이다. 투기수요가 상존하고 가격이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의 공급확대는 오히려 가격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공급 측면의 대책도 나름대로 필요하지만, 이는 철저한 공공개발을 통해 무주택자 등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만이 아니라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거나 공공에 되파는 것을 조건으로 분양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통해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저렴한 주택공급은커녕 판교신도시 공공택지에서 평당 1800만원대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등 앞장서서 아파트 장사를 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희한한 나라에서는 공공개발조차 땅장사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핵심에 접근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토지의 공공성 강화이다. 부동산은 하나의 자연물이며 공급이 한정되어 있고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므로 결코 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일단 2주택 이상에 대한 담보대출억제, 신규분양자격제한, 페널티 성격의 보유세 중과 등 2주택 이상의 소유를 강력히 억제함으로써 1가구 1주택의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택은 말 그대로 주거의 수단일 뿐 소유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즉 부동산 소유의 사회화만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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