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A(대안은 없다), 현실사회주의 몰락 이후 우리를 지배하던 비관적 단어다. 그러나 볼리바리안 혁명과 차베스의 존재는 20년 만에 이 땅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민에게 사회주의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안겨주고 있다. 분명 21세기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민중권력의 존재 자체는 대중에게 ‘대안은 있다’라는 낙관적 희망과 사회주의에 대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실체로서 역할을 한다. 그 차베스에 대해서 한국에서 번역서가 아닌, 한국인이 쓴 책이 있으니, 바로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이다. 저자는 임승수 서울시당 교육부장이다.
위기의 민주노동당, 왜?
아무래도 민주노동당 당원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현재 모습과 차베스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민주노동당은 단적으로 말한다면 ‘위기의 가시화’ 상태에 놓여있다. 작년 11월과 12월, 창당 이후 사상 최초로 당원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 최고위원단이, 이전 최고위원단 전체가 05년 10.26 울산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는 대신에, 당 혁신 지도부로서 등장했지만, 작년 [당쇄신위원회] 활동 자체가 유야무야되면서, 혁신은 중단되었고 이제는 아예 실종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수치로까지 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당의 위기에 대해 임승수 동지는 단도직입적으로 “혁명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회연대전략”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 때문에 민중이 고통스러운데에도, 대안인 사회주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혁명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승수 동지가 30대 당원 중에서 당직이든 공직이든 출세해서 한자리 해먹겠다는 생각이 없는 몇 안되는 활동가 당원이어서 그런지, 참 이리저리 눈치보거나 재지않고 말한다. “사실 제가 당에서 왕따예요”라는 말도 덧붙인다.
임승수 동지의 말마따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혁명적 기개가 있었다면, 당연히 반노동자 정권 노무현과 맞짱을 뜨려하기보다 연정 따위에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가지고 부르주아 정당과 흥정을 벌이면서 그것을 세련된 의회 전술이라고 호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베스, 사회주의 혁명을 하자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승수 동지는 우리가 차베스에게 배울 점이 바로 차베스는 시원시원하게 사회주의 혁명을 하자고 한다는 것이다. 분명 차베스는 남미(특히 룰라의 브라질)의 다른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른 남미 정권들은 좌파 도미노라고 보도되지만, 실상은 21세기형 페론주의, 즉 자본주의 발전이 지체된 것에 대한 반대급부적 성격이 강하다. 반미도 딱 그런 정도에서만 포퓰리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반면, 차베스는 석유 산업에 이어 광업 역시 국유화 하였고, 농촌과 도시의 토지 개혁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베스의 힘은 대중 자치의 고양과 맞닿아있다.
물론 남미와 한국은 다르다. 남미는 아직 저발전에 따른 고통을 무시할 수 없다면, 한국은 자본주의가 발전할데로 발전했기 때문에(세계 10대 공업국이자 무역국) 고통스럽다. 그래서 저발전 남미의 상황과 그에 따른 혁명전략을 고발전 한국에 그대로 투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땅의 대중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 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길래 받아보더니 임승수 동지의 얼굴이 밝아진다. “3쇄 들어갔어요” 21세기에 사회주의 혁명의 사례를 말하는 책이 인문학의 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3쇄에 들어갔다. 임승수 동지의 말처럼, 자본주의 세상을 바꾸려면 21세기에도 별 수 없다. 사회주의 혁명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