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의원이 노동자를 배신하다
작년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2월 8일, 국회 환노위에서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에 대해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야합하는 배신행위가 일어났다.
로드맵 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었을 때, 단병호 의원은 반대 발언은 했을지언정 일괄 통과시킬 때 어찌된 일인지 표결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노동자 정당 국회의원으로서 의원직 사퇴를 걸고 노동법 개악을 저지했어도 시원찮을 판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반대 의사 표현인 반대표결 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로드맵 법안은 단병호 의원을 포함해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여기서 당연히 왜 단병호 의원이 표결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이 통과되는 대신에, 홍준표 환노위 위원장과 단병호 의원이 ‘반대 의견을 발표하고 대신 표결은 요구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로드맵 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홍준표 환노위 위원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단병호 의원이 양해해줬다”고 밝혔고, 우원식 의원은 공중파 방송국 기자들에게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환노위에서 법사위로 로드맵 법안이 넘어왔을 때에도, 노회찬 의원이 법안을 반대하자, 이상수 노동부 장관 역시 “단병호 의원도 사실상 합의 처리했다”며 공세를 폈다.
절차만 동의했지 법안엔 동의한 적 없다!? 거.짓.말!
그렇기에 단병호 의원은 임시국회 마지막날 본회의에서 로드맵 법안 반대 토론자로 나와 “절차에 동의한 적은 있지만 법안에 동의한 적이 없다”라고 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반대 표결도 하지 않고 표결 없이 통과되었는데 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이유도 수정안이 통과되도록 사전에 합의한 것인데? 단병호 의원이 환노위에서 정부 안이 아닌 열우당 수정안을 받는 대신에 로드맵 법안 자체에 사실상 합의해 준 것은, 법안에 동의했다 정도가 아니라 야합이다. 자본가 계급의 표현대로 하자면 양해가 있었고, 배신당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야합이 있었다.
사실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은 차악이라고도 할 수 없는 최악 그 자체이다. 특히 로드맵 법안의 목적이 민주노조운동 자체를 파괴하는 것인데, 노동자 정당이, 노동자 정당 국회의원이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로드맵 법안에 합의했다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배신행위일 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 과연 단병호 의원 혼자서 사고친 것일까
로드맵 법안 수정안은 12월 7일 열우당이 민주노동당에 던졌다. 그래서 단병호 의원은 같은날 민주노총에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8일 오후까지(환노위 전체회의 이전이다) 몇 차례에 걸쳐서 투본대표자회의를 열였고, 공식 회의 결과 분명히 최종적으로 수용불가로 결정했다.
그럼 과연 단병호 의원이 민주노총 투본대표자회의의 수용불가를 무릅쓰고 혼자서 사고친 것인가?
여기서 12월 8일 오후에 있었던 민주노총 투본대표자회의와 저녁에 있었던 환노위 전체회의 사이에 있었던, 당일 저녁 6시 무렵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 사무실에서 열렸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지도부급의 비공개 회의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노총 투본대표자회의가 반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민주노총 김태일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 이렇게 지도부급 인사 3인과 민주노동당 이용신 의정지원단장, 이병일 노동위원장,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 그리고 보건의료노조 등이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을 놓고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회의 직후, 심상정 의원은 “전향적인 심사를 하겠다고 하여 소위를 다시 열게되었다”라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고, 그후 민주노동당은 환노위 회의실 점거를 풀었다. 물론 단병호 의원은 이후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에 대해서 사실상 합의했다. 따라서 단병호 의원의 로드맵 야합의 배후에는 정황상 바로 그 비공개 회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회의 자체가 비공개였고 회의 내용에 대해서 참석자들이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참석자들 이외에는 그 회의 결과는 알 수가 없다. 참석자들은 진실을 밝히자! 그렇지 않으면 의혹만 짙어질 뿐이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만이 살 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번 단병호 의원 로드맵 야합과 관련해서, 투본대표자회의가 수용불가를 결정하자 회의를 연거푸 소집하면서 열린우리당 수정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못했다. 하지만 현장활동가들이 참관투쟁까지 하면서 최종적으로 투본대표자 회의가 수용불가를 결정했다. 덕분에 단병호 의원 로드맵 야합에 대해 민주노총 조준호 전 위원장은 “대중조직으로 원칙을 지켰다”면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민주노동당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경우,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로드맵 열우당 수정안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도 없다. 의원단총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단병호 의원의 로드맵 야합을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함의 극치이고 알고 있었다면 공범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단병호 의원 로드맵 야합 이후 작년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는 잇달아 중앙위원회가 열렸지만, 관련 사항이 보고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단병호 의원 개인한테 당한 것일까, 아니면 공범의식 하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 패배를 더욱더 굴욕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 단병호 의원
→ 민주노동당, 노동자 배신 정당으로 전락할 것인가