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공동성명 파기한 미국
다시 6자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6자 회담은 2005년 11월 5차 6자 회담이 휴회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6자 회담은 2003년 8월 처음 열려서 2005년 9월 4차 회담 때,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2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낳는 듯 했다. 당시 공동성명은 ‘북이 핵(무기)을 포기하고 주권존중과 평화공존에 따라 미국은 북과 관계를 정상화하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따라 실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성명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9.19 공동성명의 정신을 져버렸다. 4차 6자 회담 와중인, 9월 15일 미국은 돈세탁 혐의를 주장하며 마카우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북 계좌를 동결한 것이다. 이는 북미 관계정상화를 부정하려는 시도로서,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결국 2005년 11월 5차 6자 회담은 차기 회의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휴회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6자 회담 자체도, 당사자인 북미간에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미국이 회피하기 위해서 다자회담을 고집하다가 중국이 타협책으로 제안한 것을 미국이 거부하지 못해서 시작한 회담이었다. 4차에 걸친 회담과 9.19 공동성명 이전까지 미국은 안전보장을 하기보다는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특히 북미간 직접 대화는 기피했고, 미사일, 재래 군사력, 인권 문제 등 문제를 확대하면서 북한 정권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9.19 공동성명 역시, 중국과 한국 그리고 러시아의 압박에 마지못해 합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성명서 합의 직후 파기한 것은 처음부터 준수 의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 자체를 붕괴시키는 정책을 바꾸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쟁 종료가 아니라 북미 평화협정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관건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 결과 부시와 공화당은 참패했지만, 중간선거 직후 미국은 대북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비록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게 되었지만, 그 결정적 이유는 이라크 전쟁 문제였지, 북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과 부시가 대북정책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중간선거 결과는 단지 그것만을 보여줄 뿐이다.
지난달 아펙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가 한국전쟁 종료를 제안했지만, 여전히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선핵 폐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미국은 북미간 평화체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50여년 전 휴전한 한국전쟁에 대한 종전을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북한과 직접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부시의 종전 제안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숨기고, 이번 6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 북핵 폐기가 실패할 경우, 북에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하기 위한 술책이다. 핵실험 이후인 이번 6자 회담이 성과가 없을 경우, 6자 회담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 밖에 없고, 이는 미국 내 북미 직접 대화를 주장하는 입장을 더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반제반전 투쟁을 강화해야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정책 실패는 점점 더 자명해지고 있고, 동시에 그로 인해 한반도 전쟁 위기 역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땅의 반제반전 투쟁 주체들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미 직접 대화와 일괄타결 방식 밖에 없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침략 전쟁을 비롯한 제국주의적 대북적대시 정책을 폭로하여,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할 것이다. 지금은 시급히 반제반전 투쟁을 강화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